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고예인 기자 | 삼성전자가 대표이사 직속 로봇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속도를 낸다. 전사에 흩어져 있던 로봇 기술과 인력을 한데 모아 중장기 전략 수립부터 핵심 기술 개발, 사업화까지 일원화하는 통합 체계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로봇 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의 핵심 축으로 육성하기 위해 대표이사 직속 ‘RX(Robotics eXperience)사업추진실’을 신설한다고 21일 밝혔다.
RX사업추진실은 삼성전자가 그동안 각 사업부와 연구조직에서 축적해 온 로봇 관련 역량을 결집하는 역할을 맡는다. 로봇 사업의 중장기 전략과 로드맵을 수립하고 핵심 기술 개발과 제품·서비스 사업화까지 전 과정을 통합 관리할 예정이다.
대표이사 직속 조직으로 구성해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고 기술과 시장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가 로봇을 단순한 연구개발 과제가 아닌 차세대 수익 사업으로 본격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 서울R&D캠퍼스에 로봇 역량 집결
RX사업추진실은 서울 서초구 우면동에 위치한 삼성전자 서울R&D캠퍼스를 주력 거점으로 활용한다.
삼성전자는 로봇 관련 인력의 근무지를 서울R&D캠퍼스로 통합해 연구개발 조직 간 협업을 강화할 계획이다. 로봇 개발과 사업화에 필요한 사무 공간과 실험실 등 관련 인프라에 대한 투자도 지속적으로 확대한다.
구미사업장에는 로봇의 핵심 경쟁력인 데이터를 확보하고 학습시키기 위한 ‘데이터 팩토리’를 구축한다. 실제 생산 현장에서 로봇을 운용하며 다양한 작업 데이터를 축적하고 이를 로봇의 지능과 제어 기술 고도화에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구미 데이터 팩토리와 서울R&D캠퍼스 연구조직 간 협업을 통해 로봇의 현장 적용 속도를 높이고 산업 현장에서 요구되는 작업 수행 능력과 안정성을 강화할 계획이다.
로봇 산업에서는 하드웨어 성능뿐 아니라 실제 환경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작업 동작과 판단 능력을 반복 학습시키는 과정이 경쟁력을 좌우한다. 삼성전자가 제조 사업장을 데이터 확보 거점으로 활용해 로봇 사업과 기존 제조 경쟁력 간 시너지를 노리는 것으로 분석된다.
▲ 미국·중국·일본에 글로벌 연구거점
글로벌 로봇 연구개발 네트워크도 확대한다. 삼성전자는 로봇 기술과 관련 산업 생태계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 일본에 각각 연구거점을 운영할 계획이다. 국가별로 특화된 로봇 기술과 스타트업·연구기관 생태계를 활용하고, 현지 우수 인재도 적극적으로 확보한다.
미국은 인공지능과 휴머노이드 로봇, 소프트웨어 기술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며 일본은 산업용 로봇과 정밀 제어 분야에서 강점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 역시 대규모 제조 기반과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서비스·휴머노이드 로봇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각 지역의 기술적 강점을 활용해 로봇 지능과 제어, 손과 팔을 활용한 정밀 작업 기술 등을 확보하고 글로벌 시장 진출 기반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 현대차 로봇 전략 이끈 이동건 부사장 합류
로봇 사업을 이끌 핵심 인력도 보강한다. 현대자동차그룹에서 보스턴 다이내믹스 운영 방향을 포함한 로봇 전략을 주도했던 이동건 삼성전자 기획팀 부사장은 이번 조직 개편을 통해 RX사업추진실 내 로보틱스전략팀장으로 선임됐다.
이 부사장은 삼성전자의 중장기 로봇 사업 로드맵과 사업 전략 수립을 담당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이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한 이후 로봇 사업의 운영과 확장 전략을 경험한 인물을 전면에 배치해 사업화 역량을 강화하려는 인사로 해석된다.
로봇 분야 석학들도 RX사업추진실에 합류한다. 지능형 자율 로봇 시스템과 로봇 제어 분야 전문가인 김현진 서울대학교 교수와 로봇 손, 매니퓰레이션 분야에서 연구 성과를 쌓아온 김의겸 아주대학교 교수가 참여할 예정이다.
매니퓰레이션은 로봇이 팔과 손을 활용해 물체를 잡거나 옮기고 복잡한 작업을 수행하는 기술이다. 로봇이 공장이나 가정, 상업시설 등 실제 공간에서 활용되기 위해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핵심 기술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앞으로도 인공지능과 소프트웨어, 로봇 제어, 센서, 구동장치 등 분야별 전문가를 추가로 영입해 로봇 사업화 역량을 장기적으로 축적할 계획이다.
▲ 연구 넘어 사업화…삼성 로봇 전략 전환
삼성전자의 이번 조직 개편은 로봇 사업의 무게 중심을 기술 연구에서 사업화로 옮기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기존에도 연구조직과 사업부를 중심으로 로봇 기술을 개발해 왔지만 이번에는 대표이사 직속 조직을 통해 전략과 기술, 인력, 인프라를 통합했다. 사업추진실이라는 조직 명칭을 사용한 점에서도 실제 제품과 서비스 출시, 신규 시장 창출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가전과 반도체, 디스플레이, 모바일, 제조 자동화 등 다양한 사업 기반을 보유하고 있다. 로봇 기술을 기존 제품과 서비스에 접목하거나 생산 현장에 먼저 적용한 뒤 외부 사업으로 확장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가정용 로봇과 서비스 로봇뿐 아니라 제조·물류 현장에서 활용되는 산업용 로봇, 인공지능과 결합한 휴머노이드 로봇 등이 향후 사업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삼성전자는 대표이사 직속 체제를 기반으로 신속한 의사결정과 실행력을 확보해 로봇 기술 개발 속도를 높이고 시장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속적인 혁신과 기술 경쟁력 강화를 통해 새로운 고객 가치를 창출하고 미래 성장 사업을 적극 발굴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Copyright ⓒ 한스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