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노사가 지난해 10년간 유지하기로 합의했던 성과급 제도를 올해 다시 협상하면서 임금·단체협약의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전날 충북 진천상공회의소에서 한국노총 소속 전임직 노조와 집중 실무교섭을 진행했다. 민주노총 소속 기술사무직 노조도 같은 날 별도로 교섭을 이어가며 성과급 지급 방식과 복지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집중교섭은 지난 14일 열린 3차 본교섭에서 노사가 성과급 지급 방식과 주요 협상안에 대해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마련됐다.
가장 큰 쟁점은 회사가 새롭게 제안한 성과급 지급 방식이다. 구체적인 안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성과급 일부를 의무적으로 자사 주식으로 지급하는 방안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즉각 반발했다. 지난해 어렵게 합의한 성과급 제도의 취지 자체를 훼손하는 내용이라는 이유에서다. 사무직 노조 역시 성과급 기준을 변경해 직원들에게 불이익이 발생하는 방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조는 최근 내부 질의응답을 통해 회사의 첫 제안에 대해 "놀랄 정도로 터무니없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외부에 알려진 내용보다 실제 제안 수준이 더 낮았다며 회사가 기존 약속을 사실상 뒤집으려 한다고 비판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20일 경기도 화성시 동탄구 나래울종합사회복지관에서 열린 전국상의 ERT 공동챌린지 '복지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간담회 및 기부금 전달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6.7.20/뉴스1
지난해 합의한 PS 제도…무엇이 달라지나
SK하이닉스 노사는 지난해 장기간 이어진 협상 끝에 초과이익분배금(PS) 제도를 개편했다.
PS는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직원들에게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제도다. 당시 노사는 영업이익의 10%를 재원으로 사용하고 지급 한도를 없애는 대신 해당 제도를 향후 10년간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또 지급 방식도 정했다. 성과급의 80%는 당해 연도에 현금으로 지급하고 나머지 20%는 2년에 걸쳐 나눠 지급하는 구조다.
당시 합의는 반도체 업계에서도 파격적인 성과보상 제도로 평가받았다. 실적이 크게 개선될 경우 직원들도 그만큼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상한선을 없앤 것이 핵심이었다.
하지만 회사가 불과 1년 만에 지급 방식 변경을 제안하면서 노조는 지난해 합의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고 보고 있다.
성과급 규모 커질수록 갈등도 확대
올해 성과급 문제가 다시 불거진 가장 큰 이유는 실적이다.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가 AI 메모리 시장 호황에 힘입어 역대 최대 수준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영업이익이 크게 증가하면 PS 재원도 함께 늘어난다.
성과급 규모가 커질수록 회사 입장에서는 현금 유출 부담도 함께 증가한다. 업계에서는 회사가 일부를 주식으로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배경에도 이러한 부담이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현금 대신 주식을 지급하면 대규모 현금 유출을 줄일 수 있고, 임직원이 장기적으로 회사 성장에 함께하도록 유도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반면 직원들은 실제 생활비와 주택 마련, 교육비 등에 사용할 수 있는 현금 보상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주식은 향후 주가 변동에 따라 가치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확정적인 보상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특히 의무적으로 주식을 받아야 한다면 직원이 원하는 시점에 현금을 확보하기 어렵고, 주가가 하락할 경우 실제 보상 가치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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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 회장 "성과급이 이해관계자의 행복을 깬다면, 바꿔야 한다"
최 회장은 지난 15일 제주신라호텔에서 열린 대한상공회의소 제주포럼 기자간담회에서 SK하이닉스 성과급 지급 방식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처음으로 공식 입장을 밝혔다.
최 회장은 "구성원의 행복도 중요하지만 이해관계자 모두가 함께 지속가능한 방향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I 반도체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 속에서 생산능력 확대와 가격 안정이 한국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는 점도 거듭 강조했다.
최 회장은 성과급 제도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다만 제도를 운영하는 과정에서는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며, 변화된 환경에 맞춰 지속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회사의 존재 목적은 결국 구성원의 행복"이라면서도 "그 행복은 고객과 주주, 협력사, 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신뢰 속에서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특정 제도가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을 훼손하고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떨어뜨린다고 판단된다면 당연히 손질할 필요가 있다"며 "반대로 긍정적인 효과도 분명 존재하는 만큼 충분한 논의와 공감대 형성이 선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성과급 논란이 단기간에 결론날 문제는 아니라며 노사와 구성원들이 충분한 대화를 통해 합리적인 해법을 찾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주식 성과급, 국내 기업들도 확대하는 추세
최근 국내 대기업들은 임직원 보상 체계를 현금 중심에서 주식 보상으로 다양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주식 보상은 기업 가치 상승에 따라 직원도 함께 성과를 공유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해외 글로벌 IT 기업에서는 오래전부터 스톡옵션이나 제한조건부주식(RSU) 등이 핵심 보상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
국내에서도 일부 기업들이 핵심 인재 확보와 장기 근속 유도를 위해 주식 보상을 확대하고 있지만, 기존 현금 성과급을 주식으로 대체하는 문제는 노사 갈등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적지 않다.
직원 입장에서는 동일한 성과를 냈는데도 현금 대신 주식을 받게 되면 체감 보상이 줄었다고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회사는 장기 성장과 인재 유지를 위해 주식 보상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결국 주식 보상은 기업의 성장성과 직원의 보상 만족도를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만큼 충분한 노사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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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확대'도 핵심 협상 의제
이번 임단협에서는 성과급 외에도 복지 개선이 주요 협상 과제로 논의되고 있다.
특히 노조는 주택자금 지원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올해 최대 5억원 규모의 사내 주거안정 대출 제도를 도입한 만큼 SK하이닉스 역시 사내근로복지기금을 활용한 주택자금 지원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하이웰포인트 확대, 연금 지원, 교대수당 개선 등 실질적인 생활 여건을 높일 수 있는 복지 제도가 협상 테이블에 올라와 있다.
노조는 최근 반도체 업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진 만큼 높은 임금 인상보다는 직원들이 체감할 수 있는 복지 확대에 협상의 무게를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SK하이닉스는 민주노총 기술사무직 노조와 한국노총 전임직 노조가 각각 별도로 교섭하는 복수노조 체제를 운영하고 있다.
노사는 조만간 4차 본교섭을 열어 성과급 지급 방식과 복지 확대 방안 등에 대한 협상을 이어갈 예정이다. AI 반도체 호황으로 사상 최대 실적이 예상되는 가운데 성과를 어떤 방식으로 직원들과 나눌 것인지가 올해 임단협의 최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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