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6년 7월 22일 16시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TV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유 4사의 담합 의혹을 계기로 전량구매계약과 사후정산제 개선 논의가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두 제도를 손보는 것만으로는 구조적인 가격 왜곡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계약 구조와 유통 관행, 법적 판단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만큼 단순한 존폐 논의를 넘어 시장 경쟁을 촉진할 수 있는 종합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2일 검찰에 따르면 SK에너지, HD현대오일뱅크, GS칼텍스, S-OIL 등 정유 4사는 자영주유소와 전량구매계약을 체결한 뒤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바탕으로 일방적으로 결정·통보한 가격에 따라 해당 정유사의 석유제품만 구매하도록 했다. 검찰은 이러한 구조가 가격 경쟁을 차단하고 담합 효과를 키운 핵심 요인 가운데 하나로 보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이후 정치권과 정부, 업계도 제도 개선에 나섰다. 지난 4월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부, 금융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정유 4사는 사회적 대화를 통해 사후정산제 폐지를 포함한 유가 결정 구조 개선 방안에 합의했다.
전량구매계약도 손질 대상에 올랐다. 지금까지는 계약한 정유사의 제품만 취급할 수 있었지만, 개선안에는 전속거래 비율을 60% 이상으로 완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사실상 최대 40%까지는 다른 정유사의 제품을 취급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가격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업계도 변화에 나섰다. SK에너지는 지난달 업계 최초로 사회적 대화 후속 조치의 일환으로 사후정산제를 폐지하고 주유소에 공급가격을 사전에 고지하는 방식으로 가격 정책을 변경하겠다고 발표했다.
다만 현장에서는 제도 개선의 실효성을 두고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전량구매계약은 정유사에만 유리한 계약으로 인식되지만, 실제 계약에서는 주유소도 일정한 혜택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주유소는 계약 물량에 따라 공급가격 할인 혜택을 받거나 시설 투자비와 운영비 등을 지원받는 사례도 적지 않다.
계약 구조를 일률적으로 변경할 경우 기존 거래 질서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특정 정유사 브랜드를 내건 주유소가 다른 회사 제품을 함께 판매하게 되면 품질이나 정량 문제 발생 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질 수 있다. 브랜드 신뢰를 기반으로 제공하던 각종 마케팅과 멤버십 혜택 역시 전량구매계약 주유소와 비계약 주유소 간 형평성 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일부 주유소들도 전속거래 완화에 신중한 입장이다. 여러 정유사의 제품을 혼합 판매할 경우 이를 소비자에게 고지해야 하는데, 소비자들이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일지 확신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사후정산제 역시 제도 폐지만으로 해결할 사안은 아니라는 의견이 적지 않다.
이서혜 에너지석유시장감시단 대표는 "정유사와 주유소 간 계약에 따라 오랫동안 관행적으로 운영돼 온 제도인 만큼 이를 바꾸려면 계약도 전면 수정해야 해 현장 부담이 적지 않다"면서도 "최소한 정유사가 터미널에서 출고하는 도매가격 정도는 주유소와 공유하는 체계가 마련된다면 위기 상황에서 과도한 가격 인상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결국 담합 논란을 끊기 위해서는 개별 제도 손질보다 시장 경쟁을 높이는 구조 개혁이 병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전량구매계약과 사후정산제를 둘러싼 논란은 수년째 반복되고 있지만 담합 의혹은 되풀이되고 있다. 알뜰주유소 확대와 유통망 개방, 가격 정보 공개 강화 등 정부 차원의 경쟁 촉진 정책과 함께, 위기 상황에서는 정유사들도 시장지배적 사업자로서 가격 결정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려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담합 의혹은 특정 제도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과점 구조와 유통 관행, 가격 결정 방식이 복합적으로 맞물린 결과"라며 "제도 폐지 여부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시장 경쟁을 실질적으로 회복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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