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이상완 기자] 지난해 국내 공연시장은 티켓 예매 2천478만 매, 판매액 1조 7326억 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공연시장 전체를 설명하는 수치는 극명하다. 하지만 국악만 떼어 놓으면 답은 흐려진다. 공연시장은 1조 7천억 원을 돌파했지만 국악시장의 크기를 명확히 담아낼 통계는 여러 기관에 흩어져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전통예술을 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시장의 크기와 종사자의 소득을 정확히 측정할 공통의 통계는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1조 7000억 원 공연시장, 한국음악 비중은 0.28%?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에 따르면 지난해 KOPIS에 집계된 한국음악 공연의 티켓 판매액은 약 48억 4197만 원이다. 전체 공연시장 판매액의 약 0.28%에 해당하는 수치다. 티켓 예매 수량은 48만 9967매로 전체의 약 1.98%를 차지했다. 세부 지표를 보면 공급량은 늘었으나 수익성은 떨어졌다. 작년 한국음악 공연 건수는 전년 대비 4.2%, 공연 회차는 10.1%, 티켓 예매는 8.3% 증가했다. 반면 티켓 판매액은 3.8% 줄었고, 티켓 한 장당 평균 판매액(9882원)은 11.2% 감소했다. 관객과의 접점은 넓어졌지만, 공연 단가와 수익성 상승으로 직결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더 큰 문제는 KOPIS 지표만으로 전통예술 산업 전체를 조망할 수 없다는 점이다. KOPIS 기본 장르 체계에서 무용은 ‘무용(서양·한국)’으로 묶인다. 한국무용 실적만 별도로 분리해 시장 규모를 추산하기는 어렵다. 전통연희도 작품 성격에 따라 한국음악, 복합, 축제 등으로 분산 집계될 가능성이 크다.
◇무료 객석은 가득 차도 산업 지표는 ‘0원’
유료 티켓 중심 통계가 만드는 착시도 존재한다. 국악 공연은 국공립단체 상설무대, 지방자치단체 축제, 국가유산 행사 등과 결합해 무료로 제공되는 사례가 많다. 관객이 객석을 가득 채워도 매표 수입이 발생하지 않거나 초대권으로 입장한다면 산업 매출에는 잡히지 않는다. KOPIS 예매상황판은 초대권을 제외한 유료 티켓 예매를 기준으로 삼는다. 따라서 티켓 판매액이 작다는 사실만으로 향유 인구까지 적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반대로 무료 관객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산업적 시장이 성장했다고 평가하기도 힘들다. 전통예술 시장을 정확히 파악하려면 공공지원금, 티켓 판매액, 예술단체 자체 수입을 엄격히 분리해야 한다. 세 가지 항목을 섞거나 무료 관객을 유료 시장과 동일선상에 놓으면 시장 규모는 과장되거나 축소될 수밖에 없다.
◇공연은 국악연감에, 소득은 예술인 조사에
전통예술 생태계 지표는 목적에 따라 여러 기관으로 나뉜다. 국립국악원이 발행하는 ‘국악연감’은 국악 현황, 단체, 교육기관 등 활동 범위를 파악하는 데 유용하다. 하지만 산업의 총매출, 부가가치, 민간투자 규모를 화폐 단위로 계산하는 산업 통계와는 거리가 있다. 공연 횟수는 있지만 티켓 수입이 없고, 교육기관 수는 있지만 수강료 시장 규모는 알 수 없다. 예술인의 경제적 기반을 살피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예술인 실태조사’도 한계가 존재한다. 2024년 조사(2023년 기준)에서 예술인의 연간 예술창작활동 평균 개인소득은 1055만 원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이는 전체 예술인의 평균이다. 국악 연주자나 한국무용가의 평균 소득만 따로 떼어내 확인하기는 쉽지 않다. 또한 전통예술 공연을 기획하는 제작자나 유통 담당자, 전통악기 제작자가 예술인 분류에 정확히 포섭되는지도 모호하다.
◇교육·음원·악기… 통계에 잡히지 않는 돈
현재 공개된 공식 통계 외에도 경제적 가치가 존재한다. 개인 교습과 단체 교육, 문화센터 강의 등 교육 시장이 대표적이다. 국악 음원 및 영상 콘텐츠 수익, 저작권과 실연권 수입, 국악기 제작·대여, 한복 및 무대 의상, 지역 축제와 관광 프로그램 수입, 해외 초청 계약 등은 제대로 집계조차 되지 않고 있다. 보이는 시장은 ‘티켓’과 ‘공공지원’에 국한된다. 정작 전통예술인의 생계를 지탱하는 보이지 않는 시장은 통계청 산업분류, 콘텐츠산업 통계, 공연 통계 사이의 틈새로 빠져나가고 있다. 현재 공개 통계만으로는 국악 공연과 교육, 음원, 악기, 관광을 모두 합친 ‘전통예술 산업 규모’를 온전히 산출할 수 없다.
◇산업을 키우기 전, 뼈대 시공이 시급
사업 예산과 지원 건수만으로 정책 성과를 증명하는 시대는 지났다. 시장 규모를 알 수 없으면 수십억 원의 공공지원이 실제 민간 매출과 일자리 창출로 이어졌는지 평가할 길이 없다. 작품을 둘러싼 제작비, 교육, 음원, 영상, 저작권, 악기, 의상 소비까지 추적하는 시스템이 시급하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전통예술산업 실태조사’를 정례화해야 한다. 조사 항목은 △공연 제작과 티켓 △교육과 강습 △음원·영상·방송 △저작권과 실연권 △악기·의상·무대용품 △관광·축제·체험 △해외 공연과 수출 등 7개 영역으로 재편할 필요가 있다. 국악, 한국무용, 전통연희를 각각 구분하고, 공공지원금과 민간 매출을 따로 집계하는 방식이 필수적이다. 산업을 키우겠다는 정책보다 앞서야 할 일은 산업을 제대로 세우는 일이다. 지금의 전통예술은 지원 규모는 보이지만 시장의 크기는 보이지 않는다.
뉴스컬처 이상완 prizewan2@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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