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킷, 셔츠, 팬츠 모두 보테가 베네타. 워치 빈티지 파텍필립 by 빈티크. 헤드폰 코스 by 셰에라자드. 슈즈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제일 궁금했던 거 먼저 물을게요. 존박 씨에게 〈존이냐 박이냐〉 채널은 어떤 의미인가요?
일종의 취미 생활이라고 표현하고 싶어요. 일단은 제가 하고 싶은 것들을 다 할 수 있으니까요. 엉뚱한 쇼츠도 찍고, 좋아하는 사람들 만나서 얘기도 하고, 여행도 가고, 이런 포맷이 아니면 못 할 커버곡도 부르고… 함께하는 팀도 너무 좋고요. 가장 사랑하는 취미죠.
의외의 콘텐츠, 좀 난감했을 듯한 콘텐츠도 많이 했잖아요. 사람 많은 공원에서 혼자 걸어 다니면서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판넬만 가져다 놓고 게스트를 초대했다며 인터뷰를 하기도 하고, ‘잘자요 아가씨’ ‘마라탕후루’ 챌린지 같은 것도 하고.
처음 시작할 때 제가 제작진한테 그랬어요. 그냥 시키는 거 다 하겠다고. 이 팀이 함께하자고 제안했을 때는 머릿속에 어떤 그림이 있었을 텐데, 제가 이미지 챙기겠다고 이건 이래서 안 하고 저건 저래서 안 하고, 그러다 보면 이도 저도 아니게 될 수 있잖아요. 그래서 주도권을 다 드린 거죠. 뭐든 할 테니까 알아서 선을 정해달라고요.
시작도 전에 제작진에 대한 신뢰가 있었네요.
“뭐든 다 하겠다. 다만 나라는 사람이 가수고, 가정이 있고, 앞으로도 먹고살아야 한다는 점만 기억해 주시라. 여기 내 딸 사진이다.” 뭐 그렇게 얘기를 한 거죠.(웃음) 저와 함께 채널을 만들고 있는 솔파스튜디오(〈ODG〉 〈HUP!〉 〈안녕하세요원이입니다잘부탁드립니다〉의 제작사이기도 하다)는 이전에도 두 번 정도 협업을 했는데, 너무 잘하더라고요. 특히 윤성원 대표가 좀 비범한 면이 있어요. 사람들이 뭐에 관심을 갖는지도 빨리 캐치하고, 다양한 사람의 매력을 끌어내는 것도 잘하고. 무엇보다 되게 웃겨요. 저랑 유머 코드가 되게 비슷했고요. 제가 미국에서부터 좋아했던, 한국에서는 별로 유명하지 않은 코미디언이나 프로그램을 다 알고 있더라고요. 그런 취향이 서로 공유되는 시점에서 ‘그냥 믿고 맡겨도 되겠다’ 한 거죠.
아무리 뭐든 다 하겠다고 호언을 했다고 해도, 막상 평소에 안 하던 행위를 딱 하려고 하면 민망하지 않나요?
별로요. 저는 카메라가 앞에 있으면 근거 없는 자신감이 생겨요. ‘내가 유튜브를 찍고 있는데, 조금 우스꽝스러울 수도 있고 거절당할 수도 있는 거지.’ 그런 생각이 들거든요. 가장 뻘쭘할 때가 있다면… 춤추다가 컷 할 때? 예를 들어 콘셉추얼한 노래를 부른다거나 삐끼삐끼 챌린지, 티라미숙해 챌린지 이런 거 막 찍다 보면 테이블 위까지 올라가서 춤을 추게 되거든요.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도 스태프 중 아무도 리액션을 안 해요. ‘컷’ ‘잘 나왔습니다’ 그게 끝이에요.
(웃음) 〈존이냐 박이냐〉 채널 스태프들이 콘텐츠 제작하는 사람들치고 다들 조용해 보이기는 하더라고요.
그 팀은 회식도 안 해요. 1년에 한 번 할까 말까? 그러다 보니 저도 이제 뭘 해도 별로 뻘쭘하지도 않고요. ‘컷’하면 다들 바로 ‘갠플’이죠. 남들이 보면 되게 프로페셔널하다고 생각할 것 같아요. 그나마 해외 나가면 미친 듯이 놀기도 하거든요? ‘와, 이런 사람들이었다고?’ 하면서 저도 놀라는데, 한국에 돌아오면 또 똑같아요. 리액션 없고, 회식도 안 하고, 갠플하고.(웃음) 재미있는 사람들이에요.
그럼 어려운 거 말고, 존박 씨가 제일 좋아하는 종류의 콘텐츠는 뭐예요?
저는 ‘기우제’ 재미있어요. 약간 맹하고 엉뚱한 분위기의 인터뷰잖아요. 그런 분위기에서 아이돌 게스트들 당황하게 하면서 ‘뻘’한 분위기에서 키득대는 것도 재미있고요. ‘스몰 토크’라는 콘텐츠도 좋아해요. 영어가 편한 사람과 그냥 영어로 대화하는 건데, 존댓말을 안 써도 되니까 거기서 벽이 허물어지고 나오는 부분들이 있어요. 제가 말을 잘하는 편은 아닌데요. 그래도 ‘대화’를 좀 할 수 있는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처음 만나는 사람과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진솔하게 할 수 있다는 자신의 능력을 발견했고, 그 후로는 항상 기대하게 되는 콘텐츠입니다.
관찰 예능 같은 프로그램에서 보기에도 존박 씨는 사람을 편하게 해주는 능력이 굉장히 뛰어난 사람 같았어요. 엄청나게 센스 있고 일머리가 좋으면서 동시에 늘 차분하죠.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타인의 기분에 좀 예민한 편인 것 같아요. 그래서 관찰력이 좋기도 하고, 상대방의 처지에서 생각해 보게 되기도 하고요. ‘스몰 토크’도 첫 출연 게스트가 로버트 패틴슨이었거든요. 평소에 좋아하던 배우였으니 얼마나 떨리겠어요. 그런데 최대한 그런 티를 안 내고 그냥 동네 친구처럼 대하는 거죠. 저도 누가 저를 인터뷰하면서 ‘너무 팬이에요!’ 하고 힘을 주고 긴장하면 오히려 조심스러워지니까.
존박 씨는 〈방송의 적〉 〈무한도전〉 같은 예능에 나왔던 모습들 때문에 한때는 좀 꺼벙한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가진 적도 있었죠.
아직도 그렇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그때는 어떤 캐릭터를 만들고 일종의 연기를 한 거고, 저는 그런 부분을 다들 이해할 줄 알았지만 결국 아니었던 거죠. 〈방송의 적〉이라는 페이크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구축된 캐릭터를 모르는 채로 〈무한도전〉에서 저를 처음 본 분들이 많았으니까.(웃음) 그런데 그게 이제 와서 딱히 불편할 건 없어요. 오히려 전 좋아요. 재미있고, 의외의 모습을 보여줄 기회라는 생각도 들고요.
베르크하인(퇴짜로 악명 높은 베를린의 테크노 클럽) 입성 콘텐츠도 최근에 큰 화제가 됐었죠. ‘입뺀’ 당할거라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존박 씨와 윤성원 PD가 무사통과했어요. 그것도 존박 씨가 가진 ‘편안한 자신감’의 힘일까요?
사실 제작 의도는 그 부분이었죠. 제가 ‘입뺀’ 당하는 거.(웃음) 문지기가 단순히 외양만 보는 게 아니라 분위기를 간파하는 눈이 기가 막힌 것 같더라고요. 한번 쓱 보고 오늘 들어가서 제대로 놀 건지 그냥 한번 구경하러 온 건지를 캐치하는 거죠.
듣고 보니 존박 씨도 윤성원 PD도 톤은 차분한데 눈에 묘한 광기를 품은 사람 같긴 하네요. 그래서 그날 들어가서 제대로 노셨나요?
그럼요. 새벽 4시까지 놀았어요.
테크노 좋아해요?
아뇨. 사실 테크노 클럽이라는 곳도 그날 처음 가봤고, 술도 딱 한 잔밖에 안 마셨거든요. 그런데 그렇게 손님을 가려 받아서 만들어지는 에너지가 있더라고요. 들어온 사람들 아무도 남 의식 안 하고, 휴대폰도 안 꺼내고, 다들 딱 음악에만 몰입하는 사람들이니까. 가만히 몸만 흔드는 사람부터 엄청나게 크게 춤추는 사람까지 춤사위도 정말 다양했고요. 신기한 경험이었어요. 사실 요즘은 클럽에 가도 다들 DJ 촬영하고, 인스타로 자랑하고 그러느라 정신없잖아요. 그런 사람이 한 명도 없으니까, 에너지가 되게 좋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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