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6년 7월 20일 15시 3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TV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하이닉스가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으로 글로벌 투자자와의 접점을 넓히면서 대규모 투자와 주주환원 사이의 균형이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 인공지능(AI) 반도체 메모리 호황으로 현금창출력이 크게 개선되면서 자본 배분 원칙과 이사회의 감독 기능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는 요구도 커질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10일 미국 나스닥 시장에 ADR을 상장했다. 공모가는 ADR당 149달러로 결정됐으며, 총 1억7790만주를 발행해 265억달러(약 40조원)를 조달했다. 회사는 ADR 조달 자금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청주 P&T7 첨단 패키징 공장,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도입 등에 투입할 계획이다.
다만 이번 자금 조달이 기존 주주의 지분 희석을 수반하는 신주 발행으로 이뤄진 만큼 투자 성과에 대한 시장의 눈높이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투자 규모와 시기, 예상 수익률, 재무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을 이사회가 충분히 검토했는지를 주주에게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주주환원 정책과의 균형도 숙제다. SK하이닉스는 2025년부터 2027년까지 적용되는 주주환원 정책을 통해 연간 고정배당금을 기존 주당 1200원에서 1500원으로 25% 상향하고, 정책 기간 누적 잉여현금흐름(FCF)의 50%를 주주환원 재원으로 활용한다는 원칙을 유지했다.
실제로 SK하이닉스는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2025 회계연도에 주당 1500원의 추가 배당을 결정했다. 기존 고정배당을 합한 주당 배당금은 3000원으로, 총 현금배당 규모는 2조1000억원에 달한다.
회사가 투자와 주주환원을 모두 고려한 정책을 제시했지만, 자본배분을 둘러싼 시장의 검증은 이어질 전망이다. 이 같은 문제의식은 최근 흥국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가 SK하이닉스 이사회에 보낸 공개 주주서한을 통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서한은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등 대규모 투자 계획이 이사회 심의와 의결보다 먼저 대외적으로 발표된 경위를 설명해 달라고 요구했다.
흥국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SK하이닉스 이사회 구성원이 아닌데도 대규모 투자 계획을 먼저 발표한 것은 이사회 중심 경영이라는 글로벌 기준과 거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사회 내부에서 어떤 논의와 검토가 있었는 지를 주주에게 투명하게 설명해야 한다는 요구였다. 반도체 호황으로 현금흐름이 개선된 가운데 투자와 임직원 보상에 비해 일반주주 환원이 충분한지도 따져봐야 한다는 주장도 담겼다.
그러나 흥국자산운용은 서한 발송 사실이 알려진 지 하루 만에 이를 철회했다. 해당 서한은 회사의 공식 입장이 아닌 주식운용본부장 개인의 의견으로, 일부 내용이 회사 입장과 다르고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설명이다.
서한은 철회됐지만 SK하이닉스의 대규모 투자 결정 과정과 이사회의 역할, 주주환원 수준을 둘러싼 쟁점은 남았다. ADR 상장으로 해외 기관투자가의 접근성이 높아진 만큼 이러한 검증은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뱅가드는 의결권 행사 정책과 관련 ▲이사회 구성과 독립성 ▲이사회의 전략·위험 감독 ▲경영진 보상 ▲주주권 보호 등을 주요 평가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뱅가드는 이사회의 과반을 독립이사로 구성하고 주요 위원회는 독립이사만으로 구성하는 것을 일반적인 기준으로 제시한다. 또 기업의 장기 전략과 중대한 위험을 감독하는 책임이 이사회에 있다고 보고, 관련 감독 절차를 주주에게 공개하도록 요구한다. 자본조달과 인수·합병 등 중요 거래를 주주 과반의 승인을 받아야 할 기본적인 주주권으로도 보고 있다.
이는 글로벌 기관투자가의 평가가 배당 규모에만 머물지 않고 이사회 독립성과 전략·위험 감독, 경영진 보상, 주주권 보호 등 지배구조 전반으로 확대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SK하이닉스 역시 대규모 투자 필요성뿐 아니라 이사회가 투자 위험과 기회를 어떻게 검토했는지 시장에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ADR 상장 이후 별도의 주주환원 확대 방안이 구체화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회사는 주주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을 계속 고민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방안과 시행 시점은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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