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투자은행(IB) 등 해외 기관들은 AI 투자 증가세 둔화와 최근 주가 조정을 근거로 반도체 업황 역시 둔화할 수 있다고 진단한다. 반면 한국은행과 국내 증권사들은 메모리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는 점과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 부족을 이유로 반도체 호황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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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관련 시장의 투자 심리가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미국의 주요 반도체 기업의 주가 흐름을 보여주는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SOX)도 6월 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했다. 국내 반도체 대장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역시 7월 들어 각각 24%, 31% 밀리며 국내 증시 조정을 주도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은 이를 단순한 주가 조정이 아닌 AI 투자와 반도체 업황 둔화 신호로 해석한다. 모건스탠리는 AI 투자 사이클이 “후반부에 접어들고 있다”고 평가하며 반도체주에 대한 눈높이를 낮췄다. UBS 역시 빅테크의 AI 투자가 계속되더라도 “투자 증가율은 점차 둔화할 것”으로 판단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는 S&P 대규모 증설이 향후 공급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이 AI 데이터센터 수요에 대응해 투자를 확대하고 있지만, 실제 AI 수요가 기대에 못 미치면 공급 과잉과 가격 하락이 재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달리 국내 기관들은 주가보다는 실제 메모리 가격과 수급에 주목하고 있다. D램과 고대역폭메모리(HBM)의 가격이 오름세를 이어가고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한 상황임을 고려하면 업황 호조가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은 D램 계약가격이 지난해 말 20.8달러에서 올해 6월 40달러로 오른 데 이어 올해 말에는 47.9달러 수준까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신현송 한은 총재는 7월 금융통화위원회 기자간담회에서 “계속 주시할 가격이 있다면 반도체 기업의 주가보다 반도체 가격 그 자체를 주시하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증권사들 역시 수급에 주목하고 있다. AI 투자 확대로 반도체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지만, 공급을 단기간에 크게 늘리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할 때 메모리 가격이 쉽게 꺾이지 않으리라는 전망이다.
주혜원 국제금융센터 부전문위원은 “최근 주가 조정에도 견조한 AI 수요와 메모리 가격 상승세, 신규 제품 양산 등을 감안하면 메모리 사이클의 피크아웃을 우려하기에는 이르다”고 말했다.
AI 투자 증가율이 다소 둔화하더라도 업황이 곧바로 꺾일 가능성이 낮다는 판단도 나온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수출 호조는 최소 내년 말까지, 기본적으로는 2028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본다”며 “다만 올해 6월이 수출 증가율의 정점이었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앞으로는 성장률이 둔화하는 국면이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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