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산업현장 투입하려면 성능보다 결제 체계 갖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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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산업현장 투입하려면 성능보다 결제 체계 갖춰야

한스경제 2026-07-21 17:01:5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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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을 탑재한 로봇이 데이터와 전력 사용료를 실시간으로 결제하는 미래형 기계 간 결제 시스템을 형상화한 이미지. /Ideogram

| 서울=한스경제 전시현 기자 | 인공지능(AI)을 탑재한 로봇을 산업 현장에 투입하려면 로봇의 성능보다 돈을 주고받는 결제 체계를 먼저 손봐야 한다는 진단이 나왔다. 이는 로봇이 데이터와 전력을 쓴 만큼 곧바로 비용을 치르고 일한 대가를 실시간으로 받는 이른바 '기계 간 결제'가 피지컬 AI 확산의 핵심 기반으로 지목된 것이다.

21일 업비트의 유튜브 채널 데일리 랩업에 따르면, 한국개발연구원(KDI) 전문연구원을 지낸 신산업·산업정책 분야 연구자인 박정호 명지대 산업대학원 특임교수가 "피지컬 AI 시대를 좌우하는 핵심은 로봇 제조사가 아니라 새로운 결제 시스템이다"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 로봇 50만대 = 근로자 150만명

박 교수가 사례로 든 것은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다. 연간 50만대가 생산 현장과 서비스업에 배치돼 하루 24시간 가동될 경우, 하루 8시간씩 일하는 근로자 150만명이 새로 투입되는 것과 같은 노동력이 공급된다는 계산이다.

문제는 이 로봇들이 스스로 돈을 주고받을 수단이 없다는 점이다. 기존 금융 시스템은 사람이 물건을 사고 대금을 치르는 거래를 전제로 설계됐다. 로봇이나 AI 에이전트가 독립적으로 서비스를 사거나 대금을 받는 구조는 아직 갖춰지지 않았다.

박 교수는 "현행 제도가 사람과 법인을 중심으로 짜여 있어 로봇이 직접 결제 주체가 되기 어렵다"고 짚었다. AI가 사람을 대신해 송금하거나 서비스를 구매하려면 결제할 때마다 본인 확인과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로봇이 반복 업무를 아무리 능숙하게 처리해도 돈이 오가는 단계에서는 사람이 개입해야 하는 셈이다.

▲ 0.001달러도 즉시 지급···'월말 정산'의 종말

금액과 시점의 개념도 달라진다. AI와 로봇은 데이터를 쓴 용량이나 작동한 시간에 따라 1원보다 작은 금액을 수시로 지급해야 한다. 은행망이 처리해 온 건별 결제와 월말 정산 방식으로는 감당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박 교수가 제시한 예시는 AI 에이전트가 데이터를 이용할 때마다 0.001달러 수준의 비용을 치르는 상황이다. 로봇이 지도와 교통 정보를 받아 이동하거나 외부 서버의 연산 능력을 빌려 쓰면 사용량과 시간에 맞춰 비용을 잘게 쪼개 지급해야 한다.

박 교수는 이를 '스트리밍 결제'로 표현했다. 한 달 치를 모아 월말에 내는 방식이 아니라 로봇이 작동하는 순간마다 소액이 계속 흘러가는 구조다. 로봇을 5분 썼다면 5분치 이용료를 즉시 지급하고 데이터 1KB를 썼다면 그 만큼만 자동으로 정산하는 식이다.

여기에 디지털 자산이 대안으로 거론되는 배경이 있다. 이는 금액을 소수점 단위로 잘게 나눌 수 있고 국경이나 영업시간의 제약 없이 전송이 가능하다는 점 때문이다. 로봇과 AI가 쏟아내는 수많은 소액 거래를 기존 금융망보다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 AI가 대신 결제···'누가 시켰나' 추적이 관건
 

AI가 사람을 대신해 돈을 쓰려면 누가 어떤 권한을 맡겼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사람이 AI 에이전트에 결제를 지시하고 그 에이전트가 다시 다른 AI에 업무를 넘기면 권한이 여러 단계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이 과정에 △분산신원증명(DID) △검증 가능한 자격증명(VC) △블록체인 기록망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DID가 AI의 신원을 확인하는 이름표라면 VC는 결제 금액과 거래 범위 등 위임받은 권한을 증명하는 자격증에 해당한다. 블록체인은 신원과 권한이 넘어간 과정을 기록하고 확인하는 기반으로 제시됐다.

결제 수단이 실제 시장에 뿌리내리려면 위험 관리·유동성·이용자 수용성도 받쳐줘야 한다. 박정호 교수는 "스테이블코인이 법정화폐와 가치가 연동되고 기존 화폐 단위로 가격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로봇 결제 수단으로 쓰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다만 국가와 지역을 넘어 통용되려면 충분한 유통량과 사용처가 확보돼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로봇 기업에는 결제 체계가 사업의 지속 여부를 가르는 변수로 꼽힌다. 로봇이 그래픽 처리 장치(GPU) 서버 사용료를 내고 공간정보를 사들이면서 동시에 고객에게 이용료를 받으려면, 여러 갈래의 거래가 실시간으로 맞물려 돌아가야 한다. 그는 "이러한 돈의 흐름을 설계하지 못하면 로봇과 AI 서비스의 상용화도 속도를 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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