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본인 소유 아파트를 29억 원에 매각하면서 매수자에게 17억7,000만 원 규모의 근저당권을 설정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매수자의 사정을 감안한 '배려'라는 입장이다. 매수인들이 현재 거주 중인 아파트를 오는 10월 말까지 매도해 그 대금으로 잔금을 치를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준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해당 아파트가 재건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소위 '물딱지' 매물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한 일종의 꼼수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당장 국민의힘을 비롯한 보수 야당은 "전대미문의 부동산 꼼수"라고 비판하며 거래 과정을 설명하라고 촉구했다.
李대통령, 분당 아파트 29억에 매도
靑 "매수자 사정고려 17억 근저당"
이재명 대통령이 부인 김혜경 여사와 공동 보유했던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아파트를 29억 원에 매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법원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해당 아파트의 등기 이전일은 지난 16일이며, 소유권은 이 대통령·김 여사 공동명의에서 50대 김모 씨와 조모 씨 공동명의(각 지분 2분의 1)로 넘어갔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2월 부동산 시장 정상화를 강조하며 해당 아파트를 시세 보다 약 10% 낮게 매물로 내놓았고 곧바로 가계약이 체결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 14일 국무회의에서는 '부동산정책 관련 국민 의견 수렴계획' 보고를 받은 뒤 토론 과정에서 한성숙 국무총리를 향해 "난 이제 집이 없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눈에 띄는 것은 매수인이 이 대통령 부부 앞으로 17억7천700만 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이 대통령은 해당 금액만큼의 채권을 보유하게 됐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는 20일 "매수자의 사정에 의한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최근 자택 매매를 완료했으며, 매매는 시세보다 낮은 29억원에 이뤄졌다. 1주택자로서 매각 의무는 없으나 부동산 정상화 정책의 실현 의지를 보여주는 조치"라며 이같이 설명했다.
매수인이 잔금을 치르려면 현재 거주 중인 아파트를 매각해야 하는데 그 시간을 벌어주기 위한 '배려'라는 설명이다.
김 씨와 조 씨는 오는 10월 말 현재 거주 중인 아파트의 잔금을 받아 근저당권을 말소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매수인의 자금 사정이 좋지 않으면 집주인과 합의해 근저당을 설정하기도 한다"며 "2019년 12·16 부동산 대책으로 주택담보대출이 사실상 막혔을 당시에도 이 같은 방식이 적지 않게 쓰였다"고 설명했다.
이례적 사적 대출…'물딱지' 방지 위한 편법 의혹
청와대는 매수인 사정으로 인해 근저당을 설정했다고 설명했으나 해당 아파트가 재건축을 추진 중이라는 배경 때문에 '물딱지'를 방지하기 위한 편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근저당권은 일반적으로 금융기관이 대출을 해줄 때 설정된다. 그러나 이번 경우는 대통령 부부가 매수인에게 사인 간 대출을 해준 형태로, 통상적인 매매 계약에서는 보기 드문 방식이다. 결국 대통령은 아파트를 매도하면서 10억 원가량만 현금으로 받고, 나머지 잔금을 매수인에게 빌려주며 등기까지 넘겨준 셈이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이를 '물딱지' 방지 조치로 해석한다. 물딱지는 재건축 단지에서 입주권을 받을 수 있을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법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현금청산 대상이 되는 매물을 뜻한다.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 단지는 조합 설립인가 이후 조합원 지위 양도가 제한되는데, 이 대통령은 1998년부터 해당 아파트를 보유했지만 김 여사가 공동명의로 바꾼 시점이 2018년이라 10년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양지마을은 현재 사업 시행자 지정고시를 앞두고 있으며, 지정고시 이후 등기가 이전되면 매수인은 입주권을 받지 못하고 현금청산 대상이 된다. 따라서 이번 주까지 등기가 완료돼야 '물딱지'가 되지 않는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또한 대출 규제를 우회한 꼼수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지난해 6월 이후 수도권 주택은 매매가격에 따라 주담대 한도가 제한돼 25억 원 초과 주택은 최대 2억 원까지만 대출이 가능하다. 원칙대로라면 매수인은 27억 원 이상 현금을 보유해야 하지만, 대통령이 근저당을 설정해 사실상 자금을 빌려준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불법은 아니지만 편법으로 볼 수 있다"며 "강남권에서도 이 같은 사인 간 대출이 공공연히 이뤄졌다"고 말했다.
野 '더불어근저당' 총공세…"대출 막더니 대통령은 사금융으로 우회"
보수야권은 일제히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국민들이 부동산 대출 규제로 힘들어하자 대통령께서 친히 해법을 내놓으셨다"며 "매도자 대출, '더불어근저당'"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대출 풀면 투기한다면서 다 틀어막더니, 전세도 없어져야 할 사금융이라더니, 사업자 대출로 집 사면 처벌한다더니, 부동산 사내 대출도 해주지 말라더니, 규제도 본인이 만들고 꼼수도 본인이 만든다"라며 "시세 차익이 20억 원이 넘는다는데 '초과이익'을 국민과 나누라"고 비판했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1일 이재명 대통령이 성남 분당의 아파트에 17억7000만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하고 29억원에 매도한 데 대해 "이런 방식으로 대출 규제를 피하는 꼼수도 있구나 감탄을 금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원내대책회의를 열고 "집권여당의 당명을 더불어민주당이 아니라 더불어근저당으로 바꿔야 할 판"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정 원내대표는 "갭투자도 투기라고 몰아붙이면서 대출을 철저히 규제하더니 본인은 외상으로 집을 판 것"이라며 "국민들의 내집 마련 꿈을 이루기 위한 대출은 철저히 규제하고 틀어막더니, 대통령 본인은 사금융을 대출 규제를 우회한 편법 꼼수로 수십억원의 이익을 본 것"이라고 했다.
정 원내대표는 "이번 일은 이재명 정부의 규제 일변도 부동산 정책이 시장을 어떻게 비정상적으로 왜곡시키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 사건"이라며 "대통령이 국민에게 무거운 규제를 부과해 놓고, 규제를 우회할 편법 꼼수까지 손수 가르치고 있는 모순적인 상황이다. 마치 운동선수를 일부러 다치게 해놓고 금지약물을 처방하는 꼴"이라고 했다.
이어 "노무현·문재인 대통령도 부동산 정책 실패로 많은 국민을 힘들게 했지만 이렇게 본인 집으로 서민을 농락하고, 국민을 우롱하는 대통령은 처음 봤다"라며 "처음부터 이러려고, 국민들 염장 지르려고 집을 팔겠다고 한 것인가"라고 했다.
정희용 사무총장은 "국민에게는 대출의 문을 걸어 잠그고, 본인은 거액을 빌려주는 방식으로 규제를 형해화했다"며 "참으로 기막힌 이중잣대"라고 비난했다. 김미애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이번 거래는 대출 규제가 얼마나 비현실적이고 국민에게만 가혹한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라며 "근저당권 설정 경위를 국민 앞에 투명하게 설명하라"고 촉구했다.
김태규 원내수석대변인은 "은행 대출 막혔다고 울지 말라. 대통령이 직접 대출해 드린다"고 비꼬며 "매수인은 다주택자로 은행 대출이 불가능했는데, 결국 세입자 전세보증금과 대통령 부부의 근저당으로 집값을 메웠다"고 주장했다. 최보윤 수석대변인도 "현금청산을 피하기 위해 규제를 우회한 것"이라며 "시장에 유사 거래가 잇따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나경원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대통령이 국민에게 전대미문의 대출 규제 무력화, 부동산 매매 꼼수를 몸소 보여줬다"며 "은행 대출이 안 되면 매도인에게 직접 사금융을 빌리라는 기막힌 가이드라인"이라고 비판했다.
송언석 의원도 페이스북에 "이 대통령은 국민에게 적용한 규제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거래 방식이 왜 달랐는지 분명히 설명해야 한다"며 "왜곡된 지금의 부동산 시장에 대한 정책 실패를 국민 앞에 사죄해야 한다"고 적었다.
주진우 의원도 "대통령 집만 사연 있고, 대통령 집 매수자만 사정 있나"라며 "청와대는 왜 국민은 주담(주택담보) 대출 틀어막아 갭 매수 차단해 놓고, 대통령 집 매수자에게는 은행 대신 이 대통령 부부가 약 15억 원을 빌려줬는지 밝혀야 한다"고 했다.
안철수 의원은 "대통령이 사금융으로 사채를 주고 갭 투자의 길을 열어줬다"며 "초고가 주택 매매자들이 활용하는 '셀러 파이낸싱' 기법을 대통령이 구사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역시 "일반인은 은행 대출이 막혔는데 대통령은 편법 사금융으로 집을 샀다"며 "왜 하필 그런 매수자를 택했느냐, 지인이냐"고 반문했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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