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신문 두경우 전문위원] 롯데케미칼(대표이사 이영준)이 올해 들어 두 번째로 은행 지급보증을 앞세운 회사채 발행에 나선다. 업황 부진이 장기화한 석유화학 업계의 조달 여건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23일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제64회 공모 보증사채 2000억 원을 3년 만기로 발행한다. 수요예측은 23일 실시하며 발행일은 30일이다.
희망금리밴드는 AAA등급 은행채 3년물 민평금리 평균에 ±0.40%포인트를 가산한 수준으로 제시됐다. 조달 자금은 오는 8월과 9월 만기가 도래하는 기업어음(CP) 상환에 쓰인다.
이번 공모사채는 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등 4개 시중은행이 원리금 지급을 보증하는 구조다. 보증료율은 연 0.7%이며 신한은행이 가장 큰 보증 한도를 맡고 나머지 3개 은행이 동일한 규모를 분담한다.
대표주관사는 키움증권, KB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삼성증권, 하나증권, 우리투자증권 등 8개 증권사가 공동대표주관사 겸 인수사로 참여한다. 지난 4월 보증사채 발행 당시 공동대표주관사가 6곳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주관사단도 확대됐다.
이번 발행은 올해 4월 발행의 연장선상에 있다.
당시 롯데케미칼은 최초 3000억 원 모집을 계획했지만 수요예측에서 2.4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면서 발행 규모를 4000억 원으로 늘렸다. 최종 발행금리는 AAA등급 은행채 3년물 민평 대비 0.33%포인트를 가산한 연 4.135%로 결정된 바 있다. 당시에도 조달 자금은 전액 채무상환에 활용됐다.
왜 또 보증사채를 선택했나
4개월 만에 같은 구조의 보증사채를 다시 선택했다는 점은 단기성 차입금을 장기채로 전환하는 조달 전략을 지속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시장에서는 이번 발행 자체보다 보증 구조를 다시 택한 배경에 관심을 두고 있다. 보증사채는 발행사의 자체 신용이 아니라 지급보증 기관의 신용도를 기반으로 금리가 결정된다. 이번 제64회 회사채도 NICE신용평가와 한국신용평가로부터 AAA(안정적)를 받았지만 이는 국민은행·신한은행·하나은행·우리은행의 지급보증을 반영한 결과다. 현재 롯데케미칼의 무보증 회사채 자체 신용등급은 AA-(부정적)다.
이는 최근 재무지표와도 무관하지 않다. 롯데케미칼은 글로벌 석유화학 공급 과잉과 중국의 대규모 증설 영향으로 2022년 이후 2025년까지 4년 연속 영업손실이 이어졌다. 올해 1분기에는 영업이익 735억 원을 기록하며 10개 분기 만에 흑자로 돌아섰지만 회복세를 낙관하기는 이르다는 평가가 많다.
미국·이란 무력 충돌에 따른 원재료 가격 급등으로 저가 나프타 재고 효과가 발생했고 공급 차질에 대비한 재고 확보 수요까지 겹치면서 단기적으로 수익성이 개선된 측면이 컸기 때문이다. 신용평가사들도 업황 자체의 구조적 회복보다는 일시적인 래깅 효과의 영향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하고 있다.
수익성이 일부 개선됐지만 재무 여력은 아직 충분히 회복되지 않았다.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총차입금은 10조 원을 웃돌았고 이자보상배율은 0.56배에 그쳤다. 1배를 밑돌면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이익만으로 금융비용을 충당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결국 1분기 흑자 전환에도 차환을 위한 안정적인 조달 수단 확보가 필요한 배경으로 해석된다.
롯데케미칼은 동시에 사업 구조조정도 추진하고 있다. 대산 공장은 HD현대케미칼과의 통합을 위한 물적분할을 마쳤고, 여수 NCC 사업재편도 진행 중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구조조정이 중장기적으로 생산 효율성을 높이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단기간에 현금창출력이 크게 개선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자체 신용도 회복 여부는 일회성 흑자에 그치지 않고 영업현금흐름을 안정적으로 회복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는 평가다.
이번 회사채 역시 수요예측 흥행 가능성 자체를 우려하는 분위기는 크지 않다. 시중은행 4곳의 지급보증이 적용되는 만큼 투자자 입장에서는 사실상 은행 신용도를 기반으로 한 투자상품에 가깝기 때문이다.
다만 시장이 이번 발행에서 주목하는 지점은 회사채 흥행보다도 롯데케미칼이 올해 들어 두 차례 연속 보증사채를 선택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단기 차입금을 안정적으로 차환하기 위한 조달 전략인 동시에, 자체 신용만으로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기에는 아직 업황과 재무 여건이 충분히 회복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단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두경우 한국금융신문 전문위원 kwd1227@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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