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서울 관광 명소 중 한 곳인 청계천에서 시민들의 소망이 담긴 ‘행운의 동전’을 대낮에 싹쓸이하는 중년 남녀의 모습이 포착돼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20일 SNS와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청계천의 추악한 현장’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빠르게 확산했다.
영상을 보면, 한 여성이 양산을 쓴 채 청계천 물속으로 들어가 바닥에 떨어진 동전들을 줍기 시작한다. 잠시 후 주변에 있던 남성도 합류해 함께 동전을 주워 가방에 담았다. 이들은 수많은 시민과 관광객이 지켜보는 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동전을 챙긴 뒤 유유히 자리를 떠났다.
해당 영상이 촬영된 곳은 청계광장 인근 모전교 옆에 위치한 ‘팔석담’이다. 조선 팔도를 상징하는 돌로 조성된 이곳은 가운데로 동전을 던지며 소원이 이뤄진다는 의미가 담겨 있어 ‘서울의 트레비 분수’로도 불리는 청계천의 대표 명소다.
문제는 이 동전들이 단순한 ‘행운의 동전’이 아니라는 점이다. 현장 안내판에는 ‘수거된 행운의 동전은 서울장학재단과 유니세프한국위원회 등을 통해 국내 및 전 세계 어린이 교육 지원 사업에 사용된다’는 내용이 한국어, 영어, 중국어 등으로 명시돼있다.
실제로 서울시에 따르면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이곳에서 수거된 금액은 약 4억4800만원, 외국 동전은 약 40만점에 달한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누리꾼들은 “도대체 양심을 어디다 두고 온 거냐” “사람들이 던진 동전은 주인 없는 돈이 아니다” “남의 행운과 아이들의 장학금을 훔쳐가서 행복하겠나” “그거 주워서 얼마나 부자 되겠다고 양심을 파느냐” 등 이들의 행위를 비판하며 절도죄로 처벌해야 한다는 의견이 쇄도했다.
법조계 역시 해당 행위가 형사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길에 떨어진 돈을 줍는 점유이탈물횡령과 달리, 팔석담의 동전은 서울시가 정기적으로 수거·관리하는 ‘점유재산’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관리 주체의 허락 없이 이를 무단으로 가져갈 경우 절도죄가 성립될 소지가 크다는 분석이다.
형법 제329조에 따르면 타인의 재물을 절취한 사람을 6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만약 영상 속 두 인물이 사전에 역할을 나누거나 서로 신호를 주고 받으며 계획적으로 동전을 수거했다는 사실이 확인될 경우 특수절도죄에 해당될 수도 있다. 이 경우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한편, 이 같은 행위는 비단 청계천만의 문제가 아니다. 행운의 동전 원조 격인 이탈리아 로마의 트레비 분수 역시 관광객들이 던진 동전을 두고 비슷한 몸살을 앓아왔다. 이곳에 모인 동전은 매년 수거돼 가톨릭 자선단체 ‘카리타스’를 통해 무료 급식소 운영 등 취약계층 지원에 사용된다.
이 때문에 현지에서는 분수에 들어가는 행위 자체를 금지하고, 동전을 훔치다 적발될 경우 절도 혐의를 적용해 엄격히 단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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