【투데이신문 문영서 기자】 한국은행(이하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했지만 시장금리는 이미 수개월 전부터 추가 인상 가능성을 반영해 움직여온 것으로 나타났다. 기준금리가 연 2.50%로 유지되는 동안 국고채 금리와 대출금리가 먼저 상승하면서 정책금리와 시장금리 간 괴리가 커졌다. 금리 인상기에는 시장금리가 정책금리를 선행하고, 인하기에는 하락 폭이 제한되는 흐름이 반복되면서 통화정책의 역할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16일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기준금리 인상은 2023년 1월 이후 약 3년 6개월 만이다.
다만 시장금리는 이미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상당 부분 반영한 상태다. 기준금리가 연 2.50% 수준으로 유지된 지난 1년간 국고채 3년물 금리는 꾸준히 오른 뒤 이달 장중 3.916%까지 치솟았고, 10년물 금리는 4%대를 오갔다.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도 3%를 웃도는 수준까지 상승했다.
이 같은 시장금리 상승에는 기대인플레이션과 대외 불확실성이 주 상승 요인으로 꼽힌다.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2%를 기록하며 2년여 만에 3%대로 올라선 가운데 향후 1년간 물가가 3% 이상 오를 것으로 예상한 소비자 비중도 41%까지 높아졌다. 물가 상승 압력이 이어지면서 시장에서는 한은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선반영했다는 분석이다.
달러·원 환율 상승도 금리 상승 압력을 높였다. 지난달 달러·원 환율 평균은 1527.95원으로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미국과의 기준금리차와 원화 약세에 따른 자본 유출 우려가 커지면서 국채금리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가계대출 관리 강화 역시 시장금리와 대출금리 간 괴리를 키운 요인으로 지목된다. 정부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은행들이 대출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가산금리를 높이면서 코픽스 등 시장금리 움직임과 무관하게 대출금리가 상승했다.
반면 대출을 적극적으로 늘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은행들이 예금 유치 경쟁에 나설 유인은 상대적으로 약해졌다. 이에 따라 5대 은행의 가계 예대금리차는 지난 5월 기준 최대 1.41%포인트 수준이다.
통화정책의 파급경로가 과거와 달라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은은 2024년 10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네 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했지만 시장금리는 정책금리 인하 폭만큼 하락하지 않았다. 반면 최근에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지자 국채금리와 대출금리가 먼저 반응했다.
한성대 경제학과 김상봉 교수는 “기준금리보다 시장금리가 훨씬 높은 상황으로, 기준금리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며 “시장금리가 크게 오르며 대출금리가 동반 상승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시장금리가 정책금리를 선행하는 일반적인 특성이라는 해석도 있다. 시장이 향후 물가와 성장, 통화정책 방향을 먼저 반영하고 이후 정책금리가 이를 따라가는 구조라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7월 금통위 기준금리 인상 결정과 관련해 국채금리는 금리 인상을 선반영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가계대출 총량규제 등 금리 외 정책수단이 대출금리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면서 기준금리만으로 시중 자금조달 비용을 조절하기 어려워졌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차주들이 체감하는 이자 부담도 커지고 있다. 5대 은행의 5년 고정형 주담대 금리 상단이 연 7.5%를 넘어선 가운데 변동형 주담대 금리도 연 4.17~6.88% 수준까지 올랐다. 코픽스와 은행채 등 주요 지표금리가 상승하면서 고정·변동형 주담대 금리가 모두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까지 커지면서 대출금리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책대출인 보금자리론 금리도 7월 기준 일부 만기를 제외한 대부분의 금리가 5%를 넘어서는 등 고금리 흐름이 확산되고 있다.
반면 예금금리는 대출금리만큼 빠르게 오르지 않으면서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 수익 확대 효과는 제한적이다. 기준금리 인상이 금융시장 전반의 금리 상승으로 이어지더라도 차주와 예금자 간 체감 효과에는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시장에서는 이번 인상이 금리 인상 사이클의 종료가 아닐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금통위 통화정책방향문에 “향후 통화정책은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 나갈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는 문구가 들어간 만큼 연내 추가 인상 역시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8월에는 기준금리를 동결한 뒤 10월 추가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대신증권 공동락 연구원은 “기준금리는 10월 추가로 25bp 인상돼 연말 기준 3.00% 수준일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연세대 경제학부 김정식 명예교수는 “물가와 집값이 오르기 전 선제적 금리 인상이 필요했으나 시장금리와의 괴리로 인상이 늦어졌다”며 “연내 1회가량 추가 인하가 있을 것으로 보이나 큰 폭으로 인상하기엔 금융안정을 해칠 수 있다는 위험성이 있어 완만한 인상이 이뤄질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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