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평론가 이동진이 나홍진 감독의 신작 '호프'에 별점 4점을 준 뒤 각종 의혹과 악성 댓글이 쏟아지자 직접 입을 열었다.
이동진 평론가 / 유튜브 'B tv 이동진의 파이아키아'
앞서 이 평론가는 지난 19일 블로그를 통해 '호프'에 별점 5점 만점 중 4점을 부여하고 "기괴한 난장판 속에서 대담하게 질주하는, 영화 전체가 거대한 크레센도"라는 한줄평을 남겼다.
이 평론가는 나 감독의 전작 '추격자'(4점), '황해'(4.5점), '곡성'(5점) 등에도 일관되게 높은 점수를 부여해 왔다. 지난 15일에는 상영 직후 열린 GV(관객과의 대화) 진행을 맡기도 했다.
이후 일부 누리꾼들은 이 평론가가 나홍진 감독과의 친분이나 감독의 이름값, 한국 영화계의 어려운 상황 등을 고려해 작품에 높은 점수를 준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며 악성 댓글을 달기도 했다.
이어 "나홍진 감독이니까 그 이름값 때문에 높게 평가한 게 아니냐고들 하지만, '호프'에 대한 제 호평은 감독이 누구인지와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이 평론가는 나홍진 감독의 첫 작품 '추격자'와 두 번째 작품 '황해' 역시 높게 평가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나홍진 감독은 언제부터 이름값이 있었느냐"고 반문했다.
유명 감독이나 영화계 인맥을 의식해 평가한다는 주장에도 선을 그었다. 그는 '악마를 보았다', '원더랜드', '베테랑2', '외계+인', '변산' 등을 거론하며 "이름값이나 인간적인 관계를 중시해 평을 했다면 훌륭한 작품을 만들어온 감독들의 영화에 대해 제가 그렇게 평가할 수 있었겠느냐"고 말했다.
영화 '호프' 포스터 /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특히 금전적 이득때문에 평점을 높게 준 것이 아니냐는 일각의 비난을 강하게 일축했다. 이 평론가는 "금전적인 이유 때문에 굳이 '호프'를 골라서 GV를 할 이유가 없다"며 "올해 언택트톡 진행 요청만 20여 편가량 받았지만 대부분 응하지 못하고 '호프'만 응했다"고 밝혔다.
이어 "대중적 영화는 GV를 하면 사례비를 받지만 블록버스터나 대작이라고 해서 달라지지 않는다"라며 "만일 돈 버는 게 가장 중요한 목적이라면 들어오는 요청을 가능한 한 많이 받아들이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이미 오래전부터 수입 중 영화계로부터 오는 건 GV를 포함해 매우 적은 비율"이라며 "돈 때문에 어떤 영화에 대해 호평하거나 혹평할 이유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국 영화계와 극장업계의 위기를 고려해 '호프'에 후한 점수를 줬다는 주장도 반박했다. 이동진은 자신 역시 한국 영화계가 다시 관객들의 성원을 받고 극장업계가 위기에서 벗어나기를 바란다면서도 "그건 한 영화에 대한 평가와 무관하다"고 밝혔다.
그는 "제 앞에 놓인 영화 한 편, 한 편의 평가는 언제나 한국 영화계 전체의 사정보다 중요하다"며 "제 평가 때문에 누군가가 더욱 힘든 상황이 된다고 해도 이를 악물고 제가 본 대로 평가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게 궁극적으로 영화계를 위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호프' 포스터 /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이동진은 지난 10년간 별점 5점을 준 한국 영화는 세 편뿐이지만, 외국 영화에는 매년 2∼4편씩 만점을 줬다고 설명하면서 "아무리 말을 해도 그냥 그렇게 보고 싶어서 줄기차게 그렇게 보고 있는 것"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영화인들과의 관계 때문에 눈치를 본 것 아니냐는 지적에도 선을 그었다. 이 평론가는 "요사이 파이아키아라는 이름의 작업실에 틀어박혀 점점 고립되어가는 듯한 상황"이라며 "식사 약속 자리에 가본 것도 올해 들어 딱 두 차례뿐이다. 방송 일을 제외하면 사실상 영화인들과 거의 아무런 '사회생활'을 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영화 '호프'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이유에 대해 이 평론가는 "단점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걸 상쇄할 정도로 강력한 장점들이 있는, 매력 넘치고 독창적이며 재미있는 영화이기 때문"이라고 재차 확인했다.
이어 자신이 별점과 한줄평뿐 아니라 47분 분량의 영상, GV, 언택트톡 등을 통해 작품을 높게 평가한 이유를 충분히 밝혀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런데도 이유를 굳이 모르겠다고 한다면, 당신이 싫어하는 영화를 제가 좋아한다고 말하는 게 듣기 싫을 뿐"이라며 "영화 한 편을 보고 왜 그렇게까지 조롱하거나 화를 내는 것이냐"고 되물었다.
'호프' 포스터 /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이어 "평론가든 관객이든 영화와 예술에 대한 평가에 객관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각자의 영화관과 세계관뿐 아니라 이제껏 살아온 삶 전체를 끌어와 한 편의 영화를 본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이 평론가는 "의견은 충분히 다를 수 있고, 다른 의견들끼리도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다"며 "서로 다른 의견을 나누면서 경험을 확장할 수 있고, 그렇게 예술은 풍성해지고 사회는 더 나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영화의 배경인 호포항을 언급해 "결국 우리는 서로 다른 사람들이고, 이게 우리가 살아가야 하는 세상이다. 이 세상은 아직 호포항이 아니니까"라는 말로 장문의 글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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