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 대신 형무소, 콘서트 대신 전쟁기념관…'근현대사 투어' 외국인 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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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 대신 형무소, 콘서트 대신 전쟁기념관…'근현대사 투어' 외국인 북적

르데스크 2026-07-22 18:06:4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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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관광객의 한국 여행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K팝 공연과 쇼핑을 중심으로 한 관광에서 벗어나 전쟁기념관과 서대문형무소 등 한국 근현대사의 현장을 직접 찾는 사례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한국전쟁과 일제강점기, 분단의 역사까지 직접 체험하며 한국 사회를 깊이 이해하려는 관광 수요가 확대되면서 국내외 여행업계도 역사 체험 상품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22일 오후 르데스크가 찾은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과 서대문 독립공원은 외국인 관광객들로 붐볐다. 전쟁기념관은 개인과 가족 단위의 외국인 방문객이 곳곳에서 전시를 관람하고 있었고, 서대문형무소 역사관 역시 단체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단순히 유명 관광지를 둘러보는 수준을 넘어 한국의 역사 현장을 여행 일정에 포함시키는 모습이 두드러졌다.


호주에서 온 의사 니콜(25·여)은 한국 여행의 첫 일정으로 전쟁기념관을 찾았다. 그는 "지금의 평화로운 한국 사회를 만든 참전용사들에게 존경을 표하고 싶었다"며 "호주 역시 한국전쟁 당시 유엔군 참전국인 만큼 더욱 뜻깊은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역사 현장을 방문하면 과거를 기억할 뿐 아니라 미처 알지 못했던 사실도 배울 수 있다"며 "DMZ와 서대문형무소도 방문해 한국의 근현대사를 더 자세히 살펴볼 계획이다"고 밝혔다.

 

오스트리아에서 온 대학생 요한나(25·여)는 "평소 한국 역사에 대해 잘 알지 못했는데 전쟁기념관에서 다양한 전시를 보며 새로운 사실을 많이 알게 됐다"며 "참혹했던 역사를 접하며 안타까움을 느끼는 동시에 평화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 22일 전쟁기념관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눈에 띌 정도로 많았다. 사진은 전시를 관람하고 있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모습. ⓒ르데스크

 

독일에서 온 번역가 크리스티안(68·남)은 전쟁기념관과 서대문형무소를 모두 찾았다. 그는 "독일 역시 한때 분단을 경험했던 국가인 만큼 전쟁기념관이 더욱 특별하게 다가왔다"며 "서대문형무소와 독립문에서는 일제강점기 한국이 겪은 아픔과 독립의 역사를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역사를 이해할수록 그 나라를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며 "이번 한국 여행도 한국의 역사를 배우는 데 초점을 맞춰 계획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서 온 제일런(15·여)은 여름방학을 맞아 학교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을 방문했다. 그는 "서대문형무소를 둘러보며 한국의 아픈 역사를 처음 알게 됐다"며 "무거운 마음이 들었지만 한국의 다른 역사와 문화도 더 알고 싶어졌다"고 말했다.

 

르데스크가 만난 외국인 관광객들은 대부분 한국의 역사와 사회를 깊이 이해하기 위해 역사 현장을 찾았다고 입을 모았다. 전쟁기념관에서는 한국전쟁 참전국 출신 관광객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상당수는 전쟁기념관과 서대문형무소를 함께 방문하거나 DMZ까지 여행 일정에 포함시키고 있었다. 역사 유적지가 단순한 관광 코스가 아니라 한국 여행의 주요 목적지로 자리 잡고 있는 셈이다.

  

실제 역사 관광에 대한 관심은 통계에서도 엿볼 수 있다. 전쟁기념관에 따르면 외국인 관람객은 2022년 약 17만명에서 지난해 52만명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방한 외국인 관광객이 크게 늘어난 데다 K-콘텐츠를 계기로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된 관광객들이 역사와 사회까지 이해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 사진 오른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전쟁기념관, 서대문 형무소, 외국인 관광객 제일런의 모습. ⓒ르데스크

 

관광업계도 변화하는 수요에 발맞추고 있다. 국내 여행 플랫폼 트레이지(Trazy)를 비롯해 클룩(Klook), 겟유어가이드(GetYourGuide) 등 해외 여행 플랫폼은 전쟁기념관과 서대문형무소, 독립문 등을 둘러보는 역사 체험 상품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시 역시 문화관광해설사와 함께하는 도보 프로그램과 독립문·서대문형무소를 연계한 역사 탐방 코스를 운영하며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국의 근현대사를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가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라 방한 관광의 질적 변화를 보여주는 현상으로 평가했다. 과거 K팝과 쇼핑 중심이었던 관광이 역사와 문화, 사회를 함께 경험하는 형태로 확대되면서 한국의 역사 자원 역시 중요한 관광 콘텐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고주희 상지대 레저레크리에이션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비극적인 역사를 소비하는 관광이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최근에는 한 국가의 역사를 배우고 이해하는 지속가능한 문화관광으로 성격이 바뀌고 있다"며 "역사 현장을 찾는 외국인들은 단순한 소비보다 한국 사회를 깊이 이해하려는 목적이 뚜렷한 관광객들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방한 외국인들의 관심은 K팝과 쇼핑을 넘어 한국 사회와 문화를 직접 체험하는 방향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역사 관광이 더욱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전문 해설과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역사적 의미와 평화의 가치를 함께 전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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