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법원의 회생절차 폐지 결정 취소로 기사회생한 홈플러스가 전국 67개 핵심 점포를 '트레이더조형' 매장으로 재편한다. 대형마트 특유의 넓은 영업면적과 방대한 상품 구성을 줄이는 대신 식품과 자체브랜드(PB), 회전율이 높은 생필품에 집중해 수익성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지난 20일 임시 휴업 중인 홈플러스 영등포점 모습. = 이인영 기자
22일 홈플러스에 따르면 회사는 메리츠금융그룹의 2000억원 규모 긴급운영자금(DIP) 대출이 실행되는 즉시 임시 휴업 중인 67개 핵심 점포의 영업을 재개할 계획이다.
우선 매출 규모가 크고 재고 회전이 빠른 생필품부터 확보해 판매함으로써 현금 흐름을 개선한다. 상품 공급이 정상화되는 대로 취급 품목도 단계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다만 기존 대형마트 영업방식을 그대로 유지하지는 않는다. 복층으로 운영하던 매장을 1000평 안팎의 단층 구조로 축소해 영업면적을 최적화하고, 식품과 PB 상품, 고회전 생필품 중심으로 상품군을 재편한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소요자금을 최소화하면서 영업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전통적인 대형마트 방식에서 벗어나 매장 운영방식을 일부 조정할 계획"이라며 "넓은 매장에서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는 방식보다 핵심 상품군에 역량을 집중해 매장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홈플러스는 이같은 사업모델이 미국 유통기업 트레이더조와 유사하다고 보고 있다. 트레이더조는 판매 상품의 80% 이상을 PB로 구성하고, 비교적 작은 규모의 매장에서 식품과 생활필수품을 집중적으로 판매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 관계자는 "이커머스 업체들과의 경쟁이 심화한 상황에서 기존 대형마트 모델만으로는 정상화에 한계가 있다"며 "식품과 PB를 중심으로 상품 경쟁력을 높이고 재고 회전율을 끌어올리는 것이 회생을 위한 전략적 대응"이라고 말했다.
대형마트 영업면적은 줄이되 기존 입점 상인들이 운영하는 몰과 온라인 사업은 유지한다. 온라인 부문은 즉시 운영이 가능한 수도권 16개 점포부터 다시 가동한 뒤 배송업체들과 협의를 거쳐 운영 점포와 배송 가능 지역을 순차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DIP 자금은 영업 기반 복원에 우선 투입한다. 홈플러스는 상품 대금과 연체된 임대료, 전기·수도 등 매장 필수 운영비를 먼저 지급할 계획이다. 지급이 지연된 직원 급여와 소상공인 입점주 미정산 대금도 함께 정리한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핵심 점포의 문을 다시 여는 것만으로는 영업 정상화가 이뤄질 수 없다"며 "상품 공급을 재개하기 위한 대금 지급과 매장 운영비 정산을 우선하면서 직원과 입점 상인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지급도 병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서울회생법원 회생4부는 지난 21일 홈플러스의 자금 조달 방안이 마련된 점을 고려해 회생절차 폐지 결정을 취소했다. 회생계획안 가결 기한도 오는 9월4일까지 연장했다.
결정의 배경에는 메리츠금융그룹과 대주주 MBK파트너스가 마련한 2000억원 규모의 DIP 대출 방안이 있다.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은 대출금 전액에 연대보증을 제공하고, 메리츠는 이를 전제로 자금 지원을 추진하기로 했다.
구조조정 작업도 병행한다. 홈플러스는 앞서 영업을 중단한 저효율 점포 37곳을 남은 회생기간 안에 폐점하고, 본사와 매장의 근무 인력도 최소화해 고정비를 줄일 계획이다. 근무 대상에서 제외된 직원들은 당분간 휴직 상태를 유지한다.
구조혁신을 마친 뒤에는 본사와 대형마트, 온라인 등 잔존 사업부문 매각에 속도를 낸다. 회생계획안이 관계인집회에서 가결되고 법원의 인가를 받아야 본격적인 매각과 정상화 절차에 들어갈 수 있다.
관건은 DIP 대출의 실제 집행 시점과 상품 공급망 복원 속도다. 2000억원으로 상품 대금과 임대료, 직원 급여, 입점주 미정산금 등을 동시에 지급해야 하는 만큼 자금 운용 부담이 적지 않다. 장기간 상품 공급 차질과 점포 휴업으로 이탈한 납품업체와 고객을 얼마나 빠르게 되돌릴 수 있을지도 정상화 성패를 좌우할 전망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운영자금 조달 방안을 마련하면서 정상화를 위한 한 고비를 넘겼다"며 "핵심 점포의 영업 기반을 조속히 복원하고 주어진 기간 안에 구조혁신과 매각 작업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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