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동포 청년 연수서 정체성 재발견…"동포라는 사실이 자랑스러워"
"할아버지의 삶이 큰 가르침…나눔 정신 계승해 사회에 기여하고 싶어"
(서울=연합뉴스) 박현수 기자 = "일본식 성을 쓸 일이 이제 없어졌어요. 이제부터는 이유리아로 살기로 결정했어요."
재외동포청이 주최하고 재외동포협력센터가 주관한 '2026년 제1차 차세대 동포 청년 모국 초청 연수'에 참가한 재일동포 3세 이유리아(일본명 기무라 유리아·21) 씨는 지난 19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일본에서 태어나 특별영주권자로 도쿄에 사는 그는 이번 연수에서 일본식 성이 아닌 본래 성인 '이유리아'로, 재외동포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가겠다는 결심을 밝혔다.
일본식 성인 '기무라'는 조부가 한자 '이(李)'에서 '나무 목(木)' 자를 따와 만든 성이다. 이후 학교에서는 줄곧 기무라라는 성을 써왔다.
그는 "최근에는 기업들도 글로벌화하는 분위기여서 이젠 굳이 일본식 성을 쓸 이유가 없어졌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수는 그에게 정체성을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그는 "캠프에서 저와 비슷한 환경에서 살아온 동포들을 만나 '나만 이런 고민을 했던 것이 아니었구나'라고 생각했다"며 "이를 계기로 제 정체성을 더욱 깊이 이해하고, 재외동포라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여기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은 세계화 시대인 만큼 일본에서 생활하면서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느끼기보다는 오히려 관심을 가지고 제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들이 더 많다고 느꼈다"고 덧붙였다.
그의 조부는 제주도 출신으로, 생계를 위해 어린 나이에 일본으로 건너갔다. 도쿄 인근 도치기현 우쓰노미야와 가나가와 일대에서 비즈니스호텔 4개를 운영하며 사업가로 성공했다.
1991년에는 일본 관동·제주도민회 제18대 회장과 재일본대한민국민단 도쿄본부 단장을 지내는 등 일본 동포사회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대한민국 정부로부터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았다.
2010년부터는 국립 제주대학교에 20억 원 이상의 발전기금을 기부했다. 2017년 별세한 조부의 뜻은 부친이 이어받아 매년 제주대에 장학금 3천만원을 기부하고 있다.
이 씨는 "할아버지의 삶 자체가 저에게 가장 큰 가르침이었다"며 "제주대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을 마련하고 재일동포 사회를 위해 헌신하는 한편, 가족과 주변 사람들을 세심하게 배려하는 모습을 보며 자랐다"고 했다.
그러면서 "할아버지를 통해 '나만을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회에 기여하는 삶'의 가치를 배웠다"고 전했다.
이 씨는 K팝과 K드라마 등 한류 문화의 확산과 함께 일본 사회에서 재일동포를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졌다고 한다. 그는 중학교 시절 아이돌그룹 세븐틴을 좋아했고, 소녀시대와 카라 등 한류 1세대 콘텐츠도 즐겼다고 했다.
이번 연수 참가는 어머니가 인스타그램에서 브라질 참가자가 올린 캠프 관련 게시물을 공유해준 것이 계기가 됐다. 그는 "기회가 오면 놓치지 않고 잡아야 한다고 평소 생각한다"며 첫 언론 인터뷰에 응한 배경을 전했다.
현재 일본 릿쿄대학 사회학과 3학년인 이 씨는 지난해 미국 오하이오주에서 교환학생으로 생활하며 넓은 세상을 경험했다. 중·고등학생 때 다녔던 프로그래밍 학원에서는 인턴으로 학생들에게 웹디자인을 가르치고 있다.
그는 "저 역시 많은 도움을 받았던 만큼 이를 통해 작은 보답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조부의 고향인 제주도를 알리는 홍보 웹사이트도 직접 제작해 운영하고 있다. 서울 중심의 정보가 넘쳐나는 상황에서 지역 특색을 담은 콘텐츠를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이 씨는 "재외동포로서의 정체성과 할아버지께서 몸소 보여주신 삶을 마음에 새기며 일본어·한국어·영어를 바탕으로 세계를 무대로 활약하고 싶다"며 "앞으로 스페인어와 중국어도 배워 다양한 사람과 문화를 만나고 사회에 기여하는 것이 제 꿈"이라고 말했다.
phyeon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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