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박혜수 기자
삼성전자가 로봇 사업의 지휘체계를 전면 개편했다. 흩어져 있던 로봇 조직을 대표이사 직속으로 묶었다. 연구개발(R&D)에 집중했던 전략을 사업화 중심으로 확대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최근 휴머노이드와 서비스 로봇이 인공지능(AI)을 현실에서 구현하는 핵심 플랫폼으로 주목받으면서 삼성도 전사 차원의 대응 체계를 구축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21일 대표이사 직속 'RX(Robotics eXperience)사업추진실'을 신설한다고 밝혔다.
RX사업추진실은 로봇 사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는다. 기존 DX(디바이스경험)부문 미래로봇추진단과 삼성리서치, 생산기술연구소 등에 분산돼 있던 조직과 인력을 한데 모았다. 중장기 전략 수립부터 핵심 기술 개발, 제품·서비스 사업화까지 전 과정을 총괄한다.
업계는 이번 개편의 의미를 조직 통합보다 의사결정 체계의 일원화에서 찾고 있다.
로봇은 AI와 반도체, 센서, 소프트웨어, 제조 기술이 유기적으로 결합돼야 하는 산업이다. 기술 개발과 사업 조직이 분산되면 제품 개발과 시장 대응 속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대표이사 직속 조직으로 격상한 것도 연구개발과 사업화를 하나의 체계에서 추진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외부 전문가를 영입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삼성전자는 현대자동차그룹에서 보스턴다이내믹스 운영 전략을 담당했던 이동건 부사장을 로보틱스전략팀장으로 선임했다. 지능형 자율로봇 분야의 김현진 서울대 교수와 로봇 핸드·매니퓰레이션 전문가인 김의겸 아주대 교수도 합류할 예정이다. 사업 전략과 핵심 연구 역량을 함께 강화하려는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조직 운영 방식도 바뀐다.
RX사업추진실의 거점은 서울 우면동 서울R&D캠퍼스다. 여러 사업장에 흩어져 있던 로봇 인력을 집결시켜 협업을 강화한다. 연구시설과 실험 인프라도 확대할 계획이다. 미국과 중국, 일본에는 연구거점을 운영하며 현지 기술 생태계를 활용하고 글로벌 인재 확보에도 나선다.
구미사업장에는 '데이터 팩토리'를 구축한다. 연구개발 과정에서 확보한 기술을 생산 현장에 적용하고 현장에서 축적한 데이터를 다시 AI 학습과 제품 개발에 활용하는 구조다. AI 기반 로봇의 성능은 실제 환경에서 확보한 데이터의 양과 품질이 중요한 만큼 제조 경쟁력을 로봇 경쟁력으로 연결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번 조직 개편은 삼성전자의 로봇 전략 변화와도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2023년 레인보우로보틱스에 전략적으로 투자한 데 이어 콜옵션을 행사해 최대주주에 올랐다. 이후 미래로봇추진단을 신설하며 휴머노이드 기술 확보에 나섰다. 이동형 AI 컴패니언 로봇 '볼리(Ballie)'와 보행 보조 로봇 '봇핏(Bot Fit)'을 선보였고 제조 현장에는 협동로봇과 자율이동로봇(AMR)을 적용하며 기술 검증도 이어왔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직 개편을 기술 확보 이후 사업화 기반을 다지는 단계로 보고 있다.
로봇 산업은 기술력만으로 시장을 선점하기 어렵다. AI 모델을 실제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작동시키려면 대규모 현장 데이터와 반복 학습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연구개발과 제조, 데이터를 하나의 체계로 연결하는 기업이 경쟁 우위를 확보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글로벌 경쟁도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엔비디아는 AI 플랫폼을 기반으로 휴머노이드 생태계를 확대하고 있다. 테슬라는 범용 휴머노이드 '옵티머스' 상용화를 추진 중이다. 현대자동차그룹도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중심으로 로봇 사업을 키우고 있다. 로봇 산업의 경쟁 축이 개별 기술에서 AI와 데이터, 제조 역량을 결합한 생태계 경쟁으로 이동하면서 삼성도 조직과 전략을 이에 맞춰 재편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삼성전자가 확보한 기술을 얼마나 빠르게 제품과 서비스로 연결하느냐가 경쟁력을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레인보우로보틱스 투자와 미래로봇추진단을 통해 기술 기반을 다졌다면 이번 조직 개편은 이를 사업으로 연결하기 위한 실행 체계를 갖추는 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대표이사 직속으로 출범하는 RX사업추진실은 신속한 의사결정과 실행력을 바탕으로 기술 개발 속도를 높일 것"이라며 "시장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해 차별화된 로봇 경험과 새로운 사업 기회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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