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외교부, 주중 필리핀대사 긴급초치…2년만의 외교수장 회담 앞두고 관계 경색
(베이징=연합뉴스) 김현정 정성조 특파원 = 중국과 필리핀이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해역에서 발생한 충돌을 놓고 공방을 벌이는 가운데, 중국 정부가 주중 필리핀 대사를 긴급 초치해 항의했다.
21일 중국 외교부는 "필리핀이 남중국해 런아이자오(세컨드 토머스 암초·필리핀명 아융인)에서 의도적으로 도발하고 공격한 것과 관련해, 변계해양사무사(邊界與海洋事務司) 책임자가 오늘 오전 중국 주재 필리핀 대사를 긴급 초치해 '엄정한 교섭'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엄정한 교섭 제기'는 중국이 외교 경로로 강하게 항의했다는 뜻으로 사용하는 표현이다.
외교부는 "중국은 런아이자오가 중국 난사군도(스프래틀리 군도·필리핀명 칼라얀 군도·베트남명 쯔엉사 군도)의 일부이며 중국 영토임을 지적했다"며 "중국 해경이 인근 해역에서 법 집행 활동을 하는 것은 합리적이고 합법적"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필리핀이 불법 좌초시킨 군함에서 고무보트 2척을 내보내 위험한 방식으로 중국 해경 선박에 접근해 충돌했다"며 "필리핀 측 요원이 중국 측 법 집행관을 방해하고 공격해 안전을 위협했으니, 그 성격이 매우 악랄하다"고 비판했다.
외교부는 또 "필리핀 측이 먼저 도발하고도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중국을 비난하면서 사실을 왜곡하고 악의적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며 "중국은 이에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엄중히 항의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필리핀 측에 "도발·선동 및 과장된 여론몰이를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필리핀군은 지난 20일(현지시간) 세컨드 토머스 암초 인근에서 중국 해경 모터보트가 이곳에 있는 필리핀 해군 군함 BRP 시에라 마드레함에 접근해 사진과 영상을 촬영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고무보트 2척에 탄 필리핀 해군 병사들이 중국 측에 물러날 것을 요청했고, 중국 해경 요원 8명이 나무 곤봉 등으로 필리핀 병사들의 머리를 가격해 다치게 했다는 것이 필리핀 측 주장이다.
반면 중국 정부는 중국 해경의 소형 순찰정 1척이 세컨드 토머스 암초 인근 해역에서 정례 순찰을 하던 중 필리핀 측이 먼저 위험하게 접근하며 공격했다고 반박했다.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군도 내 세컨드 토머스 암초는 중국과 필리핀 간 대표적인 영유권 분쟁 지역이다. 중국은 필리핀이 1999년 이곳에 상륙한 시에라 마드레함을 고의로 좌초시켜 병력을 주둔시키고 있다며 이를 '불법 점거'로 규정하고 철거를 요구해왔다.
반면 필리핀은 이곳이 자국의 배타적경제수역(EEZ)에 속한다는 입장으로, 좌초 군함에 병력을 배치하고 정기적으로 물자를 보급하며 실효 지배하고 있다.
양국은 이 일대에서 필리핀의 병력 교대와 물자 보급을 둘러싸고 선박 충돌과 물대포 사용 등으로 그간 여러 차례 대치해왔고, 2024년에는 필리핀 체류 인원에 대한 인도주의적 생활 물자 전달에 관해 잠정 합의를 도출하기도 했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2024년 합의가 여전히 유효한지에 관한 질문에 "중국의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답했다.
일각에선 이번 충돌이 2년 만에 이뤄지는 중국과 필리핀 외교 수장의 회동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앞서 필리핀 외교부는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외교부장 겸임)이 21∼23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리는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하고, 이 기간에 테레사 라사로 필리핀 외교부 장관과 회담할 예정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린 대변인은 "주목할 만한 현상은 중국과 필리핀 간에 소통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을 때마다, 역내에 중요한 외교 일정이 있을 때마다 일부 세력이 튀어나와 해양 문제로 도발한다는 점"이라며 "그 잘잘못(是非曲直·시비곡직)은 대체 무엇이고 막후의 검은 손은 누구인가. 여러분이 똑똑히 봤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동아시아 협력 플랫폼은 양자의 해양 분쟁을 토론하는 장소가 아니다"라며 "필리핀은 아세안 순회 의장국의 책임을 이행해 대화와 협력을 추진해야지, 자신의 정치적 사익을 지역의 평화·안정 위에 둬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hjkim07@yna.co.kr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