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돌봄·노동 쟁의권 사이…청구재활원 부분파업에 우려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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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돌봄·노동 쟁의권 사이…청구재활원 부분파업에 우려 증가

투데이신문 2026-07-21 17:54:5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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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br>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청암재단 산하 장애인거주시설인 청구재활원에서 노동조합이 부분파업에 들어가면서 노동자의 쟁의권과 시설 거주 장애인의 생존권을 어떻게 함께 보장할지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21일 투데이신문 취재에 따르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대경본부 대구지역지부 청암지회(이하 노조)는 지난 20일부터 청구재활원에서 오전 7시부터 9시까지 야간 근무자들이 연장근로를 거부하는 방식의 부분파업을 진행하고 있다. 오는 8월부터는 연장근로를 전면 거부하는 방안도 예고한 상태다. 

장애계는 해당 시간대가 청구재활원에 거주하는 장애인 82명의 아침 식사와 복약, 일상생활 지원이 이뤄지는 시간이라는 점에서 이 같은 파업 방식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시설장애인의 하루가 시작되고 약 복용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아침 식사 시간까지 파업 대상으로 삼고 있다”며 “시설장애인의 취약성을 협상의 자원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현재 진행 중인 부분파업은 시설 전체를 비우는 방식이 아니라 야간 근무자가 기존 근무 종료 시각인 오전 7시에 퇴근하고, 오전 9시까지 이어지던 연장근로를 하지 않는 방식이다. 청암재단에 따르면 파업 첫날에는 일부 야간 근무자가 오전 7시에 퇴근했지만 관리 인력이 투입돼 현재까지 직접적인 돌봄 공백은 발생하지 않았다.

노조 역시 파업 약 2주 전 대구시와 동구청, 재단에 공문을 보내 지원 공백에 대비할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노조 관계자는 “현재 원장과 사무국장, 팀장 등 관리자가 해당 시간대를 지원하고 있어 실제 공백은 발생하지 않고 있다”며 “재단과 지방자치단체가 대체 대책을 마련할 충분한 시간도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노조 주장에 따르면 이번 파업은 해결되지 않은 임금체불과 후원금 문제, 단체협약 해지 등 노동과 관련된 문제가 몇 년간 방치돼 옴에 따라 누적된 경영 파행을 해결하기 위해 이뤄졌다.

청암재단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대경본부 대구지역지부 청암지회 파업과 관련해 배포한 카드뉴스. [사진제공=청암재단]
청암재단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대경본부 대구지역지부 청암지회 파업과 관련해 배포한 카드뉴스. [사진제공=청암재단]

재단은 파업에 앞서 노조에 이용인의 생명과 안전에 필요한 업무를 유지하는 내용의 ‘최소 안전유지 협정’을 체결하고 외부 시민사회단체 등이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 기구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대화 기구가 구성될 때까지 파업과 기존 쟁의행위를 유예해 달라는 요청도 함께 전달했다. 

청암재단 조민제 대표이사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사회복지시설이 노동조합법상 필수유지업무 사업장으로 지정돼 있지 않더라도 장애인의 식사와 복약 지원은 생명과 안전에 직결된 문제”라며 “최소한의 안전업무를 유지하는 방안을 먼저 합의한 뒤 대화를 이어가자는 입장”이라고 했다.

노조는 부분파업에 앞서 지난 4월부터 휴게시간 준수와 복약·운전·금전관리 업무 거부 등 준법투쟁을 진행했다. 노조 관계자는 “사회복지사들이 간호사가 있음에도 인슐린 주사와 복약 지원을 해왔고 별도 위임이나 책임보험 없이 이용인 통장 관리와 운전 업무까지 맡았다”며 “법적 책임과 안전장치를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번 노사 갈등의 핵심 쟁점 가운데 하나인 임금체불 규모를 두고도 양측의 설명은 엇갈렸다. 노조는 과거 청암재단에서 약 1억5000만원 규모의 임금체불이 발생했고 이자를 포함해 약 1억원이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반면, 청암재단은 임금체불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법원의 화해권고 결정에 따른 금액은 이미 지급됐다고 반박했다.

청암재단은 노조가 2023년 체결한 탈시설·노동권 보장 합의에 따라 협의를 이어오다 기존 합의를 뒤집고 이사진 전원 퇴진과 노조 중심의 운영을 요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노조가 과거 노조 추천 이사 3명의 이사회 참여를 요구한 점을 들어 사실상 청암재단 운영권 확보를 시도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노조는 노조 추천 이사 3명 요구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경영권 장악과는 거리가 멀다고 반박했다. 노조 관계자는 “당시 이사회가 8명 구조였기 때문에 3명으로는 의사결정을 장악할 수 없다”며 “경영 파행을 견제하고 노사가 공동으로 책임지는 구조를 만들자는 취지였다”고 강조했다.

청암재단 단계별 부분파업(연장노동 거부) 돌입에 따른 지도·감독 요청의 건 관련 공공운수노조 공문 일부 갈무리. [이미지제공=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대경본부 대구지역지부 청암지회]
청암재단 단계별 부분파업(연장노동 거부) 돌입에 따른 지도·감독 요청의 건 관련 공공운수노조 공문 일부 갈무리. [이미지제공=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대경본부 대구지역지부 청암지회]

이번 사태를 노동자의 쟁의권과 장애인의 생존권 가운데 어느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문제로만 볼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설 운영이 종사자의 연장근로와 관행적인 추가 업무에 의존해 왔다면 이를 방치한 재단과 관리·감독 기관에도 책임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노조 측은 대구시가 재단에 대한 감사권과 시설장 임면 보고 권한을 갖고 인건비까지 지원하는 실질적 관리·감독 주체라고 주장했다. 임금체불과 후원금 반환 문제, 이사회 갈등이 장기간 이어졌는데도 책임자 문책이나 운영 정상화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고 후원금 약 1억900만원을 21년에 걸쳐 분할 납부하도록 승인한 것 역시 지나치게 미온적인 조치였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대구시에 ▲청암재단 관선이사 파견 ▲대구시사회서비스원 편입 방안 검토 ▲이를 판단하기 위한 특별감사 실시를 요구하고 있다.

청암재단 역시 파업에 따른 돌봄 공백을 노사만의 문제로 돌려서는 안 된다며 대구시와 정부의 개입을 요구하고 있다.

청암재단은 지난 18일 대구시에 공문을 보내 부분파업 기간 이용인 보호를 위한 긴급 돌봄 지원을 요청했다. 오는 8월부터 쟁의행위 규모가 확대될 경우에는 지역사회 자립생활주택이나 보호가 가능한 공간을 활용해 거주 장애인을 일시적으로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해 달라고 요구했다.

다만 파업 중 외부 대체인력을 투입할 경우 노동조합법 위반 소지가 있어 대구시는 보건복지부에 가능한 지원 방식을 문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직원이 노조원의 미사용 연장근로 시간을 대신 사용할 수 있도록 인건비 집행 기준을 조정하는 방안 등도 검토되고 있다. 

조 대표이사는 “대구시는 처음에는 노사 간 갈등이기 때문에 개입하기 어렵다는 입장이었다”면서도 “장애인거주시설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돌봄 책무를 위탁받아 수행하는 곳인 만큼 단순한 노사분쟁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고 짚었다.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 관계자 역시 본보에 “노동자의 노동권도 당연히 보장돼야 하지만 파업으로 장애인의 일상과 건강·생명이 위협받아서는 안 된다”며 “이를 노동권과 장애인 인권의 충돌로만 볼 것이 아니라 정부와 지자체가 두 권리를 모두 보장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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