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곳곳에 구더기가 생길 정도로 병든 아내를 장기간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0년을 선고받은 전직 육군 부사관이 항소심에서도 혐의를 부인했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판사 김용석)는 이날 살인 혐의로 기소된 전직 육군 부사관 김모씨의 항소심 첫 공판을 열었다.
김씨 측은 1심 판결에 대해 사실오인과 법리오해,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고 밝혔다.
김씨 측 변호인은 "피해자가 '스스로 일어날 테니 기다려 달라'고 했고, 항상 이불을 덮고 있어 상태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며 "지속적으로 배우자를 보호해왔고 적극적으로 위해를 가한 것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같은 결과에 대해서는 반성하고 있다"며 양형조사를 신청했다.
반면 검찰 측은 항소이유서에서 “피해자의 고통을 고려해야 하고, 현재까지도 반성하지 않는 점을 고려하면 1심 형이 너무 가볍다”며 1심에서 구형한 무기징역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날 검찰은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와 피해자의 어머니를 증인으로 신청했다. 또 1심에서 변론이 종결돼 증거로 채택되지 않았던 압수수색 당시 현장 사진과 동영상도 증거로 제출했다.
재판부는 다음 달 25일 유족과 전문가 등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한 뒤 변론을 종결할 계획이다.
앞서 김씨는 지난해 8월부터 공황장애와 우울증으로 거동이 어려워진 아내를 약 3개월간 사실상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파주시 육군 기갑부대 소속 상사였던 김씨는 지난해 11월17일에서야 "아내의 의식이 혼미하다"며 119에 신고했다.
구급대가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 피해자는 전신이 오물에 오염된 상태였고, 감염과 욕창으로 피부 괴사가 진행된 하지 부위에서는 구더기까지 발견됐다.
피해자는 병원으로 이송되는 과정에서 심정지 증상을 보였고, 다음 날 끝내 숨졌다.
병원 측 신고를 받은 경찰은 사건을 군경찰에 넘겼고, 군검찰은 김씨를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이후 김씨는 1심 선고 뒤 전역해 민간인 신분이 됐다.
1심은 "피해자는 피고인의 외면과 무관심 속에 극도로 오염된 환경에서 장기간 방치돼 비참한 모습으로 생을 마감했다"며 "조금의 노력만 기울였더라도 사망을 충분히 막을 수 있었음에도 병원 치료를 받게 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어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며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지 않고 있다"며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해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김씨는 1심 선고 이후 전역, 민간인 신분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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