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이예서 기자】 네이버가 ‘조(兆) 단위’로 거론되는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확대를 위한 글로벌 협력 행보에 나설 전망이다. 네이버 창업자 이해진 이사회 의장과 최수연 대표, 김희철 최고재무책임자(CFO) 등 최고경영진이 캐나다와 미국 실리콘밸리를 잇달아 방문해 데이터센터와 AI 팩토리 구축을 위한 투자 및 기술 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캐나다에서는 글로벌 대체자산 운용사 브룩필드와 투자 협력을, 실리콘밸리에서는 엔비디아와 AI 인프라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네이버 출장에는 김 CFO를 비롯한 관련 계열사 주요 임원들도 동행할 예정이다. 창업자와 대표, 재무 책임자가 함께 해외 투자사와 빅테크를 연이어 찾는 것은 이례적인 행보로 평가된다. 업계에서는 단순한 기술 협력을 넘어 AI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투자 규모와 재원 마련, 사업 구조 등을 구체화하기 위한 일정으로 보고 있다.
AI 데이터센터와 AI 팩토리 구축에는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만큼 투자 방식과 자금 조달 구조가 핵심 의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브룩필드는 데이터센터와 인프라, 재생에너지 등 분야에 투자해온 글로벌 대체자산 운용사다. 업계에서는 네이버가 브룩필드와 공동 출자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 다양한 협력 방안을 검토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AI 팩토리는 GPU 서버와 데이터센터, 전력·냉각 설비 등 물리적 인프라를 기반으로 대규모 AI 연산을 수행하는 시설이다. 생성형 AI 확산으로 초거대 AI 모델 학습과 추론 수요가 급증하면서 안정적인 GPU와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 확보가 글로벌 AI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브룩필드와 엔비디아의 역할도 자연스럽게 나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브룩필드가 데이터센터와 전력, 투자 등 AI 인프라 구축을 맡고, 엔비디아는 GPU와 AI 플랫폼 등 기술 협력을 담당하는 형태의 ‘투트랙’ 협력 구도가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앞서 이 의장과 엔비디아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기가와트(GW)급 글로벌 AI 팩토리 구축 구상을 공개한 바 있다. 지난 6월 젠슨 황 CEO의 방한 과정에서 추진된 네이버 사옥 방문 및 양사 총수 회동의 결과다. 업계에서는 이번 실리콘밸리 방문에서도 서버 도입과 GPU 수급, 기술 협력 로드맵 등 AI 팩토리 구축을 위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논의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네이버의 이번 행보는 AI 경쟁의 중심이 모델 개발에서 인프라 확보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과 맞닿아 있다. AI 모델 자체의 성능뿐 아니라 이를 학습하고 서비스화할 수 있는 GPU, 데이터센터, 통신망, 전력망 등 기반 시설 확보 여부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AI 경쟁은 모델과 인프라가 함께 발전하는 구조”라며 “AI 모델이 기술 경쟁력이라면 실제 서비스 확장과 수익화는 GPU와 데이터센터, 통신망 등 인프라 확보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는 AI 모델 경쟁력과 인프라 경쟁력을 동시에 갖춘 기업이 시장을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학계에서도 이번 북미 행보를 네이버의 AI 전략 확장 과정으로 해석했다. 그동안 AI 서비스와 자체 기술 개발에 집중해온 네이버가 데이터센터와 AI 인프라 확보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세종대학교 황용식 교수는 “데이터센터는 AI 전환(AX) 시대의 핵심 인프라”라며 “이번 행보는 단순한 투자 유치를 넘어 데이터센터 구축과 운영 노하우를 확보하기 위한 협력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네이버는 자체 AI 기술과 서비스 개발에 무게를 뒀다면 이제는 AI 인프라 분야에서도 역할과 포지션을 보다 명확하게 찾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글로벌 기업들과의 협력을 통해 AI 기술 경쟁력과 인프라 경쟁력을 함께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네이버 측은 이번 해외 일정과 관련해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관계자는 “확인해 줄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번 북미 행보가 향후 네이버의 글로벌 AI 전략을 가늠할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브룩필드와의 투자 협력과 엔비디아와의 기술 협력이 현실화될 경우 네이버는 AI 모델 개발을 넘어 AI 인프라 경쟁력까지 확보하며 글로벌 AI 시장에서 입지를 한층 넓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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