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겨진 과제들①] 장윤기 사건으로 재점화된 '보완수사권' 공방…피해자 보호는 어디에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남겨진 과제들①] 장윤기 사건으로 재점화된 '보완수사권' 공방…피해자 보호는 어디에

위키트리 2026-07-22 13:41:00 신고

3줄요약

광주 여학생 고(故) 이채원양이 살해된 이른바 '장윤기 사건'이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를 둘러싼 공방에 불을 붙였다. 현직 경찰관인 장윤기 아버지와 수사팀 간 유착 및 증거 인멸 의혹이 검찰의 보완수사를 통해 발각되면서다. 이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보완수사권 폐지를 골자로 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발의하며 검찰개혁의 '마지막 퍼즐'을 완성하겠다는 강경한 의지를 드러냈다. 국민의힘은 보완수사권이 피해자들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 맞서며 여론전에 나섰다. 그러나 이 논쟁 테이블에는 피해자 권리 구제와 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 예방 시스템에 대한 진정성 있는 논의는 빠져있는 실정이다.

장윤기가 14일 오전 광주 서부경찰서에서 검찰에 송치될 당시 자료사진. / 뉴스1

형사소송법 개정안, '검수완박'의 완성?

김승원·김한규·박상혁·이해식 민주당 형사소송법 개정 TF 의원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제출했다. / 뉴스

민주당 형사소송법 개정 태스크포스(TF) 소속 의원들은 지난 9일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10월로 예정된 검찰청 폐지 및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 출범과 맞물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완성하겠다는 구상이다.

개정안은 검사의 수사권을 규정하는 형사소송법 제196조를 삭제하는 것이 핵심이다. 형사소송법 196조는 경찰이 송치한 사건에 대해 해당 사건의 동일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검사가 수사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개정안은 이를 전면 삭제했다. 대신 경찰에 대한 보완수사요구권과 시정조치권, 재수사요구권을 강화하는 것을 보완책으로 했다.

이에 따라 검사가 보완수사를 요구하면 경찰이 반드시 이행할 의무를 진다. 수사 지연을 막기 위해 경찰은 보완수사 요구를 받은 날로부터 1개월 이내 수사를 완료해야 한다. 공소시효가 임박한 사건 등 검사가 판단했을 때 긴급한 사건은 1개월보다 더 짧은 기간으로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다. 보완수사 기간이 더 필요한 경우에는 1회에 한해 연장할 수 있다.

보완 수사 담당 경찰이 정당한 이유 없이 요구를 불이행할 경우에는 공소청장이 담당 수사관의 직무배제, 교체, 징계를 요구할 수 있다. 특정 수사관서에서 공정한 보완수사 이행이 어렵다고 판단될 때는 공소청장이 수사관서를 직접 지정할 수도 있다.

'장윤기 사건'의 후폭풍

AI툴로 생성된 일러스트 이미지.

그러나 연일 '장윤기 사건'의 파장이 커지며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한 정당성이 흔들렸다. 지난 5월 5일 새벽 광주 광산구에서 20대 남성 장윤기는 10대 여학생 고(故) 이채원양을 흉기로 살해했다. 경찰은 이 사건을 일반 살인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했다.

사건은 보완수사를 통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광주지검은 보완수사에서 성범죄 목적 정황을 추가 확인해 장윤기의 혐의를 '강간 목적 살인'으로 변경하고 지난달 구속기소했다. 일반 살인은 형량의 하한선이 징역 5년 이상이다. 강간살인은 사형 또는 무기징역만 가능해 훨씬 무겁다.

특히 파장을 부른 것은 경찰의 의도적인 부실 수사와 유착 의혹이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장윤기 사건 진상규명' 특별수사단이 15일 발표한 중간 수사 결과에 따르면, 장윤기 사건을 담당한 광산경찰서 형사과 소속 강력팀장 박모 경감은 초기 수사 과정에서 강간살인죄 적용을 막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박 경감은 강간 목적의 중요한 증거물이 되는 리얼돌과 케이블타이 등을 장윤기 주거지와 차량 수색 과정에서 발견했으나 압수하지 않았다. 케이블타이가 촬영된 현장 영상 삭제를 지시한 것은 물론, 주요 증거물을 확보하지 않고 장윤기의 집 비밀번호와 차량 키를 아버지에게 전달하라고 수사팀에 지시했다. 이 밖에도 박 경감은 스토킹 범죄를 반영한 수사보고서에 특정 내용을 빼도록 하거나 범죄분석보고서에서 '성적 목적'을 배제하도록 지시하는 등 "성적으로 몰아가지 말라"고 조사 범위를 제한한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에 장윤기 아버지가 현직 경찰 신분인 것으로 드러나며 수사팀과의 유착 의혹은 더욱 커진 상황이다. 수사팀원 A경사는 장윤기 아버지와 수차례 통화하며 압수수색과 구속계획 등 수사 기밀 사항을 알려준 혐의를 받고 있다. 두 사람은 2024년부터 약 6개월간 같은 지구대에서 함께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과 검찰은 광주 광산경찰서장과 형사과장 등 윗선의 개입 여부도 확인하고 있다.

민주당 내부서 균열…국민의힘도 맞불

홍기원 민주당 의원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 보완수사권 일부 존치 내용을 담은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제출하고 있다. / 뉴스1

장윤기 사건은 경찰 수사에 대한 불신을 키웠다. 검찰의 보완수사요구권만으로 제2의 장윤기 사건을 걸러낼 수 있는지에 대한 물음으로 이어졌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균열이 일었다.

홍기원 의원 등 11명의 민주당 의원은 14일 특정강력범죄와 스토킹, 아동·장애인·노인 학대 등 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와 보이스피싱 등 민생침해범죄, 신속한 처리가 필요한 사건 등에 한해 보완수사권을 허용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별도 발의했다.

홍 의원은 기자회견을 통해 "보완수사를 전면 금지한 결과 단 한 명이라도 억울한 피해자가 발생한다면 그것을 과연 성공한 개혁이라고 말할 수 있겠느냐"며 "국민의 권리와 안전을 지키는 제도, 피해자가 억울하지 않은 형사사법체계를 만드는 것이 우리가 추진해야 할 진정한 검찰개혁의 방향"이라고 말했다.

반면 당내 강경파 의원들은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 목소리를 이어가고 있다. 추미애 경기지사는 19일 페이스북에서 홍 의원의 발의안에 대해 "이제까지의 노력을 무위로 돌리고 문재인 정부 이전으로 회귀하게 되는 것"이라며 "왜냐하면 기소권을 독점하면서 기소 편의주의를 가지고 사건을 왜곡하거나 입맛대로 골라 선택적 기소를 하는 제도를 그대로 두면서 수사권을 인정하자는 것은 위험천만하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관련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여론전에 나섰다. 여기에 형사소송법·공소청법·중수청법 개정안을 묶은 이른바 '범죄 피해자 보호 3법'을 당론 발의하며 맞불을 놨다. 주요 내용으로는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유지하고 경찰과 공수처가 송치한 사건과 수사기관 공무원의 관련 범죄 등에 대해 검사가 보완수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공소청법·중수청법 개정안에는 10월로 예정된 공소청과 중수청 출범 시기를 2027년으로 1년 연기하는 내용도 담겼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장윤기 사건이 드러낸 수사 공백과 보완수사권의 필요성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뉴스1

남겨진 과제들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자료사진. / 뉴스1

여론의 무게추는 보완수사권 폐지론에 우호적이지 않다. 한국갤럽이 지난 14일부터 16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17일 발표한 결과, '경찰 견제와 부실수사 방지를 위해 보완수사권을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이 61%를 차지했다. '수사·기소 분리 원칙에 따라 전면 폐지해야 한다'는 응답 23%를 크게 앞선 수치다. 민주당 지지층(403명) 안에서도 유지가 46%로 폐지 39%보다 우세한 모습을 보였다. 해당 조사는 무작위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조사원 인터뷰(CATI)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1.1%,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p다.

이같은 배경은 보완수사권 폐지가 미칠 현실적인 파장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먼저, 사건 처리 속도 지연에 대한 문제가 제기된다. 경찰과 검찰 사이를 오가는 '사건 핑퐁'만 심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검찰청 통계에 따르면 2021~2025년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 사건 중 경찰이 이행 시한인 3개월을 초과해 처리한 사건은 총 19만 8755건으로 알려졌다. 전체 사건의 38.8%에 달하는 수치로 보완수사 요구 사건 10건 중 4건는 이미 지연되고 있는 셈이다. 보완수사 요구를 1개월 이내에 이행한 사건은 13만 9912건으로 전체의 27.3%에 불과했다.

또한 대구지검 분석에서는 지난해 보완수사 요구 사건의 평균 회신 기간은 53.2일이 걸렸다. 최장은 381일이 소요되기도 했다. 민주당 TF안의 1개월 내 보안수사 완료 기한이 실무적으로 가능한지에 대한 의문이 뒤따르는 이유다.

이 가운데 보완수사 요구 사건은 증가 추세다. 19일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인 1~6월 검찰이 경찰로 보완수사를 요구한 건수는 총 6만 5913건으로 집계됐다. 2021년 8만 7173건이었던 보완수사 요구 건은 2025년 11만 623건을 기록하며 4년 새 27.2% 늘었다.

보완수사권 폐지 이후 사건 적체와 처리 지연이 심화되며 그에 따른 고통은 고스란히 피해자들에게 전가될 것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지만, 정작 실효성 있는 해법은 부족한 실정이다.

19일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기반한 그래프 자료사진. 올해 상반기인 1~6월 검찰이 경찰로 보완수사를 요구한 건수는 총 6만 5913건으로 집계됐다. 2021년 8만 7173건, 2022년 10만 3185건, 2023년 9만 9888건, 2024년 10만 4674건, 2025년 11만 623건으로 나타났다. / 위키트리

사건 암장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경찰 조직이 의도적으로 은폐한 사건에 대해 검사가 문서 기록만을 보고 단서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인지, 다시 수사를 요구한 사건이 더 치밀하게 조작될 가능성은 없는지에 대한 문제가 제기된다.

국무총리실 산하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장을 지낸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근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장윤기 사건과 같은 경우는 묻힐 가능성이 크다. 그런 사건은 보완수사요구론 좀처럼 발견이 안 된다"며 "조직적으로 은폐된 사건은 기록에 허점을 남기지 않는다. 단서는 직접 수사할 때 나온다. 기록만 보아서는 보완수사 요구를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다른 게시글에서는 "보완수사를 완전히 폐지하려면 검사에게서 수사권 조항 하나를 지우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구속 피의자의 인치, 검사의 구속기간, 영장청구, 영장집행의 주체와 책임까지 구속제도 전체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며 "지금의 논의를 보면 이런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그저 '검사는 수사하면 안 된다'는 결론을 먼저 세워놓고 현행 조문을 부분적으로 뜯어고친 정도다. 이래서는 제대로 된 형소법을 만들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순간에도 사회에는 촌각을 다투는 사건과 피해자들이 생겨난다. 보완수사권을 둘러싼 공방이 검찰과 경찰의 권력 배분 문제로만 소비되면 정작 피해자 보호를 위한 다각도의 논의는 뒤편으로 밀려난다. 국민이 불안하지 않고, 피해자가 억울하지 않을 안전장치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에 대한 정치권의 진정성 있는 논의가 당부되는 이유다.

Copyright ⓒ 위키트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광고 보고 계속 읽기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