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생산적 금융 확대를 내세우고 있지만 상반기 기업대출 증가분은 대기업 쪽에 상대적으로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6월에는 중소기업대출이 6개월 만에 감소한 반면 대기업대출은 5조원 가까이 늘었다. 은행들은 성장 가능성이 높은 중소·중견기업과 미래 핵심산업 지원을 확대한다는 방침이지만, 사업성과 상환능력, 업종별 위험을 함께 따지는 선별 심사가 이어지면서 중소기업 전반의 자금 사정 개선으로 연결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5대 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682조7204억원으로 전월보다 1조7368억원 감소했다. 중소기업대출이 전월 대비 줄어든 것은 지난해 12월 이후 6개월 만이다.
반면 같은 기간 대기업대출은 4조9285억원 증가했다. 상반기 전체로 범위를 넓혀도 차이는 뚜렷했다. 5대 은행의 대기업대출은 지난해 말보다 11.8% 늘었지만 중소기업대출 증가율은 1.2%에 그쳤다. 은행권 기업대출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증가분이 대기업에 상대적으로 집중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권에서는 기업대출 총량만으로 생산적 금융의 성과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기업 여신 증가가 전체 기업대출을 끌어올리더라도 중소기업 자금 공급이 정체되면 현장의 체감도는 낮을 수 있어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자금조달 여건 차이도 대출 흐름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대기업은 은행대출 외에도 회사채와 기업어음(CP) 등 여러 수단을 활용할 수 있다. 시장금리와 만기, 발행 여건을 비교해 조달 방식을 조정할 수 있어 자본시장 상황에 따라 은행대출 수요가 달라질 수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기업들은 회사채와 CP, 은행대출 등 다양한 조달수단의 비용과 조건을 종합적으로 비교하는 경향이 있다"며 "시장 상황에 따라 은행과도 자금조달 조건을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은 회사채 발행 등 시장성 조달 수단을 활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은행대출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다. 다만 경기와 업황이 부진하면 재무상태와 현금흐름, 상환 여력이 심사 결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은행들은 중소기업의 기술력과 성장성뿐 아니라 상환능력, 담보·보증 여부, 업종별 위험 등을 함께 살피고 있다. 같은 업종에 속한 기업이라도 재무구조와 거래 실적, 사업 전망에 따라 한도와 금리 등 대출 조건이 달라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중소기업 대출은 첨단전략산업 영위 여부와 기술력, 성장성, 상환능력을 종합적으로 판단한다"며 "담보나 보증 여부와 함께 해당 업종의 위험도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권은 생산적 금융 기조에 맞춰 미래 성장산업과 우량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지원을 늘리고 있다. 다만 실제 여신 운용 단계에서는 특정 업종이나 기업군에 일률적으로 자금을 공급하기보다 성장성과 상환능력이 확인되는 기업을 선별하는 방식이 이어지고 있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생산적 금융 확대 기조에 맞춰 성장 가능성이 높은 중소·중견기업과 미래 핵심산업을 중심으로 기업금융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면서도 "특정 업종이나 기업군에 일률적으로 한정하기보다 시장 상황과 산업 전망, 개별 기업의 사업 경쟁력과 상환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은행들이 선별 심사를 이어가는 배경에는 건전성과 자본관리 부담도 있다. 기업대출을 늘리면 업종별 익스포저와 연체율, 담보가치뿐 아니라 위험가중자산(RWA)과 자본비율에 미치는 영향까지 함께 점검해야 한다.
앞선 시중은행 관계자는 하반기에도 제조업과 첨단산업 등 생산적 분야를 중심으로 기업대출을 확대하되 위험가중자산과 자본비율을 함께 관리하고, 업종별 건전성 모니터링도 강화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은행권의 생산적 금융 확대가 중소기업 자금조달 여건 개선으로 이어졌는지는 향후 중소기업대출 증가세가 다시 살아나는지를 통해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전체 기업대출 규모뿐 아니라 대출 증가분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가운데 어디에 배분되는지도 정책 효과를 가늠할 지표로 꼽힌다.
문준혁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Copyright ⓒ 비즈니스플러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