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루 벤투 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에콰도르 축구대표팀 차기 사령탑 후보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 대표팀 공석을 두고 복귀 가능성이 거론되던 벤투가 사실상 다른 나라와도 접촉을 이어가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한축구협회의 감독 인선 작업에 새로운 변수가 추가됐다.
파울루 벤투 감독. / 뉴스1
에콰도르, 벤투에 공식 문의 완료
에콰도르 매체 아피시온 센트랄은 "에콰도르축구연맹(FEF)이 벤투를 차기 대표팀 감독 후보 명단에 포함시켰으며, 57세 전략가를 선임할 가능성을 확인하고자 이미 공식 문의를 마쳤다"고 최근 보도했다. 또 다른 현지 매체 풋티콘도르 역시 에콰도르축구연맹이 검토 중인 5인의 후보 명단을 공개하며 벤투의 이름을 명시했다.
에콰도르는 2026 북중미 월드컵을 끝으로 자진 사임한 세바스티안 베카세세 감독의 후임을 물색 중이다. 후보군은 마우리시오 펠레그리노(전 발렌시아 감독), 구스타보 코스타스(전 라싱 감독), 루벤 다리오 인수아(전 엘 나시오날 감독) 등 에콰도르 리그 경험이 있는 아르헨티나 국적 지도자 3인과 로베르토 모레노(스페인·전 AS 모나코 감독), 벤투로 구성됐다.
벤투는 2023년에도 에콰도르 감독 후보로 한 차례 거론된 바 있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현재 벤투는 지난해 아랍에미리트 대표팀 감독직에서 물러난 뒤 무직 상태다.
벤투가 '기다릴 수만은 없는' 이유
'벤투, 과연 어디로...' 기사 내용 토대로 AI툴 활용해 제작한 자료사진.
한국 팬들에게 익숙한 이름인 벤투가 에콰도르와 접촉을 이어가는 배경에는 대한축구협회의 더딘 인선 행보가 있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3일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 첫 회의를 열고 차기 감독 인선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그러나 아직 구체적인 후보를 압축하거나 협상을 개시했다는 소식은 없다. 오는 9월부터 11월까지 예정된 A매치를 감독 대행 체제로 운영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며, 늦어도 내년 1월 아시안컵 이전까지 정식 감독 선임을 마무리한다는 계획만 내놓은 상태다.
벤투 측이 이미 복귀 의사를 협회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구체적인 확답을 받지 못한 채 시간이 흐르고 있다. 무직 상태의 감독으로서 마냥 기다릴 수 없는 상황에서 에이전시 등을 통해 다른 국가의 대표팀 자리를 동시에 알아보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결국 협회가 결정을 미루는 사이, 벤투 카드 자체가 희박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벤투, 왜 여전히 '1순위'로 거론되나
현재 한국 대표팀 차기 사령탑 후보로는 벤투 외에도 거스 포옛 전 전북 현대 감독, 로베르토 마르티네스 전 포르투갈 대표팀 감독, 하비에르 아기레 전 멕시코 대표팀 감독 등이 거론되고 있다. 그럼에도 벤투가 후보군 선두에서 꾸준히 이름이 오르내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
벤투는 2018년 8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4년 4개월간 한국 대표팀을 이끌었다. 역대 단일 임기 최장수 사령탑 기록이다. 재임 기간 동안 수문장까지 빌드업에 적극 가담시키는 후방 조직과 높은 볼 점유율을 기반으로 한 '벤투표 축구'를 대표팀에 뿌리내렸고,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한국의 16강 진출을 이끌었다. 2010 남아공 월드컵 이후 12년 만의 원정 16강이었다.
벤투 감독. / 뉴스1
가장 큰 강점은 한국 축구의 내부 사정을 속속들이 안다는 점이다. 별도의 적응 기간 없이 즉각 팀 운영에 나설 수 있고, 김민재·이강인·황인범·이재성 등 자신이 직접 키우고 지도한 주축 선수들을 빠르게 활용할 수 있다. 이미 한국 선수들의 특성과 성향을 파악하고 있다는 것은 새 외국인 감독을 선임했을 때 겪을 수밖에 없는 초기 시행착오를 줄인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벤투의 약점, 외면할 수 없다
그러나 벤투를 향한 시선이 마냥 우호적이지만은 않다. 카타르 월드컵 이후 벤투의 지도자 경력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2023년부터 아랍에미리트 대표팀을 이끌었지만 뚜렷한 성과 없이 2025년 사임했고, 그 이후 클럽과 국가대표팀을 막론하고 새 보직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전술적 유연성 문제도 재임 시절부터 꾸준히 제기된 과제다. 벤투는 경기 흐름에 따라 전술을 즉각 수정하기보다 자신이 사전에 준비한 계획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성향이 강하다. 상대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는 인플레이 수정 능력이 아시아 무대에서는 통했지만, 더 높은 수준의 경쟁에서는 한계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카타르 월드컵 당시 함께했던 코칭스태프도 상당수가 다른 팀으로 흩어졌다. 벤투가 돌아오더라도 당시와 동일한 팀 단위의 지도 체계를 복원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일그러진 대한축구협회 엠블럼. / 뉴스1
한국과 에콰도르, 동시에 벤투를 원한다면
현 구도를 정리하면, 한국과 에콰도르 양쪽이 동시에 벤투를 검토하는 상황이다. 에콰도르는 공식 문의까지 마쳤다고 보도됐고, 한국은 여전히 복수 후보를 검토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다.
벤투 입장에서는 어느 쪽이든 먼저 구체적인 조건을 제시하는 팀과 계약 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계약 기간, 급여, 코칭스태프 구성 권한, 행정적 지원 범위 등이 최종 결정에 영향을 미칠 변수들이다. 에콰도르는 남미 지역에서 꾸준히 경쟁력을 유지하는 팀으로, 2022 카타르 월드컵과 2026 북중미 월드컵 모두 본선에 올랐다. 벤투로선 남미 무대라는 새로운 도전의 가치도 무시할 수 없다.
에콰도르축구연맹은 현재 최종 쇼트리스트 확정을 앞두고 후보 검토 작업을 진행 중이다. 대한축구협회가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사이, 벤투 카드는 시간이 갈수록 한국의 손에서 멀어질 수 있다.
홍명보 사퇴 이후, 한국 축구 현주소는?
벤투를 둘러싼 논의는 현재 한국 축구가 처한 혼란과 맞물려 있다. 홍명보 전 감독은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후 자진 사퇴했다.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1승 1무 1패를 기록하며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에 이어 성적이 후퇴했고, 특히 공격 조직력과 경기 중 전술 조정 능력 면에서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대한축구협회 건물. / 뉴스1
홍 전 감독의 선임 과정 자체도 당시부터 논란이었다. 전력강화위원회의 추천과 절차를 두고 팬들 사이에서 불투명하다는 비판이 쏟아졌고, 결과까지 따라주지 않으면서 사령탑 공백 사태로 이어졌다. 협회가 이번 인선에서 과거와 같은 논란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절차의 투명성과 속도 모두를 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은 2027년 아시안컵을 비롯해 2030년 월드컵 아시아 예선이라는 굵직한 일정을 앞두고 있다. 감독 공백이 길어질수록 팀 전술 구축과 선수 선발 기준 정립에 공백이 생긴다. 9월 A매치를 대행 체제로 치르더라도, 아시안컵 이전에는 반드시 정식 감독을 세워야 한다는 데 축구계 안팎의 의견이 일치한다.
차기 사령탑 외국인 후보 '5인', 누가 유력할까
한국 축구를 이끌 사령탑으로는 내국인보다는 외국인 감독 선임에 무게가 실린 가운데, 현재 축구계에서 현실적인 후보로 거론되는 5인을 정리했다.
현재 공석인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 기사 내용 토대로 AI툴 활용해 제작한 자료사진.
1위. 사비 에르난데스(스페인)
전 FC 바르셀로나 감독으로, 최근 유럽 이적시장 전문가들과의 인터뷰에서 "월드컵과 아시안컵 같은 국제 대회를 지휘하고 싶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며 후보군에 급부상했다. 카타르 알 사드에서 선수와 감독을 모두 경험해 아시아 축구 환경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점유율 중심의 전술 철학이 뚜렷하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다만 국가대표팀 지휘 경험이 전무하다는 점과 세계적인 명장 수준의 높은 연봉은 협상 과정에서 협회가 넘어야 할 현실적인 벽이다.
2위. 파울루 벤투(포르투갈)
제73대 한국 대표팀 감독으로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을 이끈 인물이다. 현재 거론되는 후보 중 한국 축구와 선수단에 대한 이해도가 가장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대표팀 복귀 의사를 협회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번 에콰도르 접촉이 보여주듯 확답이 없는 상태에서 다른 선택지도 동시에 열어두고 있다. 일부 코치진의 독립과 전술 트렌드 고착화 우려는 재선임 시 풀어야 할 과제다.
3위. 거스 포옛(우루과이)
전북 현대 모터스를 지도한 이력이 있어 K리그와 한국 축구 환경에 대한 실질적인 이해를 갖춘 인물이다. 과거 대표팀 선임 과정에서도 최종 후보군에 이름을 올린 바 있으며, 현재 감독직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직관적인 전술 운용과 유연한 선수 활용이 강점으로 꼽힌다.
4위. 로베르토 마르티네스(스페인)
위건, 에버턴 등 클럽 무대를 거쳐 벨기에와 포르투갈 국가대표팀을 장기간 지휘하며 메이저 대회 경험을 쌓은 베테랑 감독이다. 후방 빌드업과 높은 점유율을 중시하는 전술 색깔이 뚜렷하며 한국행에 관심을 보인 인물로 거론된다. 화려한 스쿼드를 운용하면서도 메이저 대회에서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냈다는 비판과 높은 연봉 수준은 협상 과정의 변수다.
5위. 하비에르 아기레(멕시코)
마요르카 감독 시절 이강인을 핵심 선수로 중용하며 성장을 이끌어낸 인연으로 국내 팬들에게도 낯설지 않은 이름이다. 멕시코 국가대표팀을 세 차례 지휘하며 월드컵 16강 진출을 달성하는 등 대표팀 운영과 단기 토너먼트 경험이 풍부하다. 현장 장악력과 실용적인 전술 운용 능력을 강점으로 꼽는 시각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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