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취업을 준비하는 대학생들을 코칭하다 보면 가장 많이 듣는 단어가 전문성과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밸이다. 전문 지식을 쌓으면서 워라밸도 지키고 싶다는 마음은 누구나 원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둘을 동시에 얻기 위해서는 시간과 노력 그리고 때로는 어느 정도의 희생이 필요하다. 사업에서 시장 점유율과 영업이익을 동시에 크게 늘리기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다.
프랑스 철학자 사르트르가 했다고 알려진 말 중에 '인생은 B와 D 사이의 C'라는 문구가 있다. 탄생(Birth)과 죽음(Death) 사이는 결국 선택(Choice)의 연속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돌아보면 선택은 태어나서 눈을 감는 날까지 단 하루도 우리 곁을 떠난 적이 없다. 학교와 전공부터 취업·이직·배우자 선택까지 삶의 모든 순간이 선택이다.
선택은 머무는 자리가 아니라 지나가는 과정
이 말에서 알파벳의 자리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C(선택)의 자리는 하필 B와 D 사이다. 선택은 B와 D 사이 어딘가에 자리 잡고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그 사이에서 탄생 아니면 죽음으로 늘 걸어가야 하는 과정이다. 즉 선택은 머무는 자리가 아니라 지나가는 자리다.
선택이란 나에게 딱 맞는 무언가가 내 앞에 준비되어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어느 한쪽으로 치열하게 걸어가야 하는 일이다. 20대와 30대의 젊은 시절에는 이 양 끝의 선택지가 전혀 다른 세계처럼 보이고 심리적으로 아득히 멀게 느껴진다. 그 아득함 때문에 우리는 흔히 둘 사이 어딘가에서 적당히 균형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동그라미도 아니고 엑스도 아닌 세모 같은 선택 말이다.
하지만 살아보니 그런 세모는 오래 버티지 못한다. 특히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시기에는 더욱 그렇다. 둘 다 놓치지 않겠다는 선택은 종종 아무것도 깊이 갖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어느 한쪽을 온전히 고르는 것이 정답이고 둘 사이에서 적당히 걸치는 것이 오답에 가까울 만큼 세상은 만만치 않다.
기준이 모호하다면 닮고 싶은 사람을 보라
그렇다면 무엇을 기준으로 걸어갈 방향을 정해야 할까. 진로를 이야기할 때는 흔히 자신의 가치관이나 흥미 그리고 강점을 보라고 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정작 자신의 가치관이 무엇인지, 무엇에 흥미가 있는지 모르는 사람이 많다. 배우자를 고르는 일처럼 몇 가지 잣대만으로는 답이 나오지 않는 선택도 있다.
그럴 때는 내가 닮고 싶은 사람이 어느 쪽에 서 있는지 물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그 사람이 몸담은 분야와 어울리는 사람들, 그리고 그 사람이 보내는 하루가 어느 쪽에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닮고 싶은 사람이 특정 방향의 삶을 살고 있다면 나의 방향도 그곳일 가능성이 크다. 본보기(롤모델)란 내가 아직 말로 정리하지 못한 가치들을 이미 삶으로 보여주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자신이 말하는 가치보다 오래 바라보는 사람을 더 많이 닮아간다.
선택의 완성은 결심이 아닌 반복되는 습관
방향을 골랐다면 그때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선택을 했다면 그 선택에 맞는 습관을 몸에 익혀야 한다. 선택은 그날 하루의 결심이 아니라 그 이후 매일의 습관으로 완성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습관이 쌓여 내가 온전히 그 선택에 어울리는 사람이 되었을 때 비로소 선택 하나가 마무리된다.
신기하게도 하나를 충분히 이룬 뒤에는 예전에 양자택일해야 했던 것들이 더 이상 두 가지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문제가 아니게 된다. 전문 지식을 충분히 쌓은 사람은 워라밸을 스스로 만들 수 있는 선택지가 생기고 실력을 갖춘 사람은 일하는 방식을 고를 여유도 생긴다. 예전에는 양극단으로 멀게만 느껴졌던 거리들이 어느새 가까워져 있는 것이다.
둘 다 가지려는 사람은 그 사이에서 오래 서성이고 하나를 온전히 이룬 사람은 나머지와의 거리를 좁힌다. 이것이 삶의 선택에서 작용하는 셈법이다. 지금 선택을 고민하고 있다면 그것은 가볍게 살지 않겠다는 의지이기에 안심해도 좋다. 아득해 보여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방향을 정했다면 그 방향으로 살아가는 습관을 만들고 그 습관을 믿으며 걸어가야 한다. 어느 날 뒤돌아보면 멀게만 보였던 목표들이 생각보다 가까워져 있는 자신을 만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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