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의 흥행과 완성도를 결정짓는 것은 비단 주연배우들의 분량뿐만이 아니다. 때로는 단 몇 씬의 강렬한 등장만으로 극 전체의 공기를 바꾸고, 서사의 결정적인 기폭제 역할을 해내는 이들이 있다. 편집 과정에서 과감히 사라지기도 하는 단역의 영역을 넘어, 독보적인 연기력과 캐릭터 해석으로 극의 핵심 축을 든든히 지탱해 낸 배우들. 최근 공개 및 방영 작품 속에서 '대체 불가능한 존재감'으로 시청자들에게 잔상을 강렬하게 남긴 특별한 이들의 활약을 짚어본다.
다음 서사를 여는 기폭제 〈김부장〉 옥택연
SBS 금토드라마 〈김부장〉 스틸
SBS 금토드라마 〈김부장〉 스틸
SBS 금토드라마 〈김부장〉에서 옥택연의 출격은 단순한 화제성 카드가 아닌, 전체 서사의 판을 뒤흔드는 결정적 고리다. 그는 극 중 김부장(소지섭)이 과거 북한에서 함께 혹독한 훈련을 받고 남파된 동기이자 생사를 함께한 동료로 등장한다. 소지섭과의 호흡 속에서 보여주는 눈빛과 연기는 인물의 절박함과 비극성을 극대화한다. 무엇보다 극 중 그의 죽음이 후속 에피소드(형의 복수를 위해 남파되는 동생의 서사)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중요한 구조적 기폭제가 된다. 단 한 순간도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드는 옥택연의 투혼은 주연의 뒤를 단단히 받치는 동시에 어두운 서스펜스에 정당성을 부여했다.
빌런의 악랄함을 부각시킨 피해자 〈결혼의 완성〉 박병은
KBS 2TV 토일드라마 〈결혼의 완성〉 속 박병은의 존재감 역시 묵직하다. 앞서 주인공 강태주(남궁민)와 마찬가지로 악랄한 빌런에게 아내를 납치당했던 잔혹한 과거를 가진 전직 형사 역으로 등장해, 극의 전개를 한층 더 긴박한 소용돌이 속으로 밀어 넣는다. 인물 간의 갈등 구조 속에서 빌런의 광기를 더 선명하게 도드라지게 만드는 그의 연기는 극적 긴장감을 증폭시켰다. 특히 현재 방영 중인 JTBC 토일드라마 〈아파트〉에서 메인 빌런으로 활약 중인 박병은이, 경쟁작에서는 주인공의 조력자로 활약한다는 점도 시청자의 입장에서 재미있는 의외의 관전 포인트가 됐다.
선과 악을 넘나드는 스펙트럼 〈동궁〉 곽동연
넷플릭스 시리즈 〈동궁〉에서 곽동연은 비극적인 세자로 등장해 극 전체의 분위기를 가라앉게 만들었다. 궁궐 안 촘촘하게 얽힌 비밀과 귀신에 얽힌 잔혹한 서사 속에서, 왕(조승우)과의 관계성 및 권력을 둘러싼 인물의 다층적 욕망을 특유의 내공 있는 연기로 직조했다. 그간 선역과 악역을 넘나들며 쌓아온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바탕으로, 쉬이 예측할 수 없는 극의 긴장감을 조성하는 그의 저력이 인상적이다. 이야기의 시작과 끝을 관통하는 서사적 정당성을 부여한 곽동연의 존재감이야 말로, 〈동궁〉이 선사하는 장르적 쾌감을 극대화한 최고의 선택이었다.
스크린을 채운 노장의 관록과 활력 〈호프〉 임현식
나홍진 감독의 영화 〈호프〉에서 단연 눈길을 사로잡는 인물은 아주 오랜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베테랑 배우 임현식이다. 극 중 호포항 주민 모두가 절대적인 신뢰를 보내는 '해술' 역으로 등장하는 그는, 특유의 능청스러움과 관록으로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극에 예측 불가능한 활력을 불어넣는다. 나홍진 감독과 정호연 배우가 유쾌했던 촬영 현장을 인터뷰에서도 회상했을 만큼, 그의 존재감은 단연 도드라졌다. 외계 존재가 가져온 공포와 서스펜스 속에서 임현식이 생성한 호흡은, 작품에 적절한 숨구멍을 틔워주며 〈호프〉라는 거대한 장르극의 결을 더 풍성하고 매력적으로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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