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및 스토킹 혐의로 고소당한 피의자는 수사관의 태도나 지문 미채취 등 절차로 불송치 가능성을 기대했다. / AI 생성 이미지
전 여자친구에게 성범죄와 스토킹 혐의로 고소당한 A씨는 최근 변호사와 함께 5시간에 걸친 경찰 조사를 받았다. 억울함을 호소하는 A씨는 조사가 끝난 뒤에도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수사관의 태도, 지문 채취 여부 등 절차 하나하나에서 사건의 결론을 가늠해 보려는 A씨. 과연 그가 포착한 '불송치 시그널'은 믿을 만한 것일까?
5시간 조사, 친절한 수사관, 미채취된 지문…A씨가 본 '신호들'
A씨는 고소장이 접수된 지 약 50일 만에 피의자 조사를 받았다. 조사에는 변호사가 동행했고, 그는 문제가 될 만한 진술을 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조사 과정에서 A씨가 희망적으로 본 부분은 수사관의 태도와 절차였다. 수사관이 전반적으로 친절했고, 조사 이후 통상적으로 이뤄지는 십지지문 채취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변호인 의견서를 제출할 일정을 조율해 준 것도 긍정적인 신호로 봤다.
하지만 불안한 점도 있었다. 법원에서 이미 '잠정조치 3호(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금지)'가 내려진 상태였고, 수사관이 때때로 고소인 편을 드는 듯한 질문이나 같은 질문을 여러 번 반복하기도 했다. A씨는 이런 절차적 상황들로 사건의 결과를 예측할 수 있을지 궁금해했다.
'지문 미채취'는 긍정 신호? 변호사들 해석 엇갈려
결론부터 말하면, 변호사들은 수사 절차만으로 결과를 예단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특히 A씨가 가장 희망적으로 본 '지문 미채취'를 두고는 변호사들의 해석이 갈렸다.
법무법인 쉴드 조재황 변호사는 이 부분을 의미 있는 절차로 봤다. 조 변호사는 "통상 수사기관은 사건을 송치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면 지문 채취를 피의자조사와 함께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며 "채취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은 그 반대 방향을 시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다른 변호사들은 섣부른 기대를 경계했다. 법률사무소 지헌 임대환 변호사는 "지문·십지 채취 미실시는 유불리 신호가 아닌 필요 시 진행되는 절차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법무법인 대진 민상빈 변호사 역시 지문 채취 시점만으로 결과를 가늠하긴 어렵다고 봤다.
'잠정조치'의 의미…유죄 판단 아닌 예방 조치
A씨가 불리하게 생각했던 잠정조치 3호에 대해서도 변호사들은 이것이 유죄 판단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임대환 변호사는 "잠정조치는 '유죄 판단'이 아닌 분쟁 확대 방지를 위한 임시조치"라며 "위반 시 처벌 위험이 크므로 철저히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법적으로 스토킹처벌법상 잠정조치는 범죄 재발 우려가 있고 피해자 보호 필요성이 인정될 때 내려진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잠정조치가 발령됐다는 사실 자체를 수사기관이 혐의에 대해 어느 정도 소명이 이루어졌다고 판단한 신호로 해석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확정된 유죄 판단과는 거리가 멀다.
변호사들은 수사관의 친절한 태도나 반복 질문 역시 진술의 일관성을 확인하기 위한 통상적인 수사 기법일 뿐, 사건의 향방을 알려주는 결정적 신호는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시그널에 흔들리지 말고 '변호인 의견서'에 집중해야"
변호사들은 절차에 대한 막연한 기대를 버리고, 지금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대응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바로 '변호인 의견서'의 충실한 작성이다.
반포 법률사무소 이재현 변호사는 "의견서 제출 일정을 기꺼이 조율해 준 점은, 수사기관이 아직 판단을 닫지 않고 변호인 측 주장을 열어둔 채 검토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다"며 "이 기류를 활용해 조서의 부족한 점을 메우고 고소인 진술의 신빙성을 무력화할 변호인의견서 완성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견서에는 억울하다는 감정적 호소보다 객관적인 자료로 혐의를 반박하는 내용이 담겨야 한다.
임대환 변호사는 "동선, 대화 캡처, 통화기록, 주변인 진술 등 자료를 시간순으로 정리하고, 핵심 쟁점(동의 여부, 접촉 경위, 반복성·불안감 유발 여부)을 자료로 설명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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