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하고 더운 날씨가 이어지는 7월에는 자른 수박을 보관하는 방법도 꼼꼼히 살펴야 한다. 수박은 크기가 커 한 번에 다 먹기 어려워 남기는 경우가 많다. 이때 절단면에 랩만 씌워 냉장고에 넣으면 수분이 마르는 속도는 늦출 수 있지만, 손질 과정에서 과육에 묻은 미생물까지 없어지지는 않는다.
수박은 껍질을 먹지 않는다는 이유로 씻지 않고 자르기 쉽다. 하지만 칼날은 껍질을 통과한 뒤 과육으로 들어간다. 껍질 표면에 남은 흙이나 미생물이 칼을 따라 안쪽으로 옮겨갈 수 있어 자르기 전 세척과 손질 도구 관리가 필요하다.
◆ 랩 씌운 반쪽 수박, 일반세균 최대 3000배
한국소비자원이 2015년 실시한 시험에서 반으로 자른 수박을 랩으로 감싸 4℃에 최대 7일간 보관한 결과, 수박 표면의 일반세균은 1g당 최대 42만 마리 수준까지 늘었다. 절단 직후보다 약 3000배 높은 수치다.
랩과 맞닿은 표면을 약 1㎝ 잘라낸 안쪽에서도 일반세균이 1g당 최대 7만CFU 검출됐다. 절단 직후 측정된 120CFU와 비교하면 약 583배 많았다.
42만CFU는 보관 0일부터 7일까지 측정한 수치 가운데 가장 높은 값이다. 같은 기간 측정값을 평균하면 랩으로 감싼 반쪽 수박 표면에서는 일반세균이 1g당 5만1000CFU 검출됐다.
반면 수박을 한입 크기로 잘라 밀폐용기에 담은 시료에서는 같은 기간 평균 1g당 500CFU가 확인됐다. 랩으로 감싼 반쪽 수박 평균의 약 100분의 1 수준이다.
CFU는 미생물을 일정한 조건에서 배양했을 때 만들어진 집락의 수를 나타내는 단위다. 일반세균이 많이 검출됐다고 곧바로 식중독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지만, 냉장 보관 중에도 시간이 지나면 위생 상태가 나빠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 수박 자르기 전 지켜야 할 위생 수칙
수박을 손질하기 전에는 손을 비누로 깨끗하게 씻는다. 이어 수박을 흐르는 물에 놓고 껍질 전체를 손으로 문질러 닦는다. 표면의 골이나 거친 부분에 흙이 남아 있다면 깨끗한 채소용 솔을 사용한다.
꼭지 주변과 바닥 부분은 흙이 남기 쉬워 한 번 더 확인한다. 세척을 마친 뒤에는 키친타월이나 깨끗한 마른행주로 겉면의 물기를 닦는다. 물기가 남아 있으면 도마 위에서 수박이 미끄러질 수 있고, 껍질의 물이 칼날을 따라 절단면 쪽으로 흐를 수 있다.
수박 껍질은 비누나 주방세제로 씻지 않는다. 흐르는 물로 충분히 문질러 씻고 이물질이 남은 부분만 솔로 닦으면 된다.
칼과 도마도 깨끗한 상태인지 확인해야 한다. 생고기나 생선을 손질한 도구를 그대로 사용하면 육류와 수산물에 있던 미생물이 수박으로 옮겨갈 수 있다.
과일용 칼과 도마가 따로 있다면 해당 도구를 사용한다. 따로 나누기 어렵다면 과일과 채소를 먼저 손질하고 육류와 수산물을 나중에 다룬다.
이미 생고기나 생선을 손질한 도구라면 주방세제로 꼼꼼하게 씻고 흐르는 물로 충분히 헹군다. 이어 깨끗한 키친타월로 물기를 닦은 뒤 사용한다.
자른 수박은 맨손으로 반복해 만지지 않는다. 깨끗한 집게나 포크를 이용해 용기로 옮기고, 입에 댄 식기를 남은 수박이 담긴 용기에 다시 넣지 않는다.
◆ 조각내 밀폐용기에 냉장 보관
남은 수박은 반쪽 상태로 랩만 씌우기보다 껍질을 제거한 뒤 한입 크기로 자른다. 반쪽 수박은 절단면이 넓고 부피가 커 냉장고 안에서 손이나 다른 음식에 닿기 쉽다.
손질한 수박은 물기와 음식물 자국이 없는 밀폐용기에 담는다. 용기 안에 물기가 남아 있다면 키친타월로 닦은 뒤 과육을 넣는다.
큰 용기 하나에 모두 담기보다 한두 번 먹을 양으로 나누는 편이 좋다. 용기를 여러 차례 열고 닫는 횟수를 줄일 수 있고, 집게나 포크가 남은 과육에 닿는 일도 줄어든다.
수박은 자른 뒤 상온에 오래 두지 않는다. 처음부터 먹을 만큼만 접시에 담고, 남은 양은 손질을 마친 뒤 곧바로 냉장고에 넣는다.
자동차 안이나 야외에 가져갈 때도 먹을 분량만 꺼낸다. 나머지는 아이스박스나 보냉 가방에 넣어 차갑게 보관한다.
밀폐용기는 냉장고 문 쪽보다 안쪽 선반에 둔다. 냉장고 문은 열고 닫을 때마다 바깥 공기와 맞닿아 온도가 자주 달라진다.
수박은 생고기나 생선보다 위쪽 선반에 둔다. 육류나 수산물 포장에서 액체가 새더라도 과일에 닿지 않도록 보관 위치를 나누기 위해서다.
냉장고 안은 음식물로 빈틈없이 채우지 않는다. 찬 공기가 돌 수 있도록 식품 사이에 공간을 남겨야 내부 온도를 고르게 유지할 수 있다.
◆ 냄새와 질감 달라지면 모두 폐기
냉장 보관한 수박은 날짜뿐 아니라 냄새와 과육 상태도 함께 살펴야 한다.
시큼한 냄새나 술과 비슷한 냄새가 난다면 먹지 않는다. 과육 표면이 미끄럽게 변했거나 손으로 집었을 때 쉽게 무너질 만큼 물러졌다면 폐기한다.
용기 바닥에 끈적한 즙이 많이 고이거나 과육 색이 탁하게 변했을 때도 섭취를 피한다. 곰팡이가 보인다면 해당 부분만 도려내지 말고 용기에 담긴 수박을 모두 버린다.
반쪽 수박을 랩으로 보관했다면 가능한 한 빨리 먹어야 한다. 랩과 맞닿은 표면을 잘라내더라도 안쪽에서 일반세균이 늘어날 수 있어 겉부분만 도려냈다고 안심해서는 안 된다.
남은 수박은 껍질을 제거해 조각낸 뒤 깨끗한 밀폐용기에 담아 바로 냉장 보관하는 편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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