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균 진술 신빙성 일부 인정…'吳 의뢰→강철원 검증→김한정 대납' 구도
불리한 여론조사 결과여도 혐의 성립…"정치적 이익 실현까지 요구되지 않아"
특검법상 '6·3·3' 원칙 따라 이르면 내년 1월께 시장직 유지 여부 판가름
(서울=연합뉴스) 이승연 기자 = '명태균 여론조사 대납 의혹'으로 기소된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죄를 선고받은 데에는 오 시장 주도로 이뤄진 여론조사 의뢰 및 비용 대납 정황과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가 꽤 구체적이라고 재판부가 판단했기 때문이다.
22일 오 시장의 1심 판결문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조형우 부장판사)는 공소사실로 제시된 10차례 여론조사 중 5차례 여론조사에 대해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오 시장이 여론조사를 의뢰했고, 이 비용을 후원자 김한정씨가 대납해 그에 상응하는 액수의 기부금을 오 시장이 불법 취득했다고 판단했다.
선거 출마를 공식화한 상태였던 정치인 오 시장에게 여론조사는 '정치활동에 드는 비용'에 해당하고, 이를 제삼자가 대신 부담하게 하는 것은 정치자금의 기부에 해당한다는 법리에 따른 것이다.
판결문에 따르면 오 시장은 2021년 1월 8일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에게 '명씨 연락처를 알려달라'고 요청해 연락처를 받았다.
이후 같은 달 17일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정식 출마 선언을 했고, 사흘 뒤인 20일 명씨와 만나 선거전략과 여론조사 등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명씨에게 첫 여론조사를 의뢰한 것은 그로부터 이틀 후인 22일이었다.
재판부는 당시 오 시장의 정치적 입지, 미래한국연구소의 활동 추이 등을 근거로 오 시장이 명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했다고 인정했다.
당시 오 시장이 9년이 넘는 공백으로 정치적 입지가 다소 위축된 상태였던 점, 여러 여론조사에서 나경원 의원이 앞선 결과가 나온 점 등을 토대로 오 시장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할 동기가 상당하다고 봤다.
나아가 명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하던 미래한국연구소가 자금 조달 문제로 여론조사를 사실상 중단한 상태였다가 오 시장을 만난 직후 조사를 재개한 점도 고려됐다.
명씨는 오 시장을 만난 직후 1차 여론조사를 시작으로 2차 여론조사(1월 25일 실시), 3차 여론조사(1월 29일 실시)를 잇달아 실시했다.
재판부는 "한 달 동안 돈이 없어서 아무런 여론조사를 못 하다가 오 시장과 연락한 단기간에 세 차례 여론조사를 실시한 건 그에 관해 의뢰받고 비용에 관한 확신이 있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고 짚었다.
1차 여론조사가 실시된 당일 오 시장이 명씨에게 전화를 걸었다는 증거가 있는 점, 미래한국연구소 실무자 강혜경씨가 '여론조사를 해야 해 늦게 퇴근한다'는 메시지를 지인에게 보낸 점 등도 오 시장의 의뢰로 갑작스럽게 조사가 이뤄진 정황 증거로 제시됐다.
오 시장의 지시를 이행하는 위치에 있는 강철원 전 부시장이 여론조사에 대해 지속해 지적하며 명씨를 검증한 것도 오 시장의 의뢰가 있었다는 판단 근거가 됐다.
대표적으로 2차 여론조사 경우 강 전 부시장이 통계표를 받아본 뒤 표본 수에 관해 문제를 제기했으며 이후 실제로 표본 수가 축소됐다.
재판부는 "명태균이 했던 많은 여론조사 중 표본 수가 축소된 건 해당 여론조사가 유일하다"며 "표본 수 축소는 강철원의 의문 제기에 따른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했다.
강 전 부시장이 4차 여론조사의 의뢰자에 모 언론사를 추가하도록 힘썼으나 정작 여론조사 결과가 오 시장에게 불리하게 나오자 이후 의뢰자에서 해당 언론사가 제외된 정황도 있다.
재판부는 "강철원은 오세훈에게 유리한 결과를 기대하고 명태균에게 언론사를 소개했다"며 "결과가 불리하게 나오자 이에 항의하며 의뢰자에서 언론사를 제외하고 공표도 최대한 늦게 함으로써 그 공표 효과가 최소화될 수 있게끔 조치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결국 오세훈 시장이 여론조사를 의뢰하고, 강 전 부시장을 통해 검증했으며 후원자 김한정이 비용을 대납한 구도가 인정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명씨 진술에 대한 신빙성도 일부 인정됐다.
명씨는 수사 단계에서부터 법정에서까지 오 시장의 혐의를 뒷받침하는 핵심 진술을 다수 내놓았다.
오 시장이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살려달라", "나경원을 이기는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으며 여론조사 대가로 자신에게 아파트를 약속했다는 주장이다.
재판부는 명씨 진술이 일관되지 않은 점, 다른 형사 사건 피고인으로서 유불리를 의식해 사실과 다른 진술을 했을 가능성이 있는 점이 있지만 모든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하긴 어렵다고 봤다.
대표적으로 '여론조사 비용을 후원자 김씨가 지원했다'는 명씨의 진술은 오 시장의 선거캠프 내부 인물의 메신저 대화 내용을 통해서도 확인된다고 짚었다.
4차 여론조사 당시 오 시장의 선거캠프 일정관리팀장은 지인에게 "우리 돈 써서 남 좋은 일 시킨…"이라는 메신저를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오세훈의 비용을 들여 여론조사를 실시했으나 그 결과가 오세훈이 아닌 다른 후보에게 좋은 결과가 나왔다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이는 명씨 진술과도 일치하는 것"이라고 했다.
재판부는 정치자금법 법리에 따라 여론조사 결과를 통한 이익의 실현까지 요구되진 않는다고도 강조했다.
설령 비용을 대납했더라도 불리한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만큼 이는 정치자금 수수 미수에 해당한다는 오 시장 측 주장을 배척한 것이다.
재판부는 "정치자금법 위반죄는 정치인의 정치활동을 위한 비용의 기부 행위와 기부를 받는 행위가 있으면 성립하고, 달성하려 한 정치적 목적이나 이익을 실현할 것까지 요구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이날 오 시장이 1심에서 시장직 상실형인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으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앞으로 있을 2심과 대법 상고심 등 두 차례 법원 판단에 따라 갈릴 것으로 보인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기소한 사건의 경우 특검법에 따라 1심은 6개월, 2심·상고심은 각 3개월 이내에 선고해야 한다는 '6·3·3' 원칙이 적용된다.
이 원칙이 그대로 지켜질 경우 내년 1월께 대법원 상고심에서 시장직 유지 여부가 판가름 날 것으로 관측된다.
winkite@yna.co.kr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