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의 전면적인 군사 충돌이 5개월째로 접어든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즉각적인 외교적 협상 가능성을 일축하며 대이란 강경 군사 압박 기조를 지속하겠다는 뜻을 명확히 밝혔다. 특히 미 군당국이 이란에 대한 해상 봉쇄 작전을 본격 가동하며 선박 차단 조치에 나선 것으로 확인된 데다, 예멘의 친이란 후티 반군까지 사우디아라비아를 겨냥해 홍해 봉쇄를 선언하면서 중동 전선이 다변화·확대되는 양상이다. 미군의 누적 전쟁 비용은 이미 55조원을 넘어섰으며,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들이 동시에 위협받으면서 국제 유가 폭등과 글로벌 공급망 마비에 대한 우려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트럼프 “의미 있는 변화 없으면 협상 없다”… ‘곡괭이산’ 핵시설 공습 예고
트럼프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조셉 아운 레바논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뒤 취재진과 만나 이란과의 협상 가능성에 대해 “그들은 필사적으로 미국과 만나고 싶어 하지만, 의미 있는 방식으로 만날 준비가 될 때까지 우리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고 단언했다. 이는 최근 이란 측이 추가 협상을 희망하고 있다는 일각의 주장을 공식 부인함과 동시에 당분간 압도적인 군사적 타격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이란 나탄즈 우라늄 농축 시설 인근의 지하 요새화 핵시설인 이른바 ‘곡괭이산(Pickaxe Mountain)’을 직접 언급하며 강력한 추가 공습을 예고했다. 그는 “그들이 핵과 관련해 조금이라도 생각하고 있는 장소가 있다면 어느 곳이든 매우 강력하게 타격할 것”이라며 군사작전을 계속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예멘 후티 반군이 홍해 항로를 봉쇄하거나 상선을 공격하겠다고 위협한 상황에 대해서도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우리가 처리할 것”이라며 강력한 군사적 대응을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발언과 맞물려 미 군당국의 대이란 해상 봉쇄 작전도 구체적인 실력 행사 단계에 진입했다.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이날 공식 소셜미디어를 통해 대이란 해상 봉쇄 작전의 집행 현황을 전격 공개했다. 중부사령부는 이날 "미군이 대이란 봉쇄를 완벽히 이행하기 위해 상업용 선박 8척의 항로를 변경시켰으며, 1척을 무력화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미국이 단순한 공습을 넘어 페르시아만과 호르무즈 해협 일대에서 이란의 물동량과 봉쇄망을 강제로 차단하는 물리적 작전을 본격 가동했음을 보여준다.
▲미 중부사령부 대이란 해상 봉쇄 착수… 5달간 전쟁 비용 55조원 돌파
전면전 확대에 따른 미군의 재정적 부담도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이날 미 상원 세출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이란과의 전쟁 개전 이후 5개월 동안 투입된 미군의 직접 군사비용이 375억 달러(약 55조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5월 줄스 허스트 국방부 재무담당 차관대행이 하원 청문회에서 밝힌 290억 달러보다 약 85억 달러(약 12조원) 늘어난 수치다. 이란의 보복 공격으로 중동 내 다수 미군기지와 군사자산이 피해를 입었고 무기 재고가 빠르게 소진되고 있어 실제 소요 비용은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관측된다.
헤그세스 장관은 이란의 북한식 재래식 무기 및 핵 개발 전례를 거론하며 추가 예산이 확보되지 않을 경우 군 대비 태세에 심각한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하며 의회에 950억 달러 규모의 예산조정 패키지 법안 통과를 강력히 요청했다.
▲‘호르무즈·홍해’ 동시 위협에 유가 폭등… 양측 전면 공방 속 인명 피해 누적
미군의 봉쇄 강행과 이란 및 친이란 세력의 맞불 대응이 격화되면서 세계 에너지 수송의 핵심 축인 호르무즈 해협과 홍해가 동시에 위협받고 있다. 영국 해군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상선 2척이 추가 공격을 받으면서 해당 해협을 통과하는 상업용 선박 운항은 최근 3주 사이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여기에 예멘 후티 반군까지 사우디아라비아 항구에 기항하는 모든 선박에 대한 공격을 경고하는 통지문을 발송하고 실제 해상 봉쇄를 준비하면서, 하루 수백만 배럴 규모의 사우디 원유 수출길마저 막힐 위기에 처했다.
이에 따라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90달러 안팎까지 치솟으며 이번 달에만 약 20%의 상승률을 기록했고, 미국 내 휘발유 평균 가격도 갤런당 4달러를 넘어서며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행정부에 큰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편 미 중부사령부는 밤사이 이란의 주요 군 지휘시설과 미사일 발사기지, 방공망에 대한 대규모 공습을 단행했으며, 이란 역시 쿠웨이트와 요르단 내 미군 시설 및 쿠웨이트의 주요 발전소와 담수화 시설을 보복 타격하는 등 양측의 공방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인명 피해도 지속적으로 누적되어 이란 측은 미군의 공습으로 50명 이상이 사망하고 500명 이상이 다쳤다고 주장했으며, 미군 역시 이라크 북부와 요르단에서 장병 3명이 사망하고 1명이 실종된 상태다.
파키스탄과 카타르 등 주요 중재국들이 임시 평화 합의 복원을 위한 물밑 외교를 이어가고 있지만, 압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군사 공격을 받는 상황에서 협상장으로 강제로 복귀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지렛대로 끝까지 맞서겠다는 입장을 고수해 중동의 군사적 긴장은 당분간 최고조를 유지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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