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요건 못갖춘 통신·구속영장 '자진 철회' 촌극
(청주=연합뉴스) 박건영 이성민 기자 = 경찰이 아동 성매매 혐의를 받는 최영중 전 청주시의원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난맥상을 노출하면서 수사 능력에 대한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휴대전화를 '셀프 제출'하겠다는 최 전 의원의 말만 믿고 4개월여 만에 '늑장 압수수색'에 나섰는가 하면 영장을 부실하게 신청해 검찰로부터 번번이 퇴짜를 맞았다.
심지어 압수수색 당일에는 증거를 확보하지도 못한 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가 자진 취소하는 촌극을 빚기도 했다.
21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은 아동 성매매 혐의를 받는 최 전 의원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절차마다 허점을 드러냈다.
청주청원경찰서는 지난 9일 최 전 의원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과 통신영장을 검찰에 신청했다.
지난 2월 피해 여중생으로부터 고소장을 접수한 지 약 4개월여 만에 처음으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경찰은 영장 신청 단계에서부터 허점을 드러냈다.
경찰은 최 전 의원의 여죄를 확인하겠다며 통신사의 통화내역 최대 보존기한인 1년 치 통신내용 조회를 요청했다.
당시까지만 해도 추가 피해자를 의심할 만한 단서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였고, 조회를 요청한 기간도 범행 시기와 동떨어져 있었는데도 최대 보존기한 전체를 조회 대상으로 특정한 것이다.
통신영장은 인권 침해 우려가 커 '최소 침해의 원칙'에 따라 범행 시점을 중심으로 필요한 기간을 특정해 신청하는 게 일반적이다.
검찰 역시 이런 이유로 통신영장을 기각했는데, 결과적으로 경찰은 기본적인 법적 요건조차 갖추지 못한 영장을 신청했다가 첫 강제수사 단계에서부터 제동이 걸린 셈이 됐다.
청주지검 관계자는 "경찰이 신청한 영장은 본건 범죄사실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는 별건 범죄 사실에 대한 모색적·탐색적 영장"이라며 "별건 범죄사실에 대한 소명이 부족해 보완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기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경찰이 보완수사를 통해 추가 피해자 및 범죄 혐의를 소명한 뒤 다시 신청하면 영장을 청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찰은 압수수색 영장 신청 과정에서도 허점을 보였다.
경찰은 압수수색 영장 신청 전날 최 전 의원의 직업이 회사원이라는 기존 진술과 달리 그가 청주시의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는데도 그의 직업을 '회사원'으로, 압수수색 대상을 '회사'로 국한해 작성한 압수수색 영장을 검찰에 그대로 제출했다.
경찰은 절차상 착오였다고 밝혔으나, 검찰의 보완 요구 끝에 나흘 만인 13일 그의 직업을 시의원으로 고치고 수색 대상에 시의회와 주거지를 포함한 압수수색 영장을 제출했다. 이 영장은 하루 뒤 발부됐다.
심지어 충분한 증거가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가 검찰의 반려가 예상되자 돌연 신청을 철회하는 촌극까지 빚어졌다.
경찰은 압수수색 당일인 지난 15일 최 전 의원의 신변 안전 우려를 이유로 그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당시 경찰은 압수물 분석은커녕 압수수색도 마치지 못한 상태였다.
그러나 검찰이 최 전 시의원의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신병 확보 필요성이 낮다고 판단하고 반려 취지의 의견을 전달하자 경찰은 구속영장 신청을 철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경찰의 늑장 수사로 핵심 증거 확보 시기를 놓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경찰은 피해 여중생으로부터 지난 2월 고소장을 접수한 후 최 전 의원에게 5∼6차례 출석을 요구했지만, 최 전 의원이 변호사 선임 등을 이유로 출석을 미루자 이를 기다리다가 5월이 돼서야 그를 소환해 조사했다.
경찰은 또 최 전 의원에게 휴대전화 제출을 요구했으나, 사설 포렌식 업체에 휴대전화를 맡긴 뒤 결과물을 '셀프 제출'하겠다는 최 전 의원의 말만 믿고 강제수사에 나서지 않았다가 약 4개월여 만에 '뒷북 압수수색'에 나섰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피해 여중생이 휴대전화를 교체해 범행 당시 대화 내용 확인에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최 전 의원의 휴대전화는 나체 사진을 요구하거나 성관계를 요구한 정황 등을 확인할 수 있는 핵심 물증이었다.
결국 수사가 지지부진한 사이 최 전 의원은 휴대전화를 교체했다.
경찰은 압수수색 당시 최 전 의원의 휴대전화 2대를 확보했으나, 이 2대 모두 기기 교체 등으로 인해 최 전 의원이 범행 기간 쓰지 않았던 휴대전화일 수 있다는 우려도 불거지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포렌식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해줄 수 없다"며 "확보한 증거물을 토대로 수사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 전 의원은 2024년 10월부터 1년간 3차례에 걸쳐 차량과 모텔 등에서 중학생과 성관계를 가지고, 나체 사진을 촬영해 보내라고 요구한 혐의(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상 미성년자의제강간, 성착취물 제작, 성판매 권유, 성착취 목적 대화 등)를 받는다.
피해 여중생에게 친구를 데리고 오면 돈을 더 주겠다고 제안하거나 성적인 대화를 한 혐의도 받는다.
pu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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