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문법] 집 판 대통령, 무주택 결단이 ‘무이자 특혜’ 논란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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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문법] 집 판 대통령, 무주택 결단이 ‘무이자 특혜’ 논란으로

투데이신문 2026-07-22 17:18:4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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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겉보다 중요한 건 작동 방식이다. 정치는 말과 행동으로 움직이지만, 그 이면에는 언제나 고유한 ‘문법’이 존재한다. 법과 제도의 언어, 권력의 계산, 대중의 심리, 미디어 전략과 정치 언어 등이 어떤 타이밍에 움직이며, 무엇을 감추고 드러내는지는 단순한 논쟁 너머의 작동 규칙을 따른다.

〈정치문법〉은 한국 정치의 핵심 이슈와 정국 전개를 단순한 사건 나열이 아닌 정치 구조, 전략, 심리, 제도 작동 방식의 측면에서 분석해본다. 정치를 이해하고 싶다면, 정치의 문법부터 파악하라.

이재명 대통령이 21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2026.07.21.<br>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1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애경 발행인】 이재명 대통령이 28년간 보유한 경기 성남시 분당구 아파트를 매각하고 무주택자가 됐다. 부동산 시장 안정을 강조해 온 대통령이 직접 집을 팔았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큰 행보였다. 그러나 매각 과정에서 설정된 채권최고액 17억7000만원의 근저당권이 대통령의 ‘부동산 결단’을 정치적 논란으로 뒤집어 놓았다.

이 대통령 부부는 지난 14일 해당 아파트를 29억원에 매매하는 계약을 맺고 이틀 뒤 매수인에게 소유권을 이전했다. 동시에 이 대통령 부부를 근저당권자로 하는 채권최고액 17억7000만원의 근저당권이 설정됐다. 매수인이 기존 주택을 처분한 뒤 오는 10월 말 미지급 잔금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소유권부터 넘겨준 거래라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문제는 청와대가 이 대통령 부부가 매수인에게 잔금 지급을 유예해 주면서 별도의 이자를 받지 않기로 했다고 밝히면서부터다. 국민의힘은 이를 ‘대출 규제를 우회한 대통령표 사금융’으로 규정했고, 민주당은 재건축 이익까지 포기하며 집을 처분한 대통령의 정책 의지를 야당이 왜곡하고 있다고 맞섰다.

집을 판 행위는 부동산 정책에 대한 책임의 표현이었지만, 집을 파는 방식은 부동산 정책의 공정성을 되묻게 했다. 이번 논란의 정치문법은 거래가 불법이냐 아니냐에만 있지 않다. 국민에게 적용되는 대출 규제와 대통령이 선택한 사적 거래 방식 사이에 존재하는 간격, 바로 그곳에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매각의 명분, 근저당의 역설

근저당권은 채무자가 돈을 갚지 않을 경우 채권자가 부동산을 처분해 우선 변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담보다. 부동산 매매에서 잔금을 나중에 받기로 하고 소유권을 먼저 넘겨줄 경우 매도인이 미지급 잔금을 담보하기 위해 근저당권을 설정하는 거래 자체가 금지돼 있는 것은 아니다.

또한 등기부에 표시된 채권최고액 17억7000만원이 실제 미지급 잔금이나 대출 원금과 정확히 일치하는 것도 아니다. 근저당의 채권최고액은 원금뿐 아니라 연체이자와 비용까지 담보하기 위해 실제 채무보다 높게 설정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17억7000만원을 그대로 빌려줬다’고 단정하는 것은 거래 구조를 지나치게 단순화한 해석이다.

청와대는 매수인이 기존에 거주하던 주택을 매각하지 못해 잔금 마련이 늦어졌고, 재건축 사업 일정상 소유권 이전이 필요해 이 대통령 부부가 매수인의 사정을 배려했다고 설명했다. 매매는 공인중개사를 통해 통상적인 방식으로 이뤄졌으며 매수인과 대통령 사이에 사적 인연이나 특수관계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여기까지는 매도인이 잔금 지급 시기를 늦춰준 민사상 거래다. 그러나 청와대가 “이자를 받지 않기로 했다”고 밝히면서 거래는 단순한 잔금 유예를 넘어 ‘무이자 금융 제공’ 논란으로 번졌다. 금액이 수억원이 아니라 10억원을 훌쩍 넘고, 거래 당사자 중 한 명이 부동산 금융 규제를 지휘하는 대통령이라는 점이 정치적 폭발력을 키웠다.

청와대는 무이자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증여세 문제는 관련 규정에 따라 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타인에게 금전을 무상 또는 적정 이자율보다 낮게 빌린 경우 그에 따른 이익을 증여재산가액으로 보되, 이익이 1000만원 미만이면 과세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규정한다. 실제 과세 여부와 금액은 미지급 잔금과 유예 기간, 법정 적정 이자율 등을 토대로 판단될 사안이다.

민주당의 ‘희생’ 문법

민주당이 꺼내 든 문법은 ‘대통령의 희생’이다. 이 대통령 부부가 1주택 실거주자로서 집을 팔 의무가 없었음에도 부동산 시장 정상화에 대한 의지를 보이기 위해 28년간 거주한 집을 처분했다는 것이다.

청와대도 이 대통령 부부가 시세보다 낮은 29억원에 집을 팔았으며, 1기 신도시 재건축 선도지구 지정에 따른 기대이익까지 포기했다고 강조했다. 집값 상승과 재건축 기대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이익을 더 얻기 위해 버티지 않고 매도를 선택했다는 논리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집을 팔지 않았을 때는 안 판다고 비난하더니, 팔고 나니 판 방식까지 비난한다”고 반격했다. 전용기 민주당 원내소통수석부대표는 국민의힘의 ‘더불어근저당’ 공세에 맞서 당명을 ‘비난의힘’으로 바꾸라고 응수했다.

민주당의 대응에는 부동산 정책과 대통령 개인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상황을 조기에 차단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이 대통령이 비거주 주택과 투기적 부동산 금융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본인 소유 아파트를 계속 보유했다면 정책의 진정성을 둘러싼 논란이 반복될 수밖에 없었다. 무리한 조건을 감수하더라도 집을 팔아야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손해를 감수했다’는 설명만으로는 국민의 의문을 완전히 해소하기 어렵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이 대통령이 매각으로 얼마를 포기했느냐보다, 일반적인 매수자가 은행에서 받을 수 없는 규모의 자금을 대통령 집을 살 때는 매도인이 제공했다는 외관에 있다. 희생 문법이 특혜 인상을 지우지 못하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죄된 '우리 주식시장, 이대로 괜찮은가?: 롤러코스터 삼전닉스 레버리지 ETF' 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br>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죄된 '우리 주식시장, 이대로 괜찮은가?: 롤러코스터 삼전닉스 레버리지 ETF' 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국민의힘의 ‘특혜’ 문법

국민의힘이 구축한 프레임은 명확하다. 국민에게는 대출받아 집을 사지 말라고 하면서 대통령은 자신의 집을 팔기 위해 매수인에게 거액의 신용을 제공했다는 ‘내로남불’이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부모 자식 사이의 무이자 대출도 비정상 거래로 보고 세무조사한다”며 국세청 조사를 주장했다. 정점식 원내대표는 “더불어근저당으로 당명을 바꿔야 할 판”이라고 했고, 주진우 의원은 대통령 집 매수자에게만 은행 대신 대통령 부부가 돈을 빌려준 이유를 밝히라고 요구했다.

이 같은 공세가 힘을 얻는 이유는 정부가 고가 주택에 대한 대출한도를 강하게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의 2026년도 가계부채 관리방안에 따르면 15억원 이하 주택은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6억원, 15억원 초과 25억원 이하는 4억원, 25억원 초과 주택은 2억원으로 제한된다. 29억원짜리 대통령 아파트를 은행 대출만으로 구입하려는 일반 매수자는 최대 2억원이라는 한도를 적용받을 수 있다.

국민의힘은 이 간극을 파고들고 있다. 정부가 금융기관을 통한 고가 주택 대출은 차단하면서 대통령은 사인 간 거래를 이용해 은행 대출한도를 훨씬 뛰어넘는 잔금 지급 유예를 허용했다는 것이다. 법률적으로 가능한 거래라 해도 정책 책임자가 규제의 바깥에 있는 수단을 이용했다는 점을 문제 삼는다.

다만 국민의힘이 이를 곧바로 불법 대출이나 탈세로 규정하는 것은 아직 성급하다. 매수인과의 특수관계가 확인되지 않았고, 근저당권 설정과 잔금 지급 유예는 당사자 간 계약으로 가능하다. 청와대가 관련 세금을 법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밝힌 만큼 실제 신고와 납부가 정상적으로 이뤄진다면 위법성 공세는 힘이 빠질 수 있다.

국민의힘도 이 점을 알고 있다. 야당이 노리는 것은 사법적 결론보다는 정치적 상징이다. 정부가 편법 대출과 이상 거래를 집중 조사하겠다고 강조해 온 만큼 대통령의 거래 역시 동일한 기준으로 검증받아야 한다는 요구를 통해 부동산 정책의 도덕적 우위를 흔드는 전략이다.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지난 19일 부산에서 열린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개회식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br>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지난 19일 부산에서 열린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개회식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법보다 센 ‘공정성 이자’

이번 거래에서 실제로 오가는 이자는 없지만 정치적으로는 상당한 이자가 붙고 있다. 거래가 합법이라는 설명만으로는 대통령에게 요구되는 공정성의 기준을 충족시키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사적 재산권과 계약의 자유도 보호받아야 한다. 매수인의 사정을 배려하고 잔금을 나중에 받는 것이 그 자체로 잘못은 아니다. 오히려 매도인이 위험을 부담하고 소유권을 먼저 넘겼다는 점에서는 이 대통령에게 불리한 계약이라고 볼 여지도 있다.

하지만 대통령의 부동산 거래는 완전히 사적인 거래일 수 없다. 이 대통령이 가계대출을 억제하고 부동산과 금융의 ‘절연’을 강조해 온 정책의 최종 책임자이기 때문이다. 국민이 은행 창구에서 2억원의 대출한도를 통보받는 동안 대통령 아파트의 매수인은 매도인에게 거액의 잔금 유예를 받았다는 장면 자체가 정치적 메시지가 된다.

청와대가 논란을 끝내려면 ‘매수인 사정’이나 ‘정상 거래’라는 원론적 해명에서 더 나아가야 한다. 실제 미지급 잔금, 채권최고액 산정 근거, 잔금 지급기한, 이자 면제에 따른 세무 처리, 주변 시세와 매각가격 산정 과정 등을 개인정보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일목요연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

향후 논란의 크기는 거래의 적법성보다 설명의 투명성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세금 신고와 잔금 지급이 정상적으로 마무리되고 거래 구조가 충분히 공개된다면 야당의 ‘특혜 대출’ 공세는 제한적인 정치 논란에 머물 수 있다. 반대로 해명이 조금씩 바뀌거나 추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난다면 정부가 편법 대출이나 이상 거래를 단속할 때마다 이번 근저당 이슈가 되돌아오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

이 대통령이 매각한 것은 분당의 아파트 한 채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근저당을 설정하려는 대상은 집이 아니라 이재명 정부 부동산 정책의 신뢰다. 대통령이 받지 않기로 한 금융상의 이자보다 더 무거운 정치적 이자가 붙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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