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묵인·우크라 침공 지지로 상부상조…김정은 방러 논의 주목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러시아를 방문해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과 제3차 전략대화를 갖고 양국 관계의 '백년대계'를 위해 전략적 동맹 관계를 장기적으로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이번 회담에서 북한은 중국·러시아라는 전통적 우방과의 동맹을 복원해 한미일 안보협력에 맞서겠다는 의도를 명확히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한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소통을 견제하려는 러시아의 전략적 이해관계까지 맞아떨어지면서 양국이 '혈맹'으로서 장기적 협력 필요성에 공감한 결과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 '북중 밀착' 이어 곧바로 방러…북중러 동맹 복원해 정세 관리
조선중앙통신이 21일 보도한 '제3차 전략대화'에 관한 공보문에 따르면, 최 외무상과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지난 20일 모스크바에서 만나 "양국 관계의 백년대계를 위한 다방면적 강화를 가속"하기로 합의했다면서 주요 국제 현안 등 모든 문제에서 견해가 일치했다.
양국의 전략대화는 2024년 6월 평양 정상회담 합의에 따라 그해 11월 모스크바에서 시작됐으며, 작년 7월 북한 원산에서 2차 대화가 열린 데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번 3차 전략대화가 "북러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 체결 이후 고위급 소통을 제도화하면서 조약 이행과 다방면에서의 협력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양국을 오가며 열리는 정례적인 대화라고 하더라도 최 외무상의 방러 타이밍은 주목할만하다.
북중 우호조약 체결 65주년 계기로 북한과 중국이 최고위급 상호 방문으로 동맹 관계를 공고히 한 직후, 최 외무상이 곧바로 모스크바를 찾았기 때문이다.
이는 과거 느슨했던 중·러와의 전통적 동맹 관계를 완전히 복원하고, 이들 국가와의 연대를 바탕으로 한미일 안보협력에 맞서 한반도 및 지역 정세를 관리하겠다는 북한의 구상이 드러난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국방성 대변인이 담화를 통해 한미일 다영역 합동훈련인 '프리덤 에지'를 강력히 비난하는 등 북한은 꾸준히 한미일 안보협력에 예민하게 반응해왔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최근 북한은 중·러 관계를 강화함으로써 전략적 지위가 상승했다"며 "비핵화 요구나 대북제재 압박을 받을 수 있는 다자안보협의체 대신 한미일에 대응한 동맹관계 구축 성격"이라고 분석했다.
◇ 한·나토 협력에 불만 드러낸 러시아…북핵 묵인으로 맞불
러시아 역시 나토와 협력 폭을 넓히는 한국을 향해 불만을 표하고 있다. .
지난달 말 안드리 시비하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의 방한과 이재명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참석으로 한국과 나토의 협력 구도가 구체화하자,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교차관은 이석배 주러 한국대사를 불러 "한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쪽으로 점점 더 기우는 것에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서방 진영과의 대립 속에서 우군 확보가 시급한 러시아와 자국의 핵보유국 지위 수호를 위해 확실한 배후가 필요한 북한의 전략적 이해관계가 일치함으로써 이러한 양국의 교감이 이번 공보문에서 상호 지지 표명으로 이어진 셈이다.
러시아는 북한의 "현 지위와 발전권을 위협하는 일체의 적대행위를 반대한다"며 북한의 주권적 권리 수호를 위한 조치에 전적인 지지를 표명했다. 이는 사실상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묵인하겠다는 입장을 시사한 것이다.
이에 화답하듯 북측은 "우크라이나 분쟁의 근원을 제거하려는 러시아의 모든 대내외 정책을 지지한다"며 러시아를 두둔했다.
특히 공보문에서 양국이 "유엔헌장과 기타 국제법들의 목적과 원칙을 수호"하겠다고 한 대목은 오는 9월 유엔총회를 비롯한 국제무대에서 대북 제재를 무력화하려는 양국의 공동 투쟁을 예고한 것으로도 읽힌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한국과 나토 간 방산 협력 가속할 때 북러 간 군사 밀착도 더욱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러시아는 북한과의 밀착으로 한국 측의 안보 부담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압박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 푸틴, 최선희 접견해 예우…김정은 연내 방러 가능성 주목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최 외무상이 러시아를 찾을 때마다 접견하며 예우하고 있다.
러시아에서 북한의 외교적 위상이 크게 격상됐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최 외무상이 사실상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움직인 만큼,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문제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졌을 가능성도 있다.
운송 수단과 이동 거리 등의 제약으로 김 위원장의 모스크바 방문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지만, 공고한 동맹 관계를 대외에 과시해야 하는 러시아로서는 김 위원장을 연내에 초청하기 위해 공을 들일 것으로 전망된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라브로프 장관은 최 외무상과 만나 2024년 6월 평양에서 푸틴 대통령이 김 위원장이 정상회담을 한 지 2년이 지났다며 양국 정상의 "소통이 계속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두진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유라시아연구센터장은 "최 외무상이 김 위원장 친서를 가져가는 등 사실상 특사 자격으로 갔기 때문에 전략 대화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며 "러시아로서는 전쟁 수행 능력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연내 김정은 방문을 끌어내기 위한 각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통일부 당국자는 김 위원장의 연내 방러 가능성에 대해 "여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as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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