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곤 지사, 문체부 장관에 개선 건의…"체류기간·소비 확대"
외국인 제주 숙박·소비 줄어들 가능성…불법체류 관리도 문제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제주도가 추진하는 '무사증 관광객 타지역 이동 허용'을 골자로 한 무사증 제도 개선이 제주 관광의 새 돌파구가 될지, 오히려 제주 관광산업의 실익을 줄이는 결과를 낳을지 관심이 쏠린다.
국내 체류 기간 확대라는 기대와 달리 제주 숙박·소비 감소와 불법체류 관리 강화라는 과제도 함께 안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무사증 관광객의 이동 범위가 전국으로 확대되면 관광객 이탈과 불법체류 관리도 한층 어려워질 수 있다.
정책을 현실화하려면 국내 전체 관광 활성화라는 기대효과에 앞서 제주지역 관광·경제에 미칠 영향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신원 확인과 이동 경로 관리, 이탈 방지 대책 등을 담은 구체적인 제도 설계가 선행돼야 한다.
◇ 국내 체류기간 늘지만 제주 소비는 오히려 줄 수도
위성곤 제주도지사는 지난 18일 제주를 찾은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제주에 들어온 외국인 관광객이 다른 지역까지 여행할 수 있게 무사증 제도를 개선해달라고 요청했다.
제주를 외국인 관광객이 대한민국으로 들어오는 관문으로 활용해 국내 체류 기간과 소비를 늘리자는 취지다.
제주 무사증 제도는 외국인이 비자 없이 제주에 들어와 최장 30일간 머물 수 있게 하되 체류 지역을 제주로 제한하는 특례다. 다만 제주를 벗어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수 없어 관련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주도가 기대하는 효과는 외국인 관광객의 국내 체류 기간 증가다.
그러나 국내 소비 증가가 제주지역의 소비 증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현재 중국인 관광객이 제주에서 4박을 하면 숙박과 렌터카, 음식점, 면세점, 전통시장 소비 대부분이 제주에서 이뤄진다.
반면 제도 개선 이후 제주 1박, 서울 3박 일정으로 바뀐다면 국내 체류 기간은 늘지만, 제주 소비는 오히려 감소할 수 있다.
제주 관광객을 늘리는 정책이 아니라 제주에 머물던 관광객을 다른 지역으로 보내는 정책이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실제 관광업계에서도 기대와 우려가 함께 나온다.
강동훈 제주도관광협회장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제주에서 2박 3일이나 3박 4일 정도 일정 기간 체류하도록 조건을 단 뒤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방식이라면 환영할 만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단순히 제주를 경유만 하는 형태가 되면 항공 좌석 부족은 더 심해지고 제주 관광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내국인 관광객도 항공편을 구하기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 제주 관광업계가 겪는 주요 어려움 가운데 하나가 항공 좌석 부족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무사증 제도 개선으로 외국인 관광객이 제주를 단순 환승지처럼 이용할 경우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것이다.
업종별 이해관계도 엇갈린다.
호텔과 렌터카, 면세점, 음식점은 제주 체류 일수가 줄면 직접적으로 매출이 감소할 것을 우려한다.
반면 여행업계는 제주와 서울, 부산을 연결한 새로운 상품을 개발할 수 있어 관광상품 다양화와 신규 수요 창출을 기대할 수 있다.
제도 도입에 앞서 제주 체류 일수와 관광 소비 변화, 업종별 경제효과를 객관적으로 분석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더 큰 과제는 불법체류…관리 방안은 아직 '백지'
관광 효과보다 더 큰 변수는 출입국 관리다.
현재 제주 무사증 제도는 제주에서만 체류하도록 한 지역 한정 입국 특례다.
타지역 이동이 허용되면 관리 범위는 제주에서 전국으로 확대된다.
관광객이 정해진 여행 일정에서 이탈하거나 허용된 체류 기간을 넘겼을 때 어느 기관이 관리하고 어떤 방식으로 소재를 파악할지에 대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
정부가 지난해 9월 29일부터 한시 시행 중인 중국인 단체관광객 무비자 입국 조치도 변수다.
이 조치로 중국인 단체관광객은 비자 없이 입국해 최대 15일간 전국을 여행할 수 있다. 당초 올해 6월 말 종료될 예정이었으나 올해 말까지 연장됐다.
제주 무사증 제도의 최대 수요층인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제주를 거치지 않고도 전국을 여행할 수 있는 만큼 제주 무사증 제도만의 차별성이 약해지고 별도의 육지 이동 특례를 도입할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주도는 전문여행사를 통한 단체관광객 관리 방식과 같은 여행사가 신원 확인과 이탈 관리를 맡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지만, 아직 정부로부터 제도 도입 여부나 구체적인 운영 방식에 대한 답변은 받지 못한 상태다.
실제 제주출입국·외국인청을 비롯한 법무부 등 관련 기관 협의도 시작되지 않았다.
하용국 제주출입국·외국인청장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실무 논의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며 "문체부에 건의가 이뤄진 만큼 앞으로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법무부 차원의 입장에 대해서도 "어떤 내용인지 상의를 해봐야 알 것 같다"며 아직 구체적인 검토 단계는 아니라고 밝혔다.
결국 제주를 대한민국 관광의 관문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 성공하려면 관광객의 국내 체류 기간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제주 관광산업이 실제로 더 많은 소비와 관광객을 확보할 수 있는지, 제주를 단순 경유지로 전락시키지 않을 장치는 무엇인지, 전국으로 넓어지는 불법체류 관리 부담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이 먼저 제시돼야 한다.
bj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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