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인공지능(AI) 시대 국가의 역할은 ‘시장을 조직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의료·교육·행정 등 공공 분야를 중심으로 AI 활용 기반을 구축해 국민 누구나 AI를 활용할 수 있는 ‘AI 기본사회’를 구현하겠다는 구상이다.
김 실장은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AI 시대, 국가는 시장을 조직한다’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AI 시대 국가의 역할과 정부가 추진하는 ‘모두의 AI’ 정책의 방향을 설명했다.
김 실장은 현재 AI 시장이 개인용 챗봇 중심의 ‘작은 시장’에 머물러 있다고 진단했다. AI가 병원의 진료를 돕고 학교 수업, 행정 민원 처리 등 사람이 판단하고 책임지던 영역으로 확산되는 ‘거대한 시장’은 아직 본격적으로 열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 실장은 그 이유로 기술 부족이 아니라 데이터 정비와 규제 개선, 사회적 신뢰 부족 등을 꼽았다. AI가 실제 산업과 공공서비스에서 활용되기 위해서는 업무 방식의 변화와 데이터 개방, 제도 정비가 함께 이뤄져야 하지만 시장의 자율적인 움직임만으로는 이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국가의 역할은 시장을 대신하거나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민간이 시장을 키울 수 있도록 기반을 조성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김 실장은 “AI를 만들고 팔고 쓰는 일은 그대로 시장에 맡기되 국가는 흩어진 조건들을 엮어 잠긴 시장의 문을 여는 일만 맡는다”며 “AI 시대의 국가는 생산하는 국가도, 통제하는 국가도 아니다. 시장을 조직하는 국가”라고 밝혔다.
정부가 추진 중인 ‘모두의 AI’ 사업도 이러한 구상의 연장선에 있다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국민에게 국산 AI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해 AI 활용 기반을 넓히는 한편, 공공 서비스를 대신 찾아 신청하는 AI 에이전트와 공공 데이터 개방을 통해 민간의 서비스 개발과 투자를 촉진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무료 AI가 일상에 AI를 뿌리내리는 정책이라면 공공 에이전트는 그 토대 위에서 시장을 여는 정책”이라고 말했다.
또 AI 접근은 새로운 기본권으로 봐야 한다는 인식도 제시했다. 김 실장은 앞으로 AI를 잘 활용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차이가 소득과 기회, 성장의 격차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국민 누구도 AI 이용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국가가 최소한의 컴퓨팅 환경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초등교육이나 공공보건을 수지가 맞아서 하는 것이 아니라 기본권이기 때문에 국가가 책임지듯 AI 또한 그러하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우리나라의 강점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메모리 반도체와 AI 모델 개발 역량, 5천만 명 규모의 시장, AI 기본법 등을 꼽으며 “문제는 재료가 없다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이 흩어져 있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지 않으면 목걸이가 되지 못한다”며 “AI 시대 국가의 역할은 구슬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구슬을 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실장은 “국민 모두에게 최소한의 컴퓨팅을 보장하는 것은 현금을 나눠주는 복지와는 다르다”며 “현금이 소비할 힘을 보태 준다면 컴퓨팅은 생산할 힘을 보태 준다”고 말했다. 이어 “더 많은 국민이 AI를 사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만드는 데까지 참여하는 사회가 ‘AI 기본사회’”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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