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공시 의무화 앞둔 ‘K석화’···3년 유예·초기 면책에도 ‘난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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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공시 의무화 앞둔 ‘K석화’···3년 유예·초기 면책에도 ‘난색’

이뉴스투데이 2026-07-21 15:09:5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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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 전남 여수 NCC 공장 전경. [사진=LG화학]
LG화학 전남 여수 NCC 공장 전경. [사진=LG화학]

[이뉴스투데이 노태하 기자] 실적 부진이 장기화된 석유화학업계에서 정부의 지속가능성 공시 의무화가 본격화되면서 기업들의 비용 및 규제 대응 부담이 한층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속가능성 공시 제도화 방안을 확정하고 2028년부터 ESG 공시 의무 대상을 기존 연결자산 30조원 이상에서 10조원 이상 기업으로 확대한다. 대상 기업은 ESG 관련 정보를 자본시장법상 사업보고서에 의무 공시해야 한다.

정부는 2028년 연결자산총액 10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를 시작으로 2029년 5조원 이상까지 지속가능성 공시 의무를 확대하고 시행 상황을 평가해 2030년에는 2조원 이상 기업으로 넓히는 방안을 검토한다.

지속가능성 정보는 자율 보고서가 아닌 법정 공시 항목으로 편입된다. 정부는 연내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공시 책임과 정보 신뢰성을 강화하고 데이터 정확성 확보와 내부 관리체계 구축, 외부 검증 등을 의무화할 방침이다.

이번 제도는 단순히 공시 대상이 확대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기업들은 법정 공시에 맞춰 ESG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수집·관리할 시스템을 구축하고 내부 통제와 외부 검증 체계를 갖춰야 한다. 이에 따라 전담 인력 확보와 시스템 구축, 검증 비용 등 공시 이행에 필요한 부담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대표적인 고탄소 배출 산업인 석유화학업계는 이같은 변화에 가장 큰 부담을 느끼는 업종 가운데 하나다. 이미 글로벌 공급 과잉과 중국발 증설, 수요 둔화로 장기간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데다 상당수 기업이 비핵심 자산 매각과 투자 축소, 조직 효율화 등을 추진하며 생존 전략 마련에 나선 상황이어서 새로운 공시 의무까지 더해질 경우 경영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스코프3(Scope3) 공시다. 스코프3는 기업이 직접 배출하는 온실가스뿐 아니라 원료 조달과 물류, 협력업체 등 공급망 전반에서 발생하는 배출량까지 포함한다.

석유화학 산업은 원료부터 중간재, 완제품 생산에 이르기까지 공급망이 광범위하고 복잡한 구조다. 이 때문에 협력업체의 배출 데이터를 확보하고 검증하는 작업 자체가 쉽지 않으며 기업이 직접 관리하기 어려운 영역까지 공시 대상에 포함되는 만큼 현실적인 부담이 상당하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특히 스코프3 공시에 대응하려면 의무 공시 대상인 대기업뿐 아니라 공급망 전반의 준비가 필요하다. 그러나 주요 석유화학기업과 거래하는 상당수 중견·중소 협력사는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과 데이터 관리체계를 아직 충분히 갖추지 못한 상태여서 부담이 공급망 전체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석유화학산업은 공급망에 포함된 상당수 중견·중소기업이 대기업과 달리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이나 관련 데이터 관리체계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경우가 많다”며 “스코프3 공시가 시행되면 협력사의 배출정보까지 수집하고 검증해야 하는 만큼 대기업은 물론 공급망 전반의 비용과 행정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같은 이유로 업계는 제도 마련 과정에서 정부에 부담 완화를 지속적으로 건의해 왔다. 한국화학산업협회는 스코프3 공시가 기업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의견을 전달했고, 그 결과 스코프3 공시는 3년 유예된 2031년부터 시행되며 제도 초기에는 일정 기간 면책을 적용하는 내용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부담을 근본적으로 해소했다기보다 준비 기간을 확보한 수준에 불과하다고 평가한다. 결국 유예기간 동안 기업들은 데이터 관리 체계와 공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협회는 앞으로도 회원사와 정부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기업들이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과 제도 개선 필요 사항을 정부에 지속적으로 전달하고 향후 세부 기준 마련 과정에서도 업계 의견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협회 관계자는 “현재 석유화학업계는 새로운 투자에 적극 나서기 어려울 정도로 경영 여건이 좋지 않다”며 “지속가능성 공시 의무화는 기업 입장에서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만큼 협회도 회원사 의견을 정부에 전달하며 필요한 지원 방안을 지속적으로 건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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