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급직원이 230차례 전산조작해 25억 꿀꺽…영천시, 7개월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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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급직원이 230차례 전산조작해 25억 꿀꺽…영천시, 7개월간 몰라

연합뉴스 2026-07-21 17:00:2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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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이지 않는 행정복지센터·면사무소 횡령 비위…직원 1명이 예산집행 전담

지자체 내부 통제 시스템 '구멍'…"재발 방지 대책 마련해야"

영천시청 영천시청

[영천시청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영천=연합뉴스) 황수빈 기자 = 최근 경북 영천시 한 행정복지센터 소속 회계직원이 전산시스템을 200여차례 조작해 공금 25억원을 횡령한 사실이 밝혀지자, 최말단 행정조직에서 이뤄지는 부적절한 예산 집행에 대한 허술한 내부 통제가 다시금 도마 위에 올랐다.

영천시는 매년 정기적으로 회계사무 점검을 하고도 문제가 된 직원이 수개월간 상습적으로 전산시스템을 조작하며 마을 단위 사업 등에 쓰일 소중한 예산을 개인 주머니로 빼돌린 사실을 제때 적발하지 못했다.

비단 이번 영천시 사례뿐만 이와 유사한 사건은 전국 행정복지센터·면사무소 등에서 되풀이하고 있는 까닭에 전문가들은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21일 영천시 등에 따르면 이달 초 실시한 2분기 회계사무 점검 과정에서 지역 내 한 행정복지센터 소속 7급 회계 담당 직원 A씨가 지방재정관리시스템(e호조)을 230여차례 허위로 조작해 예산 25억원을 빼돌린 사실이 적발됐다.

조사 결과 해당 행정복지센터에서 회계업무를 전담했던 A씨는 행정복지센터·면사무소 예산은 본청과 분리해 집행되고, 이에 대한 관리·감독도 허술한 점을 노리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일반적으로 본청 소속 부서들은 일정 금액이 넘는 예산을 지출하기 위해서는 회계과를 거쳐야 한다.

반면 행정복지센터나 면사무소는 회계 담당 직원 한명이 사실상 예산 집행 과정 전반을 맡는다. 실제 A씨도 평소 지출 항목 전산 입력부터 송금까지 전 과정을 홀로 담당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현재까지 밝혀진 A씨 범행 기간은 작년 11월부터 지난 6월까지 7개월가량으로, 이 기간 그는 지방재정관리시스템상에서 공공요금 납부 등 명목으로 예산을 정상적으로 집행할 것처럼 상급자 결재를 받은 뒤 실제로는 자신 계좌로 돈을 빼돌려온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앞서 올해 1분기에도 영천시는 지역 행정복지센터에 대한 회계사무 점검을 벌였으나 이러한 A씨 범행을 적발하지 못했다.

영천시 측은 "현재로서는 전산 시스템상으로 행정복지센터 잔고에 문제가 없다고 나오면 직원 회계 비리를 확인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2분기에 이뤄진 점검에서는 해당 행정복지센터 예산 잔고가 과다 지출 등 이유로 부족한 것으로 집계된 까닭에 A씨 범행을 밝힐 수 있었다"고 해명했다.

이처럼 행정복지센터 내 예산 집행이 다른 부서 관리·감독 없이 내부 결재만 거치면 되는 취약한 구조 속에 이뤄지는 까닭에 영천시와 유사한 사건은 전국 곳곳에서 끊이지 않는 실정이다.

지난 2월 경남 거창군에서는 지역 면사무소 회계 담당 직원이 약 1년 6개월 동안 허위 지출 등 수법으로 공금 14억원가량을 빼돌린 사실이 적발됐다.

2024년 11월에도 경기도 양평군 지역 면사무소 소속 회계 담당 공무원이 수개월간 전산 시스템에 자신 명의 계좌 번호를 입력하는 등 방법으로 예산 7억9천여만원을 가로챈 사실이 드러났다.

은재식 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영천시 공무원 A씨의 경우 매달 3∼4억원씩 평균적으로 빼돌렸다는 의미인데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규모"라며 "또 이러한 유사 사례가 전국적으로 반복한다는 건 내부 행정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것"이라고 지적했다.

행정복지센터·면사무소에서 회계 업무를 전담하는 직원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하혜수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는 "점검이든 감사든 내부 감시 시스템에서 제때 적발이 안 된 게 큰 문제"라며 "잔고가 얼마 남았냐 등의 개념으로 접근할 게 아니라 항목별로 철저히 체크해 점검이 촘촘히 이뤄지도록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14일 영천시로부터 A씨에 대한 수사를 의뢰받은 경찰은 최근 시 관계자를 상대로 진술을 확보하고 관련 자료도 검토하는 등 초기 수사를 벌이고 있다.

hsb@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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