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야구 레전드 중 한 명인 박재홍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지난 18일 대구(삼성 라이온즈-롯데 자이언츠)전 중계를 앞두고 사과 메시지를 전했다. 투수 교체 상황을 두고 '유추'해 전한 말이 야구팬 공분을 일으킨 것.
상황은 이랬다. 지난 16일 후반기 소속팀 첫 경기에 선발 투수로 등판한 롯데 외국인 투수 엘빈 로드리게스는 5회 말 2사 1루 상황에서 김상진 메인 투수코치가 마운드에 올라 교체를 지시하자, 고개를 저으며 한동안 마운드를 지켰다. 자신이 더 던지고 싶다는 얘기였다.
박재홍 위원은 로드리게스의 모습을 '불필요한 고집'으로 판단했다. 투구 수(99개)가 적지 않았고, 이미 5이닝 이상을 3점 이하로 막으며 선발 투수 역할을 어느 정도 해낸 그가 벤치의 결정을 따르지 않으면 오히려 내부 분위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 그러면서 박 위원은 "이닝이나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같은 옵션이 걸려 있는 게 아닌가 싶다"라고 로드리게스가 처한 상황을 유추했다.
이후 야구 커뮤니티가 들끓었다. 이닝을 마무리하고 싶은 선발 투수의 승부욕을 이익과 관련지어 단정했기 때문이다. 결국 들끓은 여론에 박재홍 위원은 사과 메시지를 전했다.
계약 조건이 걸려 있어 강판을 거부했다는 박재홍 위원의 의견을 '합리적 유추'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일부 팬에겐 불편하게 들릴 수 있는 말이었다.
일단 옵션이 걸려 있어 강판을 거부했다고 해도, 로드리게스를 비난할 일이 아니다. 한 타자를 더 상대하면 110구 이상 던질 수도 있는 상황을 우려한 벤치의 선택도 틀리지 않았다.
박재홍 위원이 비난을 받은 이유는 선수 시절 그런 모든 상황을 다 겪고, 양측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야구인'이 굳이 갈등의 배경을 돈으로 몰아갔기 때문이다.
박재홍 위원이 특정 팀이나 선수를 상대로 편파적인 견해를 드러냈다고 단정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불편감을 느낀 야구팬들도 '박 위원이 다른 저의가 있는 게 아닌가'라고 유추할 수 있다.
해설위원은 상황을 설명하는 게 직무다. 구단 밖에 있는 3자이지만, 꾸준히 현장과 접촉하는 야구인이다. 비판적 생각을 피력해 야구계에 경종을 울리기도 한다.
반면 자극적인 소재나 수위 높은 발언을 통해 의도적으로 시선을 끌려는 이들도 많다. 특히 인기팀이나 그 소속 선수들은 집중 타깃이 된다.
롯데 국내 에이스 박세웅은 자신의 투구 패턴과 성향을 도마 위에 올려 두는 몇몇 야구인 유튜버 향해 "결과론으로는 누구나 (비판) 할 수 있다"라고 꼬집어 말했다. 그가 고민을 넣어 놓은 선배는 윤석민(은퇴)이 유일하다.
전 메이저리거였다가 음주 운전으로 물의를 일으켜 은퇴한 강정호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롯데 좌완 투수 홍민기의 투구 습관(쿠세)를 분석해 올린 바 있다.
선배로서 후배가 약점을 지워야 한다는 취지를 강조했고, 실제로 유의미한 동작인지 확실하지 않지만, 분명한 건 누군가에게는 불편할 수 있는 발제였다. '표현의 자유'는 존중받아야 하지만, 같은 야구인끼리 굳이 그랬어야 했냐는 시선을 받을 만하다.
선수 또는 지도자의 인터뷰를 가공해 최초 생산자의 의도와 다르게 전달하는 경우도 많다. 야구팬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는 현장 야구인들 입장에서 힘이 빠지는 일이다.
한 현직 에이전트는 "야구인 크리에이터가 콘텐츠 파워 강화에 기여한 면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선수 생활을 했던 분들이 같은 민감한 부분들을 자꾸 오픈하는 건 동업자 정신을 위배하는 것이다. (영상) 조회수로 영향력 보여주고 싶어 하는 이들도 있는 것 같다"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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