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파를 다듬다 보면 잔뿌리가 달린 하얀 밑동은 으레 잘라 버리게 된다. 그런데 이 대파 뿌리에는 국물 맛을 살려 주는 향 성분이 오밀조밀 몰려 있어서, 버리기엔 아까운 재료다. 잘 손질해 두면 육수를 낼 때마다 요긴하게 쓸 수 있다.
대파 뿌리가 국물에 좋은 건 파 특유의 알싸한 향을 내는 황화합물이 이 부위에 진하게 배어 있기 때문이다. 육수를 낼 때 함께 넣으면 이 향이 고기나 생선의 잡내를 눌러 주면서 국물에 은근한 감칠맛과 깊이를 더한다. 양파 껍질이나 무 자투리와 함께 쓰면 그 효과가 한층 살아난다.
다만 대파 뿌리는 잔뿌리 사이사이에 흙과 모래가 잘 끼어 있어, 쓰기 전에 깨끗이 씻는 게 먼저다. 흐르는 물에 여러 번 헹구고 잠시 물에 담가 흙을 불린 뒤, 포크로 뿌리 사이를 살살 빗어 주면 안쪽 흙까지 말끔히 빠진다. 이렇게 손질해 두면 그때그때 국물 낼 때 꺼내 쓰기 좋다.
향 성분이 몰린 뿌리, 흙만 씻어 냉동
깨끗이 씻은 대파 뿌리는 바로 쓰지 않을 거라면 냉동해 두는 게 좋다. 물기가 남아 있으면 서로 들러붙고 냉동실 냄새도 배기 쉬우니, 씻은 뒤 키친타월로 물기를 닦고 채반에 잠시 널어 표면을 바싹 말린 다음 지퍼백이나 밀폐 용기에 담아 얼린다.
이렇게 해 두면 향이 오래 유지되고, 필요할 때 얼린 채로 몇 개씩 꺼내 바로 냄비에 넣을 수 있다.
대파 뿌리만 따로 모으기 번거롭다면, 평소 요리하면서 나오는 자투리를 한데 모아 두는 것도 방법이다.
대파 밑동뿐 아니라 양파 껍질, 무 끝동, 표고버섯 기둥처럼 버려지던 조각들을 한 봉지에 함께 얼려 두면, 나중에 그대로 꺼내 채수 재료로 쓸 수 있다. 냉동실 한쪽에 육수용 봉지를 하나 두는 셈이다.
자투리 모아 끓이는 채수와 얼음틀 소분
모아 둔 자투리로 채수를 낼 때는 찬물에 재료를 넣고 중약불에서 뭉근히 끓이면 된다. 대파 뿌리와 양파 껍질, 무 자투리에 다시마 한 조각만 더해도 고기 없이 깔끔하고 깊은 국물이 우러난다.
다만 오래 끓이면 쓴맛이나 아린 맛을 낼 수 있는 재료는 가려 넣는 게 좋은데, 파의 진한 초록 잎 끝이나 마늘 가운데 심 같은 부분은 넣더라도 조금만, 그리고 너무 오래 끓이지 않는 편이 맑은 맛을 지킨다.
한 번 우린 채수는 식혀서 소분해 두면 두고두고 쓰기 좋다. 특히 얼음틀에 부어 얼렸다가 굳으면 지퍼백에 옮겨 담으면, 국이나 찌개를 끓일 때 한두 조각씩 톡톡 꺼내 넣기 편하다. 라면 한 그릇을 끓일 때도 물 대신 이 육수 얼음을 넣으면 국물 맛이 확 달라진다.
버려지던 대파 뿌리 하나가 이렇게 국물 맛을 좌우하는 재료가 된다. 다듬을 때 잘라 낸 밑동을 흙만 잘 씻어 얼려 두고, 여기에 양파 껍질과 무 자투리를 곁들여 채수로 우려 두면, 사 먹는 육수 못지않은 국물을 손쉽게 낼 수 있다.
Copyright ⓒ 뉴스클립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