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개정 정보통신망법 시행, 쟁점과 향후 과제는?
이른바 ‘사이버렉카 근절법’, ‘가짜뉴스법’으로 불리는 개정 정보통신망법이 시행됐다. 유튜브나 SNS,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퍼뜨려 조회수와 광고 수익을 얻는 행위를 막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충분한 준비 없이 서둘러 시행하면서 잡음이 이어지는 중이다.
허위·조작정보 규제 신설과 판단 기준의 쟁점
이번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기존 불법 정보에 혐오·차별 개념을 추가하고, 허위정보·조작정보를 신설한 게 골자다. 인종·국가·지역·성별·장애·연령·사회적 신분·소득 수준·재산 상태를 이유로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 대한 직접적인 폭력이나 차별을 선동하거나, 증오심을 심각하게 조장해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현저히 훼손하는 정보를 새로운 불법 정보 유형으로 명시했다. 한편 허위정보는 내용의 전부 또는 일부가 허위인 정보이고, 조작정보는 내용을 사실로 오인하도록 변형된 정보를 말한다. 조작정보에는 AI 딥페이크, 사진 합성, 영상 편집, 음성 변조 등이 포함된다.
특정 정보가 허위 또는 조작정보인 걸 알고도 타인의 인격권이나 재산권 또는 공공의 이익을 침해하는 정보 유통은 금지되나 풍자 및 패러디는 제외된다. 다시 말해 허위·조작정보면서 고의가 있어야 하고, 피해 발생 목적과 부당 이익 목적 등 요건이 충족돼야 법적제재 대상이다.
문제는 ‘현저히 훼손’, ‘공공의 이익 침해’와 같은 표현이 모호하다는 점이다. 이 같은 판단 기준을 둔 다른 법 적용 사례를 참고해 법을 해석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시행 초기 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일반인의 단순 의견 제시, 정치적 주장은 규제 대상이 아니지만, 자율규제 역할을 맡은 플랫폼에 신고하거나 소송 남발도 우려된다. 이에 개정안 자체로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수 있다는 야권과 시민단체 등의 우려가 나오고 있다.
플랫폼의 자율 검증 책임과 사실확인 기관의 현주소
법 시행 이후 첫 적용 사례에 관심이 쏠린다. 어떤 게시물이 삭제되고 징벌적 손해배상이 되는지에 따라 향후 사건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다. 신고가 접수되면 문제의 게시물을 유지할지 삭제할지 판단하는 건 일차적으로 해당 플랫폼의 몫이다. 허위·조작정보가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방미심위) 심의 대상에서 빠졌기 때문이다.
플랫폼은 자율적으로 허위 조작정보 여부를 판단하되, 사실 확인이 어려울 시 사실확인 단체와 협약을 맺고 현재 유통되는 정보에 대한 검증을 요청할 수 있다. 사실확인 단체는 국제팩트체킹네트워크(IFCN) 인증이 필요하다. 지난 2015년 설립된 IFCN은 전 세계 팩트체킹 기관들의 국제 협의체이자 인증·표준 제정 기구다. 현재 국내에서 인증받은 곳은 종합편성채널 JTBC와 온라인 경제 매체 뉴스톱 정도인데, 방미통위는 향후 다양한 기관이 추가 신청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이번 개정안에 따라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산하 ‘투명성센터’라는 곳을 설치하게 됐다. 사실확인 단체의 연구와 교육 지원을 맡는 곳인데, 정부 지원을 받기 때문에 정부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예산과 인력 부재로 아직 문도 못 연 상태이다.
반복 유통 게재자 제재 방침과 포털 규제 제외 배경
개정안 시행으로 대형 플랫폼의 책임이 무거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과징금이 부과되는 건 문제의 허위 조작정보를 반복 유통한 게재자에게 적용된다. 법원에서 불법·허위 조작정보로 인정돼 판결이 확정됐는데도 2회 이상 재차 유통한 경우다. 유통 직전 3개월 동안 3개 이상 정보를 올려 광고 수익을 얻었을 때 역시 과징금 대상이 된다.
네이버, 카카오, 구글 등 포털과 쿠팡 등 오픈마켓은 하위 법령 마련 과정에서 최종 규제 대상에서 빠졌다. 불법·허위 조작정보의 주요 유통 경로로 보기 어렵고, 검색서비스상 게재자에 통지 의무를 이행하는 게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규제합리화위원회 판단이다.
이러한 혼선에 방미통위 내부에서도 본격 시행 전 계도기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최수영 방미통위 위원은 “온라인상 허위조작정보 방지를 위한 정보통신망법 개정 취지에 충분히 공감한다”면서도 “새 제도 연착륙을 위해 3개월간 계도기간을 둬서 허위조작정보를 판단할 수 있는 절차를 알리고 보호받아야 할 권리 식별 기준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다만 통상적으로 계도기간은 기술개발 준비에 시간이 필요하거나 일단 시행하되 제재하지 않는 기간을 두는 방식으로 운영됐다는 게 방미통위 입장이다. 이번에는 이런 경우가 아니라 계도기간 필요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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