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을 천년 넘게 지킨 절… 웅장한 전각·국가유산 품은 '사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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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을 천년 넘게 지킨 절… 웅장한 전각·국가유산 품은 '사찰'

위키트리 2026-07-20 22:08: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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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숲길을 따라 오르면 산자락 사이로 오래된 기와지붕이 모습을 드러낸다. 일주문과 금강문, 천왕문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보제루 옆을 돌아서면 웅장한 전각과 석탑이 한눈에 펼쳐진다. 화엄사는 이렇듯 천천히 걸으며 경내의 조화로운 배치와 곳곳에 남은 국가유산을 살펴보기 좋은 사찰이다.

화엄사 전경. / 한국관광공사(촬영 : 신윤철)

보제루 너머 펼쳐지는 화엄사의 풍경

전라남도 구례군 지리산 자락에 있는 화엄사는 삼국시대 때 연기조사가 세웠다고 전해지는 고찰이다. 사찰 이름은 불교 경전인 《화엄경》에서 따왔으며, 임진왜란 때 큰 피해를 입은 뒤 조선 시대에 다시 세워졌다. 현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19교구 본사다.

화엄사의 중심 풍경은 보제루를 돌아선 뒤 비로소 모습을 드러낸다. 누각 아래로 지나가는 여느 사찰과 달리 보제루 옆을 따라 대웅전 앞마당으로 들어서는데, 이 순간 시야가 트이며 동·서 오층석탑과 대웅전, 각황전이 한눈에 들어온다.

화엄사 석탑과 보제루. / 연합뉴스

화엄사의 전각은 한 줄로 이어지지 않는다. 대웅전과 각황전은 서로 높이가 다른 터에 자리하고, 두 석탑은 넓은 마당을 사이에 두고 동서로 나란히 서 있다. 지리산 비탈을 살린 배치 덕분에 서 있는 위치와 시선의 방향에 따라 전각과 석탑이 겹쳐 보이는 모습도 새롭게 느껴진다. 처음 찾았다면 곧장 안쪽으로 향하기보다 보제루를 돌아선 자리에서 경내 전체를 먼저 살펴보는 편이 좋다.

이곳에는 불전과 석탑, 석등, 불화, 석경 등 여러 형태의 국가유산이 남아 있다. 대웅전 앞마당을 중심으로 좌우를 천천히 둘러보면 목조건축과 석조물이 어떤 간격과 높이로 조화롭게 어우러졌는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전각 지붕 너머로 이어지는 숲 풍경도 이 자리에서 선명하게 보인다.

웅장한 규모를 자랑하는 각황전

사찰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물은 각황전이다. 조선시대에 다시 세운 불전으로, 넓게 뻗은 지붕과 굵은 기둥이 건물의 남다른 규모를 보여준다. 가까이 다가설수록 기둥과 지붕이 주는 웅장함이 더욱 분명하게 느껴진다.

각황전의 옛 이름은 장륙전이다. 임진왜란 때 소실된 이후 중건되면서 지금의 이름으로 바뀌었다. 정면에서는 넓게 펼쳐진 지붕이 먼저 눈에 들어오고, 측면으로 돌아가면 건물의 깊이와 기둥 배열이 또렷하게 보인다. 앞마당과 석등까지 함께 바라보면 각황전이 경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쉽게 가늠할 수 있다.

화엄사 각황전과 대웅전. / 연합뉴스

각황전 앞에는 통일신라 석등이 서 있다. 불을 밝히는 화사석과 이를 받치는 기단, 지붕돌이 층층이 이어진 구조다. 거대한 불전 앞에서도 묻히지 않을 만큼 규모가 크며, 넓은 마당의 중심을 든든하게 잡는다. 오랜 세월을 견딘 석등의 표면과 각황전의 목재 기둥을 함께 바라보는 것도 화엄사에서 눈여겨볼 장면이다.

대웅전 앞에는 동·서 오층석탑이 자리한다. 같은 마당에 서 있지만 조각 장식과 전체적인 형태에는 저마다 차이가 있다. 탑 사이를 오가며 위치를 바꿔 보면 대웅전과 각황전, 두 석탑이 이루는 구도가 조금씩 달라진다. 화엄사는 개별 국가유산뿐 아니라 전각과 석조물이 한 공간을 이루는 조화로운 방식에서도 고유한 특징이 드러난다.

네 마리 사자가 받치는 사사자 삼층석탑

각황전 왼쪽 계단을 오르면 효대에 자리한 사사자 삼층석탑을 만난다. 네 마리 사자가 탑을 받치는 독특한 구조로, 일반적인 석탑과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사자의 자세와 표정, 세부 표현도 저마다 조금씩 다르다. 기단에는 인물과 여러 장식이 새겨져 있어 탑 둘레를 천천히 돌아보며 살펴야 전체 모습을 입체적으로 감상할 수 있다.

화엄사 사사자 삼층석탑. / 구례군 제공-뉴스1

이 탑에는 연기조사가 어머니의 명복을 빌기 위해 세웠다는 이야기가 남아 있다. 맞은편에는 차를 공양하는 모습을 한 석상이 탑을 바라보고 서 있다. 효대는 각황전 앞마당보다 높은 곳에 있어 경내의 기와지붕과 지리산 산세를 한눈에 함께 볼 수 있다. 계단 아래에서 올려다본 모습과 가까이에서 바라본 느낌이 서로 달라 여러 방향에서 살펴보는 것이 좋다.

화엄사 홍매화. / 전라남도 구례군-공공누리

특히 봄이 오면 화엄사는 전국에서 찾아온 방문객으로 붐빈다. 각황전 옆을 붉게 물들이는 홍매화를 비롯해 고목들이 꽃을 피우며 고찰의 봄 풍경을 완성한다.

구례의 산과 강을 굽어보는 사성암

화엄사를 둘러본 뒤에는 오산 사성암으로 발길을 옮겨도 좋다. 화엄사가 지리산 기슭에 넓게 자리한 사찰이라면, 사성암은 오산 정상부의 바위 지형을 따라 전각이 들어선 암자다. 암벽에 기묘하게 기대어 지은 약사전과 바위에 새긴 마애여래입상이 깊은 인상을 남긴다.

사성암 전경. / 한국관광공사(촬영 : 배근한)

사성암에 오르면 섬진강과 구례 들판, 지리산 능선이 한눈에 펼쳐진다. 화엄사에서 전각과 석탑을 가까이 살펴봤다면, 이곳에서는 구례를 둘러싼 아늑한 풍광을 넓게 조망할 수 있다. 두 곳은 입지와 경관이 뚜렷하게 달라 하루 일정으로 함께 둘러보기 좋다. 사성암은 연중무휴로 개방하며 입장료는 무료다.

지리산과 섬진강을 담은 먹거리

화엄사 주변에서는 지리산의 계절 나물과 다양한 반찬을 한 상 가득 올리는 산채정식을 맛볼 수 있다. 구례읍과 섬진강 일대에서는 다슬기수제비와 매운탕, 은어 요리를 비롯해 버섯전골과 산닭구이가 대표 별미로 꼽힌다. 다만 은어와 민물고기 요리는 계절이나 식당 사정에 따라 판매 여부가 달라질 수 있어 방문 전에 확인하는 편이 좋다.

[삽화]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자료 이미지로, 실제 모습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구례의 대표 특산물은 산수유다. 산동면 일대에는 집과 돌담, 계곡 주변에 산수유나무를 심어 가꿔 온 마을들이 자리한다. 봄에는 노란 꽃이 피고 가을에는 붉은 열매가 맺힌다. 산수유길은 이들 마을과 군락지, 주요 전망 지점을 잇는 여러 코스로 구성되어 있다. 산수유차와 말린 열매 등 가공품도 현지에서 구입할 수 있다.

화엄사는 연중무휴 무료로 개방되며, 주차장과 화장실 등 편의시설을 잘 갖추고 있다. 단, 문화유산 보호와 안전을 위해 반려동물 동반이나 자전거, 킥보드 등의 출입은 제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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