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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일하며 국내 가족들과 거의 왕래하지 않던 직장인이 갑자기 큰아버지의 빚 1억 원을 갚으라는 법원 서류를 받았다.
큰아버지가 사망한 지 5년이 지난 데다 물려받은 재산도 없었지만, 선순위 상속인들이 잇따라 상속을 포기하면서 채무가 넘어온 것이다. 이 사건에는 ‘대습상속’과 ‘상속포기 기산점’, ‘소멸시효’가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22일 YTN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서는 큰아버지의 채무를 뜻밖에 승계할 위기에 놓인 A씨의 사연이 소개됐다.
큰어머니·사촌이 포기하자 조카에게 넘어온 빚
해외 플랜트 엔지니어인 A씨는 한 해 대부분을 외국에서 보냈다. A씨의 아버지는 4형제 중 둘째로, 2009년 형제들 가운데 가장 먼저 사망했다.
2020년 큰아버지가 사망했을 당시 A씨는 장례식장에서 큰어머니와 사촌들이 상속을 포기한다는 말을 들었지만, 자신과는 무관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2025년 삼촌들은 은행과 법원에서 큰아버지의 채무와 관련된 서류를 받았다며 A씨에게 연락했다. 삼촌들 역시 상속을 포기하겠다고 했지만, A씨는 해외 업무로 바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귀국 후 확인한 법원 서류에는 큰아버지가 2014년 은행에서 빌린 약 1억 원을 A씨가 갚아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아버지 대신 상속인이 된 조카…‘대습상속’이란
법무법인 신세계로 조윤용 변호사는 A씨에게 채무가 넘어온 이유로 ‘대습상속’을 들었다.
대습상속은 상속인이 될 사람이 피상속인보다 먼저 사망한 경우 그 자녀 등이 대신 상속인의 지위를 이어받는 제도다. A씨의 아버지가 큰아버지보다 11년 먼저 사망했기 때문에 A씨가 아버지를 대신해 대습상속인이 된 것이다.
민법상 상속 순위는 자녀, 부모, 형제자매, 4촌 이내 친족 순이다. 큰어머니와 사촌들이 상속을 포기한 뒤 삼촌들까지 포기하면서 대습상속인인 A씨에게 채무가 넘어왔다.
조 변호사는 “상속포기를 하면 처음부터 상속인이 아니었던 것으로 보기 때문에 후순위 상속인에게 채무가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금이라도 상속포기 가능할까
A씨가 현재 상속을 포기할 수 있는지는 자신이 상속인이 됐다는 사실을 안 날부터 3개월이 지났는지에 달려 있다.
민법은 ‘상속개시가 있음을 안 날’부터 3개월 안에 상속포기나 한정승인을 하지 않으면 재산과 채무를 모두 승계한 것으로 본다. 이때 기준이 되는 날은 피상속인의 사망과 자신이 상속인이 된 사실을 모두 알게 된 날이다.
A씨는 2025년 은행 측의 채무 이행 통지를 통해 상속인 지위를 알게 됐다고 판단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당시 어떤 방식으로 통지를 받았는지, 자신이 대습상속인이라는 사실까지 인식할 수 있었는지에 따라 판단은 달라질 수 있다.
조 변호사는 “통지를 제대로 받지 못했거나 대습상속인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는 사정을 주장해 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상속포기 어렵다면 소멸시효 검토
법원이 A씨가 2025년 이미 상속인 지위를 알았다고 판단하면 상속포기 기간은 지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경우에는 채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됐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문제가 된 대출은 큰아버지가 2014년에 받은 것이다. 일반 채권의 소멸시효는 10년이지만, 은행 대출과 같은 상사채권에는 5년의 단기소멸시효가 적용될 수 있다.
조 변호사는 “채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됐는지 확인한 뒤 이를 적극적으로 항변해 볼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A씨는 자신이 대습상속인이라는 사실을 안 시점이 언제인지를 다퉈 상속포기를 시도하거나, 은행 대출채권의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통지를 받은 시점과 방식, 관련 서류의 내용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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