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혈세 좀먹는 원구성 협상 그만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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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혈세 좀먹는 원구성 협상 그만하자

이데일리 2026-07-22 15:58:3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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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49일. 현 22대 후반기 국회가 국회의장 선출부터 상임위원장 선출까지 완료해 일할 채비를 갖추는 ‘원구성 협상’에 걸린 기간이다. 조정식 국회의장은 지난달 5일 본회의에서 선출됐고 여야는 49일만인 오는 23일 본회의에서 야당몫인 7개 상임위원장을 선출하면서 원구성 협상을 마무리 지을 예정이다. 양당이 선거관리위원회 특검법에 합의하면서다. 그 사이 여야는 본회의 직전 문지기 역할을 하는 법사위원장을 서로 차지하겠다며 맞섰고, 49일간 국회의원은 있되 국회는 돌아가지 않는 ‘개점휴업’ 상태가 지속됐다.

(서울=연합뉴스) 배재만 기자 =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오른쪽)와 국민의힘 정점식 원내대표
(서울=연합뉴스) 배재만 기자 =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오른쪽)와 국민의힘 정점식 원내대표


이 기간 299명 국회의원에게는 64억원이 넘는 세비가 지급됐다. 올해 국회의원 연봉이 1억6000억원 것을 감안한 수치다. 국회에서는 토론회도 열렸고 국정조사도 진행돼 국회의원이 아무 일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가장 중요한 법안 처리와 심사, 상임위 활동 등 핵심 의정활동은 이뤄지지 않았다. 22일 기준 본회에 부의된 안건은 71건이다. 더구나 이는 스스로 만든 국회법을 위반한 일이다. 국회법에는 상임위원장은 최초 집회일에서 3일 이내에 선출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원구성 협상이 게걸음을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3대 국회(1988년)부터 22대 상반기 국회(2024년)까지 국회 원 구성 협상에는 평균 41.6일이 걸렸다. 22대 후반기까지 감안하면 42일도 더 늘어난다. 제때 원구성을 마친 적이 거의 없다는 얘기다. 늑장국회가 반복되는 것은 상임위원장 배분이 오로지 협상에만 맡겨져 있어서다. 국회법에는 명시적 배분 방식이 없어 여야 논의가 원활하지 못하면 원구성도 늦어질 수밖에 없다.

해외에서는 제도적으로 이 문제를 푸는 곳이 적지 않다. 우리와 비슷하게 원내 의석에 기초하면서도 상임위원장을 공식으로 선출하는 곳이 있다. 독일·핀란드·오스트리아·스웨덴 등이다. 미국은 아예 양원 모두 다수당이 상임위원장을 전부 차지해 원구성을 둘러싼 문제 자체가 없다. 우리처럼 협상을 통해 원구성을 하는 나라(영국, 벨기에, 덴마크, 스페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국내와 같이 장기간 원구성이 안 되는 사례는 찾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 설명이다.

같은 문제가 반복된다면 상임위원장 배분 방식을 바꿔야 한다. 제1당이 국회의장, 제2당이 법사위원장을 갖는다고 부분 제도화를 하든, 해외처럼 전체에 적용하는 상임위원장 배분 방식을 택하든 규칙을 만들어야 한다. 스스로 자율적 운용을 통해 합리적 선택을 하지 못하는 곳에는 손발을 묶는 것이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이마저도 쉽지 않다면 4년 임기 동안 원구성 협상을 1회로 줄여야 한다. 현재 국회의장, 상임위원장 임기는 2년이라 상반기, 하반기 2차례 걸쳐 협상을 다시 하면서 피로도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의원들간 ‘자리 나눠먹기’ 행태로 해외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방식이라고 지적한다. 과거에는 여야가 늑장 개원 때 세비를 모아 기부를 하거나 국회사무처에 반납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이제 그런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여야 모두 서로를 향해서만 매서운 비판의 칼을 대지 말고 스스로에게도 엄격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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