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우의 핫스팟] 산후조리에 수백 쓰면서 소아청소년과는 사명감으로 버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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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우의 핫스팟] 산후조리에 수백 쓰면서 소아청소년과는 사명감으로 버티라고?

여성경제신문 2026-07-22 17:30:00 신고

3줄요약

"중간만 가자." "모난 돌이 정 맞는다." 이런 처세술을 조기 이수한 우리는 영혼 없는 끄덕임과 '모르는 척'으로 무장한 생존의 고수들이다. 퇴근길 소주 한 잔에 "오늘도 버텼다"며 스스로를 마취하고, "받은 만큼만 일한다"며 핏대 세우는 걸 훈장처럼 여긴다. 그런데 이상하다. 성공했다는 이들의 삶은 왜 우리와 이토록 딴판일까. 어쩌면 우린 그저 거대한 '펜듈럼(Pendulum)'의 진동판 위에서 시키는 대로 춤추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중요하지 않은 일에 공력을 낭비하며 '잉여 포텐셜'을 공급하는 건전지 신세로 말이다. 옳고 그름을 따지는 도덕 교과서 대신, 왜 이 지겨운 장면이 무한 반복되는지 그 메커니즘이 궁금했다. 내게 그 프리즘을 빌려준 바딤 젤란드에게 감사를 전한다. 그의 '트랜서핑' 이론을 메스 삼아 한국 사회를 날카롭게 해부하는 [김현우의 핫스팟]을 시작한다.

아이를 국가의 미래라 부르면서도 소아청소년과 진료비와 보상은 턱없이 낮게 묶어둔 모순이 소아과 폐업과 전공의 기피를 불렀다. 사명감에 기대지 말고 적정 수가와 의료사고 부담 완화, 독립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챗GPT
아이를 국가의 미래라 부르면서도 소아청소년과 진료비와 보상은 턱없이 낮게 묶어둔 모순이 소아과 폐업과 전공의 기피를 불렀다. 사명감에 기대지 말고 적정 수가와 의료사고 부담 완화, 독립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챗GPT

희한한 정비소가 있다. 고객은 모두 수십억원짜리 초희귀 한정판 페라리 차주들. 이들에게 차는 목숨보다 귀하다. 매일 최고급 광택제를 바르고 비라도 올세라 애지중지 닦아댄다. 귀한 차만큼 정비도 아무한테나 맡길 수 없다. 의사로 치면 명의같은 정비사를 찾아간다. 앞서 언급한 정비소가 일명 '페라리 정비 맛집'이다. 한데 페라리 차주들은 정비소만 가면 성격이 이상해진다.

 "내 귀한 차에 흠집 하나라도 나면 당신 전 재산을 압류하겠어!"

그러고는 밤새 엔진을 뜯어고친 정비사에게 수리비로 딱 100만원을 던져준다. 페라리같은 고급 차로서는 동네 자전거포 펑크 떼우는 값이다. 정비사가 황당해하며 항의하면 은근 슬쩍 피한다 "어허, 사람의 이동권은 신성한 것인데 어찌 돈을 밝히는가. 희생과 봉사 정신을 가져야지."

견디다 못한 정비사들은 결국 스패너를 내동댕이치고 옆 동네로 떠난다. 거기서 그들은 더 이상 페라리 엔진을 고치지 않는다. 대신 동네 사람들의 낡은 차에 예쁜 썬팅 필름을 발라주고 두둑한 돈을 받는다. 페라리 차주들은 이제 100만원을 들고 정비소를 찾아 헤매며 "요즘 정비사들은 사명감이 없다"고 분통을 터뜨린다.

‘리얼리티 트랜서핑(Reality Transurfing)’이라는 흥미로운 개념이 있다. 러시아의 양자물리학자 바딤 젤란드가 주창한 이론의 핵심은 이렇다. 현실은 거울과 같아서, 우리가 지속해서 보내는 관심과 선택의 에너지를 그대로 반사한다는 것이다. 이 '거울 원리'에 한국의 소아과 붕괴를 비춰보자.

한국 사회는 입을 모아 "아이 한 명이 기적이고 우주"라고 말한다. 저출생을 막겠다며 수백조원을 허공에 뿌리고, 부모들은 아이가 먹는 유기농 떡뻥과 프리미엄 유모차에 기꺼이 지갑을 연다. 즉, 우리의 아이들은 'VVIP 페라리'다. 그런데 이 귀한 아이의 생명을 다루는 의료행위 앞에서는 갑자기 지독한 자린고비로 돌변한다.

청진기를 대고, 귓속을 살피고, 열이 펄펄 끓는 아이를 달래가며 진단을 내린 대가는 1만원 남짓.

부모가 아이 달래려고 쥐여주는 뽀로로 장난감보다 싸다. 아이의 가치는 하늘을 찌르는데, 정작 그 아이를 살리는 의료서비스의 가치는 바닥에 패대기쳐진 셈이다.

"아이는 귀하지만, 의사에게 돈을 더 주긴 싫다. 휴일 밤에도 당연히 문을 열어야 하지만, 그건 의사의 사명감으로 때워라."

이 뻔뻔한 선택이 수십 년간 누적된 결과가 바로 지금 우리가 목도하는 '소아과 오픈런'과 '전공의 실종 사건'이다.

상황이 이 지경이 되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것이 트랜서핑에서 말하는 '펜듈럼(Pendulum)'이다. 펜듈럼은 사람들의 갈등과 분노를 먹고 자라는 집단적 에너지 구조다. "의사들의 밥그릇 챙기기냐" vs "국가의 필수의료 방치냐"라는 대립 구도는 펜듈럼이 가장 좋아하는 뷔페 식단이다.

논쟁에 불이 붙으면 진짜 해결책인 '원가 보전'이나 '의료사고 위험 완화' 같은 알맹이는 쏙 빠진다. 정부는 국민 눈치를 보며 결정을 미루고, 국민은 의사를 탐욕스럽다 손가락질한다. 의사는 억울함에 몸을 떤다. 모두가 입에 거품을 물고 싸우는 동안, 동네 소아과 간판은 조용히 하나둘씩 떨어져 나간다. 펜듈럼은 문제 해결에는 관심이 없다. 그저 당신들이 계속 싸우며 에너지를 바치길 원할 뿐이다.

트랜서핑에는 '과잉 중요성(Excess Importance)'이라는 법칙도 있다. 어떤 것에 지나치게 집착하면, 우주는 이를 해소하기 위해 정반대의 균형력을 작동시킨다는 것이다. 한국은 오랫동안 '싸고 접근성 좋은 의료'에 과도한 중요성을 부여했다. 싸야 하고, 빠르며, 완벽해야 한다. 이 강박적인 집착은 결국 의료진의 피를 짜내야만 유지되는 구조를 만들었다.

'싼 진료'에 집착하다가 '진료받을 곳' 자체가 증발해 버렸다. 동네 의원을 싼값에 부려 먹으려다 의원이 사라지니, 부모들은 택시비를 수만원씩 내고 대형병원 응급실로 달려가 경증 응급 진찰료를 낸다. 비용을 아끼려다 사회 전체의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폭증하는 완벽한 불균형의 카르마를 맞은 것이다.

전공의들이 소아과를 외면하는 것을 두고 'MZ세대의 이기주의'라 혀를 차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트랜서핑의 '외적 의도(환경이 자연스럽게 목표 방향으로 이끄는 힘)'로 보면, 이들의 이탈은 지극히 합리적이고 정상적인 생존 반응이다. 과거의 선배들이 사명감이라는 '내적 의도'로 적자 늪을 버텼다면, 지금의 젊은 의사들은 냉정하게 구조를 본다.

수련은 고되다. 툭하면 소송에 휘말린다. 미래의 수익은 미용 시술의 발끝에도 못 미친다. 제도가 온몸으로 "여긴 지옥이니 도망쳐라!"라고 신호를 보내는데, 사명감 하나로 불구덩이에 뛰어들라고 등을 떠미는 것은 폭력이다. 사회문제 해결의 청구서를 왜 갓 의사 가운을 입은 20대의 인생으로 결제하려 드는가.

"진료비는 낮아야 하고, 의사는 돈을 밝히면 안 되며, 언제든 문은 열려 있어야 하고, 내 건강보험료는 오르면 안 된다."

이 4가지 모순된 주문을 동시에 외치는 사회는 지구상에 존재할 수 없다. 누군가의 피와 땀을 갈아 넣어 만든 공짜 점심의 유통기한은 끝났다.

산후조리원에 수백만원을 긁으면서 소아과 진료비 몇천원 오르는 것이 싫은 대한민국. 

이 구조를 설계한 국가 시스템의 멱살을 잡아야 한다. 제한된 건보 재정 안에서 소아과와 내과가 서로 파이를 뺏고 뺏기는 투견장(펜듈럼)에서 벗어나야 한다. 진정 아이가 국가의 미래라면, 아이를 살리는 인프라에 독자적인 재원을 투입해야 한다.

'아이를 귀하게 여긴다'는 말이 현실이 되려면, 그 아이의 생명을 다루는 사람들에게도 합당한 가격표를 달아주어야 한다. 페라리를 몰고 왔으면 수표를 끊어라. 계속 자전거 펑크 값만 내밀며 정비사의 희생을 강요한다면, 머지않아 당신의 아이가 아플 때 만날 수 있는 건 폐업 안내문이 붙은 굳게 닫힌 셔터뿐일 것이다.

여성경제신문 김현우 기자
hyunoo9372@seoulmedia.co.kr

*여성경제신문 기사는 기자 혹은 외부 필자가 작성 후 AI를 이용해 교정교열하고 문장을 다듬었음을 밝힙니다. 기사에 포함된 이미지 중 AI로 생성한 이미지는 사진 캡션에 밝혀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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