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으로 살아남기⑦] 국적이 가른 권리…이주배경아동이 마주한 높은 ‘장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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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으로 살아남기⑦] 국적이 가른 권리…이주배경아동이 마주한 높은 ‘장벽’

투데이신문 2026-07-21 17:32:1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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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兒童]. 사전에 따르면 나이가 어린 아이, 대체로 유치원 시기부터 사춘기 이전까지를 의미한다. ‘아동복지법’에서는 이를 18세 미만의 사람으로 규정한다.

아동은 보호의 대상인 동시에 독립된 권리의 주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여전히 아동을 부모의 소유물처럼 인식하는 시각이 남아 있으며 이들을 스스로 판단하고 의견을 형성할 수 없는 존재로 간주해 그 가능성과 권리를 제한하기도 한다. 이로 인해 아동의 삶은 제도적 사각지대와 한계 속에 놓여 있는 실정이다.

이에 본 기획에서는 아동학대, 정책 과정에서의 배제, 다양한 형태의 차별 등 우리 사회 곳곳에서 드러나는 아동권리의 현주소를 짚어 본다. 더 나아가 정부의 대응을 점검하고 전문가와 현장 관계자들의 제언을 통해 실질적인 개선 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학교 운동장에서는 친구들과 뛰어놀고 골목에서는 또래 아이들과 웃으며 자란다. 한국어가 더 익숙한 아이도, 한국에서 태어나 이곳만을 삶의 터전으로 아는 아이도 있다. 우리의 일상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이주배경아동의 모습이다.

하지만 이 아이들의 내일은 모두에게 같지 않다. 부모의 체류 자격 하나로 병원 문턱 앞에서 발길을 돌리고 지원 제도에서 제외되며 언제든 삶의 터전을 잃을 수 있는 불안 속에 살아간다. 국적과 신분이 아이의 권리를 가르는 현실 속에서 미등록 이주아동과 이주배경아동은 여전히 우리 사회의 가장 낮은 곳에 놓여 있다.

현재 국내 이주배경인구가 꾸준히 증가하면서 이주배경 아동·청소년 역시 빠르게 늘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 배우고, 자라고, 꿈꾸는 이들이 교육과 의료, 돌봄, 사회보장 등 기본적인 권리 보장에서는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동의 최선의 이익’이라는 원칙은 이들에게만 유독 멀게 느껴진다.

더욱이 미등록 이주아동은 사실상 대부분의 공적 사회서비스에서 배제돼 있는 실정이다. 국내 사회보장제도는 대부분 주민등록번호나 외국인등록번호를 기반으로 설계돼 있어 등록번호가 없는 이들은 건강보험, 보육료 지원, 아동수당 등 주요 복지서비스를 신청하는 단계에서부터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에 아동계에서는 유엔아동권리협약 비준국으로서 한국 역시 국적이나 체류자격보다 아동의 권리를 우선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이주배경을 지닌 A학생은 한국 학교에 와 단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아는 사람도, 자신의 말을 알아들을 사람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점심시간에도 급식을 먹지 못한 채 물만 마시며 하루를 버텼다. 6~8시간 동안 누구와도 제대로 대화하지 못한 채 홀로 시간을 보내야 했던 것이다. 주변 친구들과 교사들이 도움을 주려 했지만 언어와 문화의 장벽 속에서 아이가 느끼는 외로움과 불안은 쉽게 해소되지 않았다. (2026 경남 가족정책포럼 이온유 경남이주여성인권센터장 발언 중 각색)

#. 어린이집에 보내고 싶어도 보육료를 감당할 수 없어 집에서 아이를 돌볼 수밖에 없었던 미등록 이주아동 가정도 적지 않았다. 내국인 아동은 월 28만~54만원, 등록 외국인 아동은 월 15만원의 보육료를 지원받는 반면, 미등록 이주아동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이에 경기도는 이러한 돌봄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올해부터 광역지자체 최초로 미등록 이주아동에게 1인당 월 10만원의 보육료를 지원하는 시범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국가데이터처가 ‘2024년 이주배경인구 통계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국내 이주배경인구는 271만5074명으로 전체 인구(5180만5547명)의 5.2%를 차지했다. 전년보다 13만4161명(5.2%) 증가했으며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0.3%p 상승했다.

이주배경인구는 본인 또는 부모 가운데 최소 한 명이 이주배경을 가진 사람을 의미한다. 유형별로는 외국인이 204만2744명(75.2%)으로 가장 많았고 내국인(이민자 2세) 38만928명(14.0%), 귀화·인지자 24만5372명(9.0%)이 뒤를 이었다.

특히 24세 이하 이주배경 아동·청소년은 73만8079명으로 전년과 비교해 5만4000명(7.9%) 증가했다. 이는 전체 이주배경인구의 27.2%에 해당한다. 이들 가운데 외국인이 50.3%, 내국인(이민자 2세)이 44.9%로 두 유형이 전체의 95% 이상을 차지했다.

이처럼 이주배경인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만큼 새롭게 유입된 이주민과 그 자녀들이 제도 안에서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지역사회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상당수 이주배경 아동·청소년이 교육과 의료, 돌봄 등 기본적인 사회서비스에서 배제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교육 현장에서는 학교 적응 문제가 대표적인 과제로 꼽힌다. 교육부가 지난해 11월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경숙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이주배경(다문화) 학생 2만1527명 가운데 자퇴한 학생은 477명(2.22%)이었다. 이들의 자퇴율은 2020년 1.36%, 2021년 1.93%, 2022년 1.99%로 꾸준히 상승하다 2023년 처음으로 2%를 넘어섰다. 특히 ‘학교 부적응’을 이유로 자퇴한 학생은 2020년 77명에서 2021년 138명, 2022년 138명, 2023년 206명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이는 해외 출국이나 질병 등 다른 자퇴 사유보다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교육계에서는 상당수 이주배경학생이 한국어 능력 부족으로 수업을 따라가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교육부는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이주배경학생만 별도로 분석하지는 않지만 현장에서는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이 일반 학생보다 높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같은 교육 격차는 진학률에서도 확인된다. 성평등가족부의 ‘2024년 전국 다문화가족 실태조사’에 따르면 이주배경학생의 대학 진학률은 61.9%로 비이주배경학생보다 13.0%p 낮았다.

학교생활 과정에서 차별과 학교폭력을 경험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같은 조사에서 차별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이주배경학생의 비율이 3년 전보다 두 배 가까이 증가했으며 집단따돌림과 언어폭력 등 학교폭력 피해 사례도 파악됐다.

2025년 5월 14일 서울 마포구 유니세프 한국위원회에서 진행된 제21대 대통령 선거 공약 제안 미디어 브리핑 ‘모든 아동을 위한 대한민국을 만들어 주세요’ 현장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의료 접근성 역시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주와인권연구소 김사강 연구위원은 지난 2월 열린 ‘이주배경아동 건강권 보장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한국 영유아의 미충족 의료율은 2.4%인 반면 이주민 영유아는 19.3%에 달한다”며 의료보장 사각지대를 지적했다.

김 연구위원이 공개한 ‘2024년 이주민 영유아 건강권 실태조사’에 따르면 미충족 의료의 가장 큰 원인은 의료비 부담(73.7%)이었다. 이어 시간 부족(52.6%), 의료진과의 의사소통 어려움(36.8%), 교통·이동 문제(21.1%), 병·의원 또는 진료과 선택의 어려움(13.2%), 미등록 신분 노출이나 단속 우려(7.9%) 순이었다.

보육 분야에서도 어려움은 이어졌다. 초록우산이 발표한 제27차 아동복지포럼 ‘취약·위기 이주배경 아동·청소년의 권리 실태와 대책’ 자료에 따르면 만 6~24세 자녀를 둔 부모들은 자녀의 학습지도와 학업관리(50.4%)를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았다. 이어 학업·진로 정보 부족(37.6%), 교육비와 용돈 등 양육비 부담(32.0%) 순이었다.

만 5세 이하 자녀를 둔 부모들은 한국어를 직접 가르치기 어렵다(26.8%)는 점과 돌봄을 맡길 사람을 찾기 어렵다(20.5%) 등을 주요 어려움으로 꼽았다.

사회보장제도의 사각지대도 여전하다. 이주아동은 어린이집 이용 자체는 가능하지만 보육료 지원 대상에서 제외돼 비용을 전액 부담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등록번호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행정 시스템 탓에 돌봄서비스 신청 단계에서부터 배제되는 사례가 발생하며 지역아동센터와 초등돌봄교실 역시 법적 근거가 미비해 기관과 지역에 따라 이용 여부가 달라지는 등 돌봄서비스 전반에서 구조적인 사각지대가 이어지고 있다.

ⓒ투데이신문
재단법인 동천 권영실 변호사가 본보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이처럼 국내에서는 여전히 상당수 이주배경 아동이 체류자격이나 국적에 따라 교육·의료·돌봄  등 기본적인 권리 보장에서 차별을 경험하고 있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건강권과 관련해 재단법인 동천 권영실 변호사는 “미등록 이주아동도 국가 필수예방접종을 무료로 받을 수 있지만 당사자는 물론 보건소와 일부 의료기관도 제도를 제대로 알지 못해 실질적인 이용이 어렵다”며 “또한 미등록 외국인은 공공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는 인식과 출입국 단속에 대한 두려움으로 의료기관 이용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여기에 건강보험 미가입 외국인에게 높은 의료비가 부과되는 구조와 ‘국제수가’ 적용 등으로 의료 접근성은 더욱 낮아지고 있다. 특히 외국인 지역가입자는 실제 소득보다 높은 보험료를 부담하는 경우가 많아 체납과 건강보험 미적용이 반복되는 악순환에 놓여 있다”며 “이에 정부가 예방접종 제도와 의료 이용 가능 여부를 적극적으로 안내하고 건강보험과 의료비 제도를 내국인과 형평성 있게 개선해야 한다”고 짚었다.

교육권에 대해서는  “최근 많이 나아지고 있지만 중도입국 학생의 경우 한국어 능력 부족으로 학업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한국어 지원 프로그램은 확대됐지만 여전히 충분하지 않아 대학 진학률 격차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보육료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권 변호사는 “현행 중앙정부의 보육료 지원 제도는 주민등록번호가 있는 아동만 대상으로 하고 있어 장기체류 외국인 아동과 미등록 이주아동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며 “지원하려는 지자체가 확대되는 추세지만 지원 금액과 대상은 지자체마다 달라 내국인 아동과 동일한 수준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진단했다. 이에 그는 보육료 지원은 지방정부가 아닌 중앙정부가 책임지고 장기체류 이주아동에게도 내국인과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특히 권 변호사는 혼인 외 출생한 한국인 친부의 자녀는 국적 취득과 출생신고 절차가 지연되는 동안 주민등록이 없어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다는 점을 문제로 꼽았다. 이에 친부가 한국인임이 확인된 아동만이라도 우선 사회보장 대상에 포함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외국인 대학생들이 지난 16일 부산 서구 부산전통문화체험관에서 다도 체험을 하고 있다. 위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사진제공=뉴시스]

한국교통대 사회복지학과 김선숙 교수는 “미등록 부모는 건강보험에 가입할 수 없기 때문에 진료비 전액을 본인이 부담해야 해야 한다”며 “더욱이 신원 확인의 어려움과 진료비 미수 우려를 이유로 의료기관이 접수 단계에서 진료를 거부하는 사례가 있는 데다 정보 노출에 대한 두려움으로 이주민들이 응급 상황이 아니면 의료기관 이용을 기피하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그는 의료 이용과 체류 단속의 제도적 분리가 명확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동이 병원을 이용하는 것이 부모의 신분 노출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 제도적으로 보장되고 이가 당사자들에게 분명하게 안내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 사실상 유일한 공적 지원 통로인 ‘외국인 근로자 등 소외계층 의료서비스 지원사업’의 지원 규모를 확대하고 참여 의료기관을 늘리는 것이 시급하다고 봤다. 

교육권과 관련해서는 “현재 미등록 이주아동의 교육권은 제도상 보장돼 있지만 부모의 정보 노출 우려와 학교별 운영 차이 등으로 실제 취학을 포기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또한 교육권 보장이 학령기에만 머물러 졸업 후에는 강제퇴거 대상이 되는 등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법무부의 조건부 체류자격 부여 제도도 엄격한 요건과 한시 운영으로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다.

돌봄 분야에 대해서는 “미등록 이주아동은 어린이집 이용이 가능하더라도 보육료 지원 대상에서 제외돼 사실상 이용이 어렵고 등록번호 기반의 행정 시스템 탓에 돌봄서비스 신청 단계에서부터 배제되는 경우가 많다”며 “지역아동센터나 초등돌봄교실은 기관이나 지역에 따라 이용 여부가 달라 안정적으로 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렵다”고 했다.

김 교수는 가장 ‘원칙의 전환’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동의 권리가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하는데 현재 우리 제도는 국적과 체류자격이 우선되고 있다”며 △모든 아동이 국적과 무관하게 출생등록되도록 하는 보편적 출생등록제 제정 △미등록 이주아동 체류자격 부여 대책의 상설 제도화 및 요건 완화 △아동 관련 필수 서비스(의료·교육·돌봄)와 출입국 단속 정보의 제도적 분리 등을 제안했다.

아울러 김 교수는 “중장기적으로는 아동 정책의 기본 틀 자체를 ‘국민의 아동’에서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는 모든 아동’으로 재설계해야 한다”며 “이주배경 아동·청소년 정책이 법무부, 교육부, 보건복지부 등 여러 부처에 분산돼 있는 만큼 이를 총괄·조정할 통합 거버넌스 구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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