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이준섭 기자] ‘시간추적자 설록’이 역사 속 권력과 무속의 얽힌 관계를 파헤치며 묵직한 여운을 남겼다. 장항준은 조선을 뒤흔든 무녀의 이야기에 깊은 답답함을 드러냈다.
지난 21일 방송된 SBS Plus ‘시간추적자 설록’ 2회에서는 세계사와 한국사의 흥미로운 공통점이 공개됐다. 미국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 독일의 아돌프 히틀러, 조선의 명성황후까지, 서로 다른 시대와 국가를 대표하는 권력자들이 ‘무속’과 연결되어 있었다는 사실이 시선을 끌었다. 이날 방송에는 배우 정영주, 역사학자 계승범, 심리학자 조영은이 출연해 정치 권력과 비선 영향력에 대한 이야기를 확장했다.
가장 먼저 언급된 사례는 레이건 행정부였다. 백악관 내부에서 점성술이 일정 결정에 활용됐다는 내용이 공개되며 출연진을 놀라게 했다. 점성술사 조앤 퀴글리는 대통령 피격 사건 이후 불안에 빠진 영부인의 심리를 파고들었고, 이후 주요 일정과 정치적 판단에까지 관여한 인물로 소개됐다. 특히 대통령의 일정을 색으로 구분한 ‘운세 달력’이 존재했다는 대목은 충격을 더했다. 정영주는 “이 한 장의 종이가 세계사의 방향을 바꾼 셈”이라며 믿기 힘들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어 히틀러와 관련된 인물 에릭 얀 하누센의 이야기가 전개됐다. 하누센은 점성술사이자 대중 심리를 조작하는 데 능했던 인물로, 히틀러를 정치 무대의 중심으로 끌어올린 배경 인물로 지목됐다. 그는 히틀러에게 연설 기법까지 전수하며 대중을 사로잡는 방법을 설계했다. 봉태규는 “이 정도면 히틀러보다 더 위험한 인물처럼 느껴진다”고 말하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하누센의 최후는 아이러니를 남겼다. 히틀러가 권력을 잡은 직후 그는 의문의 죽음을 맞았고, 그 배경을 둘러싼 다양한 해석이 제시됐다. 장항준은 “괴물을 만들어낸 사람이 결국 그 괴물에 의해 사라진 셈”이라며 영화적 비유를 덧붙였다.
방송의 후반부는 조선 말기로 옮겼다. 명성황후와 무녀 진령군의 관계가 집중적으로 조명됐다. 국가적 위기 속에서 무속에 의지한 선택이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전해졌다. 특히 ‘금강산 1만 2천 봉 쌀 사건’은 충격적인 일화로 소개됐다. 세자의 병을 낫게 하기 위해 전국에서 쌀을 모아 제사를 지내려 했다는 이야기였다.
출연진은 한목소리로 당시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썬킴은 “국가 운영 자체가 흔들린 사례”라고 설명했고, 장항준은 “백성들의 삶은 외면된 채 엉뚱한 선택이 이어졌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봉태규 역시 “권력이 비이성적 판단에 기대면 결과는 뻔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방송은 역사 속 인물들을 재조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권력과 신념, 그리고 보이지 않는 영향력이 어떤 파장을 만들어내는지를 입체적으로 그려냈다. 다양한 시각이 어우러진 토크는 시청자에게 새로운 해석의 여지를 남겼다.
‘시간추적자 설록’은 기록의 틈을 따라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가는 역사 추적 예능이다. 장항준, 봉태규, 신아영, 썬킴이 출연해 정사와 야사를 넘나드는 해석을 전하며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뉴스컬처 이준섭 rhees@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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