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플스토리’의 ‘큐브’ 아이템 확률 조작 여파로 부과된 과징금을 둘러싼 넥슨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 간의 법정 공방이 오는 22일 법원의 판결로 일단락된다.
이번 재판은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 의무 법제화 이전의 과거 게임 운영 행위에 대한 제재 근거 혹은 과도한 행정 소급 적용에 경종을 울리는 판례로 남을 전망이다. 재판 결과가 타 게임사를 향한 제재 근거로 활용될 수 있는 만큼, 판결에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역대 최대 116억 과징금에 불복한 넥슨
사건의 발단은 넥슨의 MMORPG(대규모 다중 접속 역할 게임) ‘메이플스토리’ 유료 아이템인 ‘큐브’에서 시작됐다. ‘큐브’는 사용 시 장비 옵션과 등급을 무작위로 재설정해 주는 아이템이다. 장비 부위가 많고 최상급 옵션에 필요한 큐브 수를 예측할 수 없는 만큼, 원하는 옵션을 띄우려면 상당한 금액을 소비해야 한다.
논란이 본격적인 법정 문제로 대두된 시점은 지난 2024년 1월 공정위의 발표부터다. 공정위는 넥슨이 큐브의 인기 옵션 등장 확률을 조정하고 유저에게 공유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특히 '보스 대미지 추가', '아이템 드롭률 증가' 등 선호도가 높은 특정 중복 옵션은 아예 출현하지 않도록 확률 시스템을 변경하고 공지하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했다.
또한 넥슨이 지난 2010년 9월부터 2021년 3월까지 449회에 걸쳐 약관에 따른 변경 사항을 공지했음에도 정작 중요한 소비자에게 불리한 확률 변경 내용을 알리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았다.
공정위는 확률 시스템을 의심하는 문의가 수차례 있었음에도 이를 알리지 않은 것은 전자상거래법상 '거짓·기만적 방법을 통한 소비자 유인 혐의'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면서 넥슨에게 역대 최대 규모인 116억4200만원의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부과했다.
이에 넥슨은 지난 2024년 2월 서울고등법원에 시정명령 및 과징금 부과처분 취소 청구 소송을 제기하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공정위가 지적한 문제는 확률형 아이템 법적 고지 의무가 없던 시기에 대한 제재이며 공정위 심사과정에서 소명이 충분히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넥슨 “과거 규제 부재 시기 행위…소급 적용이자 단순 미공지일 뿐”
넥슨은 지난 3월 열린 변론기일에 공정위의 처분이 법적 근거가 없던 과거의 행위에 대한 과도한 소급 적용이라고 항변했다.
문제가 된 행위는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 의무가 명문화되기 전인 지난 2010년에서 2016년 사이의 일이며 당시에는 자율규제 대상조차 아니었다는 입장이다. 지난 2024년 개정된 게임산업법 기준을 과거의 행위에 사후적으로 대입해 처벌하는 것은 위헌적이라는 취지다.
또한 최초 확률 자체가 법적 고지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에 확률 변경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은 단순히 공지를 하지 않은 것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를 적극적으로 속인 기만행위가 아니라는 뜻이다.
아울러 최초 확률을 모르는 상태에서 미세한 확률 조정이 있었다고 해서 유저의 구매 의사결정이 바뀌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도 덧붙였다. 실제로 지난 2021년 3월 확률을 전면 공개한 직후 큐브 매출이 오히려 46% 증가한 실증 데이터가 이를 방증한다고 주장했다.
처분 시효와 과징금 산정 방식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마지막 확률 변경 행위가 일어난 것은 지난 2016년이므로 공정위 처분 시점 기준으로 이미 처분 시효 5년이 지났다는 지적이다. 더불어 11년간 발생한 큐브 전체 매출 약 5500억원을 관련 매출액으로 잡아 과징금을 산정한 것은 비례성 원칙에 위배되며 확률 변경과 무관하게 2016년 이후 새로 진입한 유저들의 매출까지 합산한 것은 과도하다고 덧붙였다.
공정위 “전상법 위반은 입법 전부터 성립…내부 문건서 의도적 은폐 확인”
반면 공정위는 이번 처분이 개정된 게임 산업법에 따른 소급 적용이 아니라 이전부터 존재해 온 전자상거래법에 기반한 처벌이라는 입장이다. 게임 산업법 개정 이전에도 전상법상 소비자 유인 및 기만 행위 금지 조항은 엄연히 존재했다는 것이다.
특히 공정위는 넥슨이 사소한 게임 업데이트 내용은 구체적으로 공지하면서 유료 재화인 큐브의 확률 인하 및 차단 사실만 의도적으로 누락한 점을 꼬집었다. 공정위가 확보한 넥슨 내부 문건의 ‘유저들이 사용하면서 알아가세요’, ‘확률 감소를 최대한 숨겨야 한다’ 등 문구를 볼 때 이는 단순 미고지가 아니라 매출 극대화를 위해 의도적으로 소비자를 속인 적극적 기만행위라고 날을 세웠다.
큐브는 확률에 따라 가치가 결정되는 디지털 재화다. 때문에 특정 옵션 확률을 0%로 만들거나 낮춘 것을 숨긴 행위는 소비자의 매몰 비용과 심리를 자극해 거래로 유인한 행위라는 해석이다. 또한 전상법상 기만적 유인 행위는 소비자를 잘못 알게 할 우려만으로도 성립하므로 구매 인과관계를 일일이 입증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시효 성립 여부에 대해서도 넥슨이 확률 변경 사실을 정식 공지한 지난 2021년 전까지 기만 상태가 계속 유지되었으므로 시효가 지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일부 아이템의 명칭이나 기능이 바뀌었어도 내부 버전 업데이트에 불과해 단종으로 볼 수 없고 본질적 기능을 속인 일련의 연속적 행위이므로 누적 매출 전체를 기준으로 과징금을 산정한 것은 정당하다고 맞섰다.
소비자 보상과 행정소송의 온도 차…게임업계 판도 바꿀 사건
이번 소송의 여파는 결과에 따라 넥슨뿐만 아니라 업계 전체에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넥슨은 지난 2024년 9월 한국소비자원의 집단분쟁조정 결정과 보상계획을 수락하고 약 219억원 상당의 대규모 환불 조치를 수용했다. 그럼에도 공정위의 116억원 과징금 처분에 행정소송으로 맞선 이유는 과거의 서비스로 인한 소급 제재가 업계에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한 배수진이라는 분석이다.
공정위가 승소할 경우 지난 2024년 3월 확률형 아이템 법제화 이전 시기에 이루어진 과거 모든 게임 운영 행위에 대해서도 전자상거래법을 통한 사후 제재 물꼬가 터진다. 반대로 넥슨이 승소할 경우 규제 당국의 과도한 소급 적용과 무리한 과징금 산정 방식에 경종을 울리는 선례로 남는다.
막대한 과징금 규모와 게임업계에 영향을 미치는 법적 쟁점이 걸린 사안이다. 때문에 사건은 어느 쪽이 패소하든 대법원까지 갈 가능성이 높다. 벼랑 끝 넥슨과 법 집행의 정당성을 증명하려는 공정위 중 법원이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 사상 초유의 행정소송 결과에 따라 국내 게임업계 분위기 또한 달라질 수 있다.
송진원 기자 jin1@tleav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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