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화·자동화' 물류센터, 화재안전 관리는 '제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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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화·자동화' 물류센터, 화재안전 관리는 '제자리'

한스경제 2026-07-22 17:05: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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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사흘째 화재가 이어지고 있는 인천 서해구 석남동 쿠팡 물류센터에서 소방관들이 진화 작업을 하고 있다. 이번 화재는 발생 61시간 만에 초진됐다./연합뉴스
지난 20일 사흘째 화재가 이어지고 있는 인천 서해구 석남동 쿠팡 물류센터에서 소방관들이 진화 작업을 하고 있다. 이번 화재는 발생 61시간 만에 초진됐다./연합뉴스

| 서울=한스경제 임준혁 기자 | 지난 18일 발생한 인천 쿠팡물류센터 화재를 계기로 국내 초대형 물류시설의 화재 예방과 대응체계를 전면적으로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이커머스 시장의 비약적인 성장과 함께 배송 속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대형 물류센터 증설이 이어지는 가운데 초대형 물류시설의 특성을 반영한 방재 체계도 함께 고도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8일 오전 6시 54분께 인천 서해구 석남동 쿠팡물류센터에서 발생한 불은 61시간 만인 20일 오후 8시께 초진됐다.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가 운영하는 연면적 29만9000㎡ 규모의 이 초대형 물류시설 내부에는 생활용품과 포장재 등 다량의 가연물이 적재돼 있었고 복잡한 내부 구조와 높은 층고 등으로 진화에 오랜 시간이 걸렸다.

▲ 인천 쿠팡물류센터, 지난 2020년 건축허가

물류센터 내부의 높은 랙(선반)마다 상품이 빽빽하게 적재된 구조도 불길이 빠르게 번진 요인으로 지목됐다. 여기에 적재 공간을 늘리기 위해 건물 내부에 중간층을 둔 메자닌(복층) 구조는 동선을 복잡하게 만들어 소방대원의 화점 접근과 진화 작업을 제약했다는 지적이다.

이번 화재도 스프링클러는 작동했지만 3단 랙 구조에 생활용품 등 다량의 가연성 물질이 가득 적재돼 있어 효과적인 초동 진화에 한계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21년 경기 이천 덕평 쿠팡 물류센터 화재 이후 정부는 물류창고 화재 특성을 반영해 강화된 물류시설 화재안전기준(NFTC 609)을 마련하고 2024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2년 전부터 시행 중인 창고시설 화재안전기준에는 스프링클러 설치 기준 강화와 방화구획 개선, 화재안전관리 강화 등이 담겼다.

일반형보다 방수량이 많은 라지드롭형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하고 랙식 창고는 랙 높이 3m 이하마다 스프링클러 헤드를 추가 설치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문제는 2020년 건축허가를 받은 인천 쿠팡물류센터가 강화된 화재안전기준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데 있다.

▲ 전국 물류창고 5948개 중 72.7% 2024년 이전 등록

국토교통부 국가물류통합정보센터에 따르면 전국에 등록된 물류창고는 총 5948곳이다. 이 중 72.7%에 달하는 4325곳은 2024년 물류시설 화재안전기준 강화 이전에 등록된 시설이다. 강화된 기준은 기존 시설에는 원칙적으로 소급 적용되지 않는 만큼 노후 물류시설의 안전 수준을 높일 수 있는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소방청 관계자는 "2024년 이전 건축허가를 받은 창고시설은 일반 건축물과 비슷한 수준의 스프링클러 기준을 적용받았다"며 "당시에는 분당 80리터 수준의 방수량을 기준으로 했지만 2024년 이후부터는 분당 160리터 수준의 라지드롭형 스프링클러를 사용하고 방수 지속시간도 20분에서 60분으로 늘어나 소화 성능이 크게 향상됐다"고 설명했다.

22일 잔불 정리 중인 인천 쿠팡 물류센터./연합뉴스
22일 잔불 정리 중인 인천 쿠팡 물류센터./연합뉴스

전체 등록 물류창고의 70%가 넘는 2024년 이전 건축허가 취득 시설에 대해선 "강화된 기준을 기존 시설에 일괄 적용하려면 매우 큰 규모의 수조를 추가로 설치해야 하고 배관과 펌프 등 소방설비도 전면 교체해야 한다"며 "건축 구조상 보강이 쉽지 않은 시설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 기존 시설, 강화된 화재안전기준 적용 ‘산넘어 산’

업계에서는 건축, 소방, 기계구조, 물류 등의 분야 전문가들이 낮은 수준의 화재안전기준이란 굴레를 벗어나가 위해 서로 머리를 맞대면서 2024년 이전 등록된 물류창고가 안전관리의 사각지대에 내몰리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물류시설의 구조적 변화도 화재 대응체계 개선의 당위성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최근 물류센터는 새벽배송과 당일배송 서비스 확대에 맞춰 수십만㎡ 규모의 초대형 시설로 조성되는 추세다. 이와 동시에 컨베이어 시스템, 물류로봇, 리튬이온 배터리 충전시설 등 자동화 설비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최근 주요 이커머스와 3자물류(3PL) 기업들은 배송 효율을 높이기 위해 물류 거점을 통합하고 자동화 설비를 확대하면서 물류센터의 초대형화를 추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물류·유통기업들이 배송 시간 단축과 물류비 절감을 위해 여러 권역으로 분산됐던 물류 기능을 대형 거점으로 통합하는 추세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쿠팡은 현재 전국 30여개 도시에 200여개의 풀필먼트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CJ대한통운과 한진, 롯데글로벌로지스도 각각 200개 안팎의 물류센터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 기존 시설 방화구획 개선 등 단계적 보완 우선 추진

자동화 설비와 배터리 사용 확대는 기존 창고 화재와는 다른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공산이 큰 만큼 이에 맞는 안전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동형 물류로봇에 리튬이온 배터리가 사용되는 만큼 배터리 상태를 실시간으로 점검하고 충전구역을 분리하는 등 자동화 수준에 맞춘 안전대책의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이번 화재 사건을 계기로 물류시설의 변화 속도를 충분히 따라가지 못하는 현행 화재안전 기준을 대폭 개선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후속 대책 마련 차원에서 기존 물류시설에 대한 소방설비 보강과 방화구획 개선을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한편 초대형 자동화 물류시설 특성을 반영한 화재안전 기준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자동소화설비와 연기 제어설비 확충, 인공지능(AI) 기반 화재 감지시스템 도입, 리튬이온 배터리 충전시설 안전관리 강화 등도 검토 과제로 거론된다.

▲ 초대형 자동화 물류시설 특성 반영, 새  기준 마련 시급

소방 대응체계 개선 필요성도 함께 제기된다. 전국 주요 물류센터의 구조와 적재 현황을 데이터베이스화해 소방 당국과 공유하고 초대형 물류시설을 가정한 합동훈련과 현장 대응 매뉴얼을 정례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기존 물류시설의 안전성을 끌어올릴 제도적 보완책도 병행돼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전기 화재를 예방하기 위해 아크 차단기 설치를 확대하고 콘센트 화재를 막기 위한 소화 패치 등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며 "선반마다 스프링클러가 직접 물을 뿌릴 수 있도록 하는 등 물류창고 특성에 맞는 안전대책을 지속적으로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물류센터 화재 사고의 주무 부처인 국토부는 지난 20일 행정안전부, 소방청, 건설기준연구원, 민간 전문가, 물류업계 관계자 등이 참여한 회의를 갖고 '물류시설 화재 안전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국토부는 TF 활동을 통해 물류시설 안전관리 체계를 점검하고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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