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3가 낙원상가 앞, 새벽부터 김이 오르는 허름한 국밥집 하나가 있다. 간판에는 '원조소문난집 국밥전문'이라고 적혀 있고 그 위에는 작은 액자 하나가 걸려 있다. 방송인 고 송해 선생님의 얼굴 그림과 함께 '60년전통 송해의 집'이라는 글씨가 새겨진 액자다.
◆ 송해가 떠나기 전날까지 앉았던 자리
이 집은 2022년 6월 8일 95세로 별세한 송해가 생전 스케줄이 없는 날이면 거의 매일 들렀던 단골집이다. 혼자 오는 날도 있었고 지인을 데려와 함께 식사하는 날도 있었는데 1주일에 한 번꼴로는 꼭 이곳을 찾았다고 전해진다.
세상을 떠나기 전날에도 그는 이 집에 들러 식사를 했다. 평소 더덕구이나 된장찌개를 즐겨 찾았는데 그날은 된장찌개를 주문했고 밥 한 공기를 다 비우던 평소와 달리 반 공기밖에 먹지 못했다고 한다.
당시 가게를 물려받은 지 얼마 안 됐던 사장 김형진씨는 2022년 6월 9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송해 선생님이 돌아가시기 보름 전에도 식사하고 가셨다"고 말하고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김씨는 10년 넘게 가게를 운영해온 전 사장 권영희씨의 육촌 동생으로 권씨가 고령과 건강 문제로 물러나면서 가게를 물려받았다.
25년째 이 집을 찾는다는 단골 김모씨 역시 "간판에도 송해 선생님의 얼굴이 들어가 있지 않으냐"며 "앞으로도 이 골목의 상징적인 인물로 남아있을 것"이라며 아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종로구는 2016년 5월 대중예술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기려 종로2가 육의전빌딩부터 낙원상가 앞까지 이어지는 수표로 240m 구간에 '송해길'이라는 명예 도로명을 부여했다. 실제 도로명에는 생존 인물의 이름을 쓸 수 없다는 원칙 때문에 명예 도로명으로 남았지만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송해길로 통한다. 황해도가 고향인 실향민 송해에게 이 일대는 50년 넘게 활동의 중심이 된 제2의 고향이었다. 낙원상가 앞쪽에는 그가 몸담았던 연예인 상록회 사무실도 있었다.
◆ 3000원 국밥, 그 가격의 비밀
소문난집의 메뉴는 우거지 해장국 하나뿐이다. 사골과 잡뼈를 오래 우려낸 육수에 우거지와 두부 한 조각을 더해 끓여내며 고기는 들어가지 않는다. 손님이 자리에 앉으면 따로 주문하지 않아도 국밥 한 그릇이 바로 나온다.
가격은 오랫동안 서민들의 화제였다. 1986년 500원이던 국밥값은 2010년 9월 이후 12년 동안 2000원에 머물렀다. 이후 원가 상승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송해가 별세한 2022년 6월 500원이 올라 2500원이 됐고 2023년 다시 500원이 올라 현재는 3000원이다.
이런 가격이 가능한 이유 중 하나는 사장이 가게가 있는 건물의 건물주라 임대료 부담이 적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수십 년째 이 집을 찾는다는 70대 단골손님은 2024년 아시아경제와 인터뷰에서 "어디 가서 라면이라도 먹으려면 4000원은 줘야 한다"며 "여기서는 3000원이면 한 끼 든든히 먹는데 가격이 거저"라고 말했다.
소문난집은 매일 오전 4시20분부터 오후 9시30분까지 연중무휴로 문을 연다. 이른 새벽부터 문을 열고 밤늦게까지 박리다매로 손님을 받는 방식도 저렴한 가격을 지탱하는 비결로 꼽힌다.
지난달 8일 송해 별세 4주기를 맞았다. 국밥집 문턱을 넘던 그의 뒷모습은 사라졌지만 낙원상가 앞 허름한 간판과 3000원짜리 뚝배기는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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