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한정용 기자] K푸드의 폭발적 인기로 현지 유통망과 높은 브랜드 인지도를 갖춘 글로벌 식품사들의 ‘한식’ 쟁탈전에 불이 붙으면서 본격적인 ‘원조’ 경쟁의 막이 올랐다.
21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유니레버와 네슬레, 하인즈 등 글로벌 식품기업들이 최근 영국과 미국 등에서 김치·고추장·찌개를 활용한 K스타일 제품군을 확대하고 나섰다.
유니레버는 영국에서 K스타일 라면 독립 브랜드 ‘남동’을 선보였다. 네슬레는 기존 ‘매기’ 브랜드에 고추장 비프·김치 치킨·스파이시 치즈 라면 3종을 추가했고, 하인즈는 미국에서 고추장·된장·간장을 활용한 바비큐 소스를 출시했다.
◇현지 입맛에 맞춘 K스타일 제품 확산
세 기업의 제품에는 한식의 맛과 메뉴를 현지 소비자에게 익숙한 형태로 재구성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유니레버는 찌개를 라면으로 만들고 매운맛 소스를 별도로 넣어 소비자가 매운 정도를 조절하도록 했다. 네슬레는 고추장과 김치에 쇠고기·치킨·치즈 맛을 결합했으며, 하인즈는 장류를 미국에서 대중적인 바비큐 소스에 적용했다.
이 같은 접근은 현지에서 익숙한 브랜드와 제품 형태를 활용해 K스타일 제품에 대한 소비자 접근성을 높이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기존 구매 습관을 유지한 채 새로운 맛을 경험하도록 만들고, 시장 반응에 따라 후속 제품을 추가하기에도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글로벌 기업이 확보한 유통 거래처와 브랜드 인지도까지 시장 진입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별도의 판매망을 새로 구축하지 않아도 기존 유통 채널을 통해 제품을 공급할 수 있고 자체 연구개발 조직을 활용해 국가별 취향에 맞는 제품을 빠르게 개발할 수 있다.
K스타일 제품은 일본의 김치·매운맛 라면 중심에서 최근 영국·미국·인도·싱가포르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품목도 라면에서 소스와 스낵으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독립 브랜드를 신설하거나 기존 브랜드의 정규 제품군에 K스타일 상품을 추가하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식품업계에서는 우리나라 식품사가 주도해 온 K푸드 시장에 해외 대형 식품사의 K스타일 제품군까지 가세하면서 경쟁 구도가 달라졌다고 분석한다. 맛과 품질에 더해 현지 브랜드 인지도와 유통 접근성이 새로운 경쟁 축으로 떠올랐다는 설명이다.
이에 우리 식품기업들도 매운맛에 머물러 있던 제품군을 다양한 한식 메뉴로 넓히며 맞대응에 나섰다. 국내 제품 포트폴리오를 현지 전용 상품으로 재해석해 한식의 다양성을 브랜드와 연결하려는 전략이다.
농심 관계자는 “삼계탕면, 곰탕면 등은 일본 시장 상황에 맞춰 별도로 개발해 판매하는 현지용 상품”이라며 “일본에서 판매되는 K스타일 제품이 주로 매운맛에 집중돼 있는 만큼 우리나라의 다양한 맛과 식문화를 일본 소비자에게 알릴 수 있도록 차별화된 여러 유형의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메뉴 다변화 다음은 브랜드 경쟁
메뉴 다변화 이후 승부처는 브랜드 인지도가 자리하고 있다.
해외 대형 식품사도 고추장과 김치, 찌개를 현지 취향에 맞춰 상품화하고 있기에 우리나라 기업이 가진 ‘원조’의 이점은 제품보다 브랜드에서 나온다는 분석이다.
농심은 다양한 한식 메뉴를 현지용 제품으로 잇달아 개발하고 있다. 삼양식품은 불닭을 중심 브랜드로 유지하면서 국가별 취향을 반영한 맛과 제품 형태를 추가하고 있다. 접근 방식에 차이는 있지만 현지 소비자가 한식의 맛과 브랜드를 함께 기억하도록 한다는 전략은 같다.
문제는 고추장과 김치 등 한식 요소는 해외 기업도 제품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비슷한 제품들이 모여있으면 소비자는 맛과 품질을 브랜드로 기억한다. 제품 품질만이 아닌 브랜드 인지도도 중요 요소로 떠올랐다는 분석이다.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과정에서는 상표와 제품명, 포장 디자인 등 기업별 고유 자산을 보호하는 작업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외시장에서 유명 제품의 이름이나 포장 디자인을 유사하게 구성한 상품이 등장하는 사례가 이어져 온 만큼 제품 개발 단계부터 상표와 디자인권을 확보하고 현지 마케팅에서 브랜드를 분명히 알려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종우 남서울대 유통마케팅학과 교수는 “해외 기업의 K스타일 제품 출시는 K푸드가 세계화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우리나 기업은 현지 마케팅과 지식재산권 보호를 강화하고 원조 브랜드 이미지를 확고하게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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